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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의 인공지능 기술 공개 워크숍,
최신 인공지능을 논하다

지난 9월 21일, UNIST 대학본부에서 ‘인공지능 기술 공개 워크숍(2023 UNIST AI Technology Open Workshop)’이 열렸다. 국내외 21개 기업 및 기관 관계자들과 교원, 연구자, 학생 등 300여 명이 참가해 인공지능에 관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인공지능 기술 공개 워크숍의 내용과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미래 인공지능 사회에 대해 논의해 본다.

  • 글. 정보바이오융합대학 심재영 학장(인공지능대학원 원장, AI혁신파크 단장)
학계와 산업계를 아우른 ‘인공지능 기술 공개 워크숍’

UNIST는 인공지능대학원을 설립한 이듬해부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기술 공개 워크숍을 매년 개최해 오고 있다. UNIST의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목적에서 시작한 워크숍은 해외기관 석학의 기조강연과 국내 산업체 전문가의 특별강연 및 패널토론을 포함하는 국제 워크숍으로 확대되어, 국내외 최신 인공지능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학계 및 산업계 전문가들이 학생들과 소통하는 열린 학술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9월에 열린 워크숍에서는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의 진 오(Jean Oh) 교수와 일본 국책 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RIKEN)의 엠티야즈 칸(Emtiyaz Khan) 박사가 로보틱스 AI와 적응형 AI 관련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산업계에서는 네이버 AI 랩의 윤상두 소장, LG AI 연구원의 임우형 상무, 모빌린트의 신동주 대표가 특별강연을 통해 AI 시각인식 기술, AI 비즈니스 모델, AI 반도체 기술 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특히, 패널토론에서는 AI 시대에 학계와 산업계의 역할에서부터 AI 분야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역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뤄 참가 학생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최신 인공지능 기술 트렌드, 어떤 것이 있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원동력인 AI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급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필자의 연구 분야인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은 컴퓨터, 로봇 등의 기계에 사람의 시각인지 능력을 부여하는 시각인공지능 기술이다. 전통적인 연구 방법에서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연구자가 직접 고안하고 이를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설계한 뒤 실험을 통해 성능을 검증했다. 따라서 연구자의 아이디어와 역량이 연구의 성패를 가르는 데 가장 중요하며 하나의 연구 결과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방대한 연산을 기반으로 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전통적인 기술의 성능을 월등히 뛰어넘으며 AI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일례로, 사진을 보고 어떤 물체 또는 장면인지 판단하는 영상 분류(Image Classification) 문제가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페이페이 리(Fei-Fei Li) 교수 연구팀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가공해 딥러닝 기반 영상 분류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했는데, 이를 이용해 2010년부터 ImageNet 챌린지가 이뤄졌다. 챌린지 초기에는 최신 컴퓨터 비전 기술들이 약 30% 오차율을 보였으나, 2012년 딥러닝 초기 모델인 AlexNet이 16% 오차율로 전통적인 기술의 성능을 월등히 뛰어넘으며 챌린지에서 우승했다. 그 이후 매년 딥러닝 기반 기술이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15년 우승한 ResNet의 성능은 오차율이 4%였다. 사람의 평균 오차율이 5% 정도임을 감안하면 영상 분류 문제에 있어서 이미 8년 전에 AI 기술이 사람의 능력을 넘어섰다고 볼 수도 있다.
이후 딥러닝 기반의 컴퓨터 비전 기술은 다양한 시각정보 처리 및 인식 분야에서 널리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영상 분류뿐만 아니라 영상 내 부분적인 세부 정보까지 자세하게 분석하고 인지하는 기술, 영상에서 복합적인 화질 저하가 발생할 때 이를 통합적으로 개선하는 기술, 3차원 시각정보를 활용한 공간 재구성 기술, 영상에서 분석한 시각정보를 문장으로 표현하거나 소리나 문장으로부터 영상 및 동영상을 생성하는 기술 등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수십억 개 이상의 파라미터로 이루어진 인공신경망을 학습하는 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도 주목받고 있다.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s)와 같은 대화형 AI 서비스가 다양한 분야에서 급속도로 활용되면서 우리의 업무 방식과 생활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비전 기술과 결합해 영상 데이터도 해석하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고, 특정 도메인에서 정해진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개인화된 GPT를 만들 수 있는 API가 제공되기도 한다. 하지만 거대 언어 모델 기반 AI 기술은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에 정확성 등의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모델의 행동을 분석해 신뢰도를 높이려는 연구도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UNIST는 2021년부터 ‘인공지능 기술 공개 워크숍’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9월 21일에 열린 워크숍 모습.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원동력인 AI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급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어떤 미래를 그려낼까?

딥러닝 기술이 전통적인 기술의 문제점을 극복하며 AI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연구자의 역량보다 방대한 데이터와 고가의 실험 장비가 상대적으로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는 학계가 학문 분야를 선도하던 시절에서, 최근에는 대학의 교수가 굴지의 IT 기업으로 이직하고 산업계가 새로운 AI 기술을 종종 먼저 선보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AI 기술 개발의 주체도 결국은 사람이므로 향후 학계와 산업계가 각자의 고유한 역할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상호 긴밀하게 교류, 협력하는 게 미래 AI 기술 연구 개발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많은 연구자가 인류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선한 목적을 가지고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최신 AI 기술들이 높은 완성도로 실현되면 인류의 삶은 매우 편리하게 변할 것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항상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대동해 온 것처럼, 오늘날 AI 기술 또한 부정적 사용으로 인한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인류 역사의 그 어떤 기술보다 큰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그동안 상상해 보지 못한 두려움을 마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11월 17일,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샘 알트먼(Sam Altman)이 이사회로부터 해임됐다가, 이후 5일 만에 다시 복귀하면서 그의 해임을 주도한 이사진이 대거 교체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초단기 해임 및 복귀 스토리는 AI를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목적으로 적극 활용할 것인지, 인류의 공익을 위해 안전하게 개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가치관의 대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다양한 곳에서 이러한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간이 AI 기술을 어떻게 바람직하게 활용할 것인지 가치관을 정립해 가는 과정으로 여겨질 것이고, 이러한 갈등과 논의, 시행착오를 통해 여러 가지 형태로 바람직한 해법과 시스템을 찾아갈 것으로 생각한다. 인류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온 역사를 더듬어 볼 때, 필자는 AI 기술의 미래에 대해서도 인류의 힘을 믿는다.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해 갈 UNIST

UNIST는 2019년부터 인공지능을 중점 연구 분야로 선정해 육성해 오고 있다. 2020년 9월 인공지능대학원 개원을 시작으로 2021년 지역 산업 혁신 허브인 AI혁신파크를 설립해 AI 첨단 기술 연구와 핵심 인재 육성, 산업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UNIST 인공지능대학원은 AI 코어, AI 시스템, AI+X 분야에서 현재 7개 학과 32명의 교원이 참여해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 AI 학계에 알려진 3대 난제(효율적 AI, 신뢰가능 AI, 범용적 AI)를 해결하기 위한 첨단 연구를 수행하며 AI 분야 Top 학술대회에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고, CVPR 및 ECCV와 같은 Top 학술대회에서 개최하는 국제 챌린지에서 학생들이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는 등, 개원 이후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UNIST AI혁신파크는 AI 기반 교육 및 연구를 통해 지역 산업을 혁신하는 산학협력 허브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울산시의 지원을 받아 설립,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 노바투스 아카데미아’ 과정을 통해 2023년 현재까지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 지역 157개 회사, 283명의 산업 현장 재직자들을 AI 전문가로 양성했다. 또 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가지고 UNIST 연구진과 지역 기업이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AI 융합 과제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UNIST는 세계적인 첨단 AI 기술 개발과 글로벌 인재 양성을 통해 급변하는 AI 기술 패권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 현장 중심의 차별화된 AI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 갈 것이다. 이를 통해 동남권 지역 산업 혁신과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담은 AI의 시대, 혁신을 이끄는 UNIST의 활약을 통해 우리의 미래는 더욱더 새로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