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하루 평균 70분 이상 사용하는 유튜브. 유튜브에 공개되는 수많은 콘텐츠에는 시작, 또는 중간 지점마다 광고가 삽입된다. 문제는 이러한 광고가 광고주의 의지대로 노출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각종 유해, 음란, 혐오 및 편향 콘텐츠, 가짜 뉴스에 광고가 붙게 되면 이것은 곧 기업 브랜딩에 치명적인 요소가 된다. 파일러는 기업 이미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유해 콘텐츠에 광고가 노출되는 것을 막고, 브랜드의 맥락에 어울리는 콘텐츠에 광고를 타깃팅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에 한 번 광고를 노출하면 수천만 개 지면에 실려 나갑니다. TV나 신문과 다르게 너무 많은 영상에 노출되니까 사람이 일일이 모니터링할 수가 없죠. 저희는 이런 부분을 AI로 검출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광고주의 브랜드 맥락에 어울리는 곳에 타깃을 두고 광고를 게재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파일러의 브랜드 안정성 광고 솔루션 ‘AiD’는 AI 비디오언더스탠딩 기술을 통해 유튜브 도메인 안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사용자 추적이 아닌, 오직 광고가 게재되는 지면의 맥락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과거 광고 테크 기업들은 사용자 이용 정보 추적을 통해 광고를 추천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사용자 개인정보 침해 이슈에 따라 규제가 커지는 추세다. 사용자가 선택하는 콘텐츠에서, 콘텐츠에 관련된 광고를 제공받게 되는 AI 기반 맥락광고는 수많은 광고주에게 확실한 솔루션이 됐다. 오재호 대표는 맥락광고를 통해 광고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하면 분명한 캐쉬카우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이러한 솔루션은 광고 집행 예산 절감에도 효과를 보였다.
“유튜브 광고는 브랜딩 목적이 짙거든요. 문제는 이런 브랜딩 광고에 대한 성과 측정이 예산 대비 노출 건수에 따라 KPI(핵심 성과 지표)가 책정된다는 점이에요. 측정이 어려우니 예산 휘발이 제일 심한 광고 영역인 거죠. 예산 활용의 비효율을 해결하는 것이 시장 측면에서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면서 낭비된 예산을 진단하고 맥락광고를 통해 이전 대비 예산 집행 데이터를 비교해 절감 효과를 가시화한다. 이러한 솔루션에 브랜딩을 중요시하는 클라이언트가 파일러를 먼저 찾아오고 있다.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와 대기업일수록 이러한 브랜딩의 가치가 크게 다가올 터다. 글로벌 기업들이 브랜드 안정성에 높은 KPI를 두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이제 막 형성되는 중이다. 파일러의 솔루션은 기술을 접목한 광고 솔루션으로, 브랜드 안정성과 그 가치를 지키는 것에 주안을 두어 새로운 활로를 만들어 가고 있다.
파일러의 명확한 솔루션은 그만큼 회사의 투자가치를 높였다. 2021년 창업한 이후 2023년 11월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만 90억 원에 이른다. 이러한 투자는 비디오언더스탠딩을 솔루션으로 풀어낼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력 덕분에 가능했다. 시장이 요구하고, 앞으로 더욱더 필요로 할 영역. 오재호 대표는 “비전이 있는 비즈니스에는 투자가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투자 유치는 곧 ‘설득’이라고 봅니다. 돈이 되는 비즈니스에는 투자가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저희를 먼저 알아보고 찾아오는 투자자가 가장 좋은 투자자이고, 그러한 분들을 모실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재호 대표는 초기 투자를 받을 때부터 굳이 투자자를 찾아 나서지 않았다. 비즈니스 모델을 보고 찾아온 이들이 자연스럽게 투자자가 됐다. 오재호 대표는 파일러를 단순 광고 테크 회사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광고 테크는 하나의 발판일 뿐이다. 파일러의 핵심기술은 AI를 통한 비디오언더스탠딩. 즉, 파일러는 비디오 분야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비전 랭귀지 모델(Vision Language Model)’을 만드는 회사다. 그 가능성이 남다른 이유다.
비즈니스 퀄리티를 위해 든든한 맨파워도 갖췄다. 미국 애드테크 앱 퍼포먼스 기업 ‘몰로코’의 시니어 제품 담당자(Senior Product Manager) 출신 전문가가 파일러의 CPO로 함께하고 있고,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CJ ENM 광고 사업 콘텐츠 책임자가 CSO로 합류했다.
UNIST 21학번, 올해로 22살의 젊은 CEO 오재호 대표는 오직 실력으로 시장의 허들을 과감하게 넘어서며 기회를 발판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오재호 대표는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인공지능 비즈니스를 꿈꾸면서 누구보다 AI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AI를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에서 생활해야겠다고 판단한 그는 국내 인공지능 대학원 교수들을 메일로 접촉했고, 유일하게 연결됐던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대학원의 학생창업팀 소속으로 연구실 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비대면 수업과 연구원 생활을 병행하며 트랜스포머 논문을 리뷰했고 텍스트나 쿼리 기반의 AI 모델 출시가 임박했음을 알게 됐다.
인공지능 비즈니스에서 선두그룹에 서기 위해서는 비디오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모두가 자연어 처리(NLP), 쿼리 연구에 한창일 때 오재호 대표는 비디오 캡셔닝, 이미지 캡셔닝 논문만 꾸준히 리뷰하고 연구했다. 그 결과 2022년 CVPR(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이라는 세계 최대 컴퓨터 비전 패턴 인식 학회 워크숍에서 미국의 인텔, 중국의 텐센트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겨뤄 종합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남다른 기술력과 경쟁력을 입증해 낸 것이다.
“저는 창업을 남들과는 다르게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케이스예요. 보통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곤 하는데, 그와 반대로 제가 가진 기술이 어느 분야에 솔루션이 될지를 생각했습니다.”
오재호 대표는 비디오언더스탠딩 분야를 접목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했고, 기술을 통해 시장을 해석한 것이 오늘의 파일러를 탄생시켰다. 파일러는 이제 브랜드 안정성 솔루션 광고 테크를 넘어 맥락을 잘 분석하는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적절한 비디오를 잘 서치하는 노하우를 가진 글로벌 플랫폼. 오픈AI, 구글 못지않은 비디오언더스탠딩 테크 기업으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는 게 목표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끝없이 도전하며 허들을 뛰어넘은 오재호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UNIST 구성원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성과가 큰 만큼, 책임도 큰 것이 창업입니다. 도전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잘 선택하고, 운도 뒷받침돼야 하는 것 같아요. 좋은 일도 많지만, 동시에 헤쳐 나가야 할 일도 많으니 신중하게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