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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가 만든 인공지능 생태계
AI혁신파크



산업공학과 김경원 교수
(AI혁신파크 사무국장)

2019년부터 인공지능을 중점 연구 분야로 선정한 UNIST는 울산을 비롯한 동남권 지역의 재도약 역시
인공지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1년 울산 남구 테크노산업단지 내 산학융합캠퍼스에 ‘AI혁신파크’를 출범하고, 쉽지 않은 행보를 펼쳐 왔다. AI혁신파크 사무국장을 맡은 김경원 교수를 만나 지난 성과와 미래 비전에 관해 들었다.

인공지능, 제조업 위주 산업도시에 필수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인간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을 풀어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뿐 아니라 경제‧사회 모든 분야, 우리의 일상에까지 광범위하게 스며들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이자 미래 시대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유럽, 우리나라 등 세계 여러 나라가 관련 기술 개발에 힘쓰며 경쟁하고 있다. 김경원 교수는 특히 울산을 비롯한 동남권 지역과 같은 제조업 위주의 산업도시에 인공지능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이나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제조업 기술은 이제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는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없죠. 또 과거 제조업 성장을 이끌었던 베이비붐 세대, 그 숙련 기술자들이 대거 은퇴기를 맞으면서 기술 단절과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어요. 한계에 봉착한 제조업을 새롭게 혁신하고 다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공지능과의 융합이 필요합니다.”
UNIST가 2020년 인공지능대학원을 유치할 당시, UNIST와 인공지능 분야 협력을 맺고 싶다고 밝힌 울산 및 동남권 지역 소재 기업은 약 340곳에 달했다. 산업계의 고민과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 한눈에 보여주는 수치다. AI혁신파크 출범에는 이 같은 지역 산업계의 간절함이 주요했다.
현재 연면적 약 9,917㎡(3천 평)의 UNIST 산학융합캠퍼스 중 ⅔가 AI혁신파크로 운영 중이다. 쾌적한 강의실과 실습실, 입주 기업들을 위한 보육시설을 갖췄다. 사업 초기 국비와 시비를 합쳐 35억 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2021년 공식 출범 이후 울산 및 동남권 지역의 인공지능 혁신 생태계 구축, 주력 산업의 고도화, 미래 신산업의 육성을 목표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AI혁신파크의 핵심 사업은 산업체 재직자 교육과 산학협력 연구, 창업 지원의 세 가지로 나뉜다.

AI혁신파크는 중소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AI 노바투스 아카데미아’ 과정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파급력은 다른 분야와 융합될 때 더욱 커진다.
 AI혁신파크는 여러 산업 분야를 아우르며 인공지능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교육-연구-창업’ 전 주기 일체화 추진

“AI혁신파크는 UNIST가 보유한 인공지능 기반 핵심 역량을 산업계와 함께 나누는 창구입니다. AI 인재 양성, AI 연구 역량 고도화, AI 기반 제조혁신 가속화, AI 기반 신사업 창출을 이끌고 있죠. ‘교육-연구-창업’의 전 주기가 일체화된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것이 중요 포인트입니다. 교육, 연구, 창업을 연계해 큰 틀에서 선순환시켜야 실제 산업계를 변화시키고,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교육이라고 하면 대부분 구직자 교육을 떠올리지만, AI혁신파크는 중소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AI 노바투스 아카데미아’ 과정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기존 제조업 기술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을 잘 알아야 한다. 한편, 중소기업의 경우 인공지능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더라도 인력과 비용, 시스템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AI혁신파크는 중소기업 재직자 교육을 설계했다. 지난 3년간 울산 지역에서 85개 기업 180명, 경남 지역까지 포함하면 157개 기업 283명을 산업 현장 인공지능 전문가로 양성했다. 올해까지 울산 지역에서는 6기 졸업생, 경남 지역에서는 4기 졸업생이 배출됐다.
“수업은 매주 금요일마다 8시간씩 진행됩니다. 커리큘럼은 이론 교육 2개월과 실습 3개월로 구성돼 있죠. ‘AI 노바투스 아카데미아’의 가장 큰 차별성은 교육 방식에 있습니다. PBL(Project-Based Learning) 방식의 실습이 진행되죠. 단순한 이론과 코딩 교육만으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확보할 수 없어요. 인공지능 문제해결 역량을 체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업 현장의 문제를 직접 풀어봐야 합니다.”
김경원 교수는 이론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이 정작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20% 정도밖에 활용되지 못한다고 전했다. 어떤 인공지능 모델이 적합한지, 어떤 데이터를 주요하게 활용할 것인지 등 현장을 잘 알아야 판단할 수 있는 요소들이 더 많다. 그러므로 PBL 방식의 실습은 인공지능 전문가 양성의 정수라 할 수 있다. 기수당 10개 정도의 PBL 문제를 엄선하고, 수강생들이 팀을 이뤄 실제 현장의 문제를 풀도록 한다. 현재까지 83개 주제의 PBL을 수행해 다양한 적용사례(Use-Case)를 확보했다.

‘AI혁신파크’가 자리한 UNIST 산학융합캠퍼스 모습.
대한민국의 인공지능 역량을 끌어올릴 AI혁신파크

인공지능의 파급력은 다른 분야와 융합될 때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AI혁신파크에서는 인공지능을 다양한 산업기술에 응용하는 ‘AI+X 랩(Lab)’ 형태의 산학협력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인공지능을 통해 주력산업의 생산성을 혁신하고 신산업을 육성하도록 돕습니다. 연간 1억 원씩 최대 2년간 연구비를 지원하는데, 기업은 20%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비를 통해 UNIST가 부담하죠. 그동안 여러 기업과 협력해 공정 최적화 AI, 비전 검사 AI, 웨어러블 AI, 반도체 소재 AI, 자율주행 AI 등을 개발했습니다. 기업 성과뿐 아니라 SCI급 우수 논문 발표로도 이어졌어요.”
2021년부터 현재까지 산학협력 연구를 추진해 7개 과제를 완료했으며, 8개 과제가 진행 중이다. 김경원 교수는 AI+X 랩 산학협력 연구의 모범 사례로 삼양사 울산1공장의 디지털 전환을 꼽았다. 70년 된 노후 공장에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해, 수작업에만 의존하던 프로세스를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 프로세스로 대전환시켰다. 이를 통해 공정 트러블을 줄이고 연간 10억 원이 넘는 경제 효과를 거뒀다. 삼진어묵과 협력해 개발한 ‘어묵 제조공정에서의 불순물 검출 인공지능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제품의 결함을 체크하고 찾아내는 것인데, 다양한 분야의 제품 검사에도 활용될 수 있다.
“기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과 더불어 신산업 육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인큐베이팅 공간을 마련하고 울산 지역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을 지원합니다. 현재 12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UNIST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어요.”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인력난. 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좋은 인재가 함께해야 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쉽지 않은 문제다. AI혁신파크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은 UNIST의 우수한 학생들을 인턴십 등으로 영입하고, UNIST 교수진의 지원도 받을 수 있어 큰 힘을 얻는다.
“AI혁신파크의 남다름은 UNIST의 핵심 역량이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UNIST 인공지능대학원에는 인공지능 분야 전문 교수가 28명에 달합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춘 젊은 교수진이 대거 포진했기에 교육도 연구도 최고 수준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죠. AI혁신파크는 지난 3년간의 사업을 통해 많은 사례들을 축적해 왔습니다. 지역‧산업별 인공지능 커뮤니티나 교류회를 개최해 이런 사례들을 더 많이 공유하고 시너지를 촉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기존 산업의 혁신에도,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도 인공지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핵심 요소다. 전통적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울산 및 동남권 지역의 재도약에 AI혁신파크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AI혁신파크가 쌓아갈 인공지능 혁신 생태계는 지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