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갓난 물고기의 99% 이상이 사망한다. 너무 많이 죽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다가도,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냉혹한 자연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죽음의 원인이 추위나 포식자 때문이 아니고, 먹이가 풍부한 실험 환경에서 굶어 죽은 것이라고 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2014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Hydrodynamic starvation in first-feeding larval fishes”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의 빅터 차이나(Victor China)와 로이 홀츠만(Roi Holzman)은 그 원인으로 ‘물’을 지목했다. 아기 물고기는 먹이 근처에 오면 입을 벌려 먹이를 입 쪽으로 빨아들인다. 그런데 먹이를 먹기 위해 입을 닫으면, 그 먹이는 빨려 들어온 길로 다시 빠져나간다. 마치 비디오를 거꾸로 감는 것처럼 말이다. 입을 열고닫기를 몇 번 반복해도 마찬가지다. 먹이는 왔다 갔다만 할 뿐 뱃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먹이가 이빨에 걸리거나, 옆을 지나가는 다른 물고기가 먹이를 밀어주는 것과 같은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조금 더 안타까운 상황을 상상해 보자. 미시세계에 존재하는 조개가 입을 닫으며 물을 밀어내는 추진력으로 움직였다. 조개가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입을 여는 것뿐이다. 그런데 입을 열면 물이 다시 빨려 들어가고, 조개는 입을 닫을 때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입을 여닫는 미시세계의 조개는 제자리에서 반복 운동만 할 수 있을 뿐 어디로도 갈 수 없다. 입을 조심조심 천천히 열면 어떨까? 소용없다. 먹이를 배 속에 넣을 수 없었던 새끼 물고기의 경우처럼, 비디오를 거꾸로 재생하는 듯 제자리로 돌아온다. 영원히 언덕을 오르내려야 하는 시시포스처럼 말이다. 이것이 에드워드 퍼셀(Edward M. Purcell)이 1977년에 제시한 ‘조개 정리(Scallop Theorem)’이다. 참고로 퍼셀은 1952년 핵자기공명 발견의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으며, 조개 정리 외에도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공기나 물과 같은 유체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는 저항력을 받는다. 수영하다가 팔다리 휘젓는 것을 멈추면 저항력 때문에 결국 멈추게 된다. 하지만 바로 멈추지는 않고 얼마간은 몸이 미끄러져 나간다. 관성 때문이다. 만약 끈적한 꿀처럼 저항력이 관성력보다 훨씬 큰 상황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몸은 더 이상 미끄러지지 않고 즉각적으로 멈추게 될 것이다. 미시세계에서는 관성력이 저항력보다 훨씬 작아져서 사실상 관성력을 무시할 수 있다. 관성력은 부피, 즉 물체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하지만, 저항력은 물체 길이에 비례하기 때문에 물체가 작을 때는 관성이 무시될 수 있는 것이다. 0.1을 세제곱 하면 0.1보다 1,000배 작아진다. 관성이 무시되는 이 미시세계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물고기나 조개가 입을 여닫는 현상이 비디오를 앞뒤로 감는 것처럼 일어난다. 물리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시간 역전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한다.
새끼 물고기는 그래도 수 센티미터의 크기는 되기에 관성이 완전히 무시되지는 않는다. 덕분에 어느 정도 먹이를 섭취할 수 있고 생존도 가능하다. 성체가 되어 몸이 커지면 관성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므로, 시간 역전 대칭성 때문에 굶어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크기인 마이크로미터 단위에 불과한 박테리아는 사실상 관성이 없는 세계에 살고 있다. 박테리아는 미시세계의 조개와 달리 도대체 어떻게 헤엄치며 살아가는 걸까?
박테리아의 대표적인 전략 중 하나는 회전이다. 많은 박테리아는 일반 현미경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편모’라는 털을 가지고 있다. 이 털들을 프로펠러처럼 회전시키면 그 추진력으로 한 방향으로 헤엄칠 수 있다. 비유하자면 리듬 체조 선수가 리본을 회전시켜 회오리 모양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조개가 입을 여닫는 것과는 달리, 한 방향으로만 계속 회전하기에 시간 역전 대칭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편모를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번갈아 가며 회전한다면, 시간 역전 대칭성 때문에 박테리아도 불쌍한 조개처럼 영원히 반복 운동만 하게 될 것이다.
털을 채찍처럼 휘둘러 움직일 수도 있다. 채찍을 원을 그리며 크게 휘둘렀다가 회수할 때는 직선을 따라 움직이는 방식이다. 평영(Breaststroke)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헤엄친다. 앞으로 뻗은 양팔을 크게 회전시켜 추진력을 얻고, 팔을 회수해 다시 앞으로 뻗을 때는 몸에 붙여 움직여 저항을 줄인다. 이 운동들의 핵심은 갈 때와 올 때 서로 다른 경로를 선택해 대칭성을 깨준다는 것이다. 어떤 미생물들은 이렇게 비대칭적으로 움직이는 작은 섬모들을 몸에 잔뜩 붙여서 배가 노를 저어가는 방식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물론 이 털들은 타이밍을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1966년에 개봉하여 제39회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수상한 영화 〈바디 캡슐〉(원제: Fantastic Voyage)은 몸속을 여행하는 잠수함 이야기다. 냉전 시대에 혈전으로 뇌혈관이 막혀 혼수상태에 빠진 소련 과학자를 살리기 위한 미국 요원들의 몸속 모험이라니, 줄거리만 들어도 흥미진진하다. 몸속을 돌아다니며 질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미세 로봇은 이제 더 이상 공상 과학이 아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이 미세 로봇이 대충 헤엄쳐서는 임무를 완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되었다. 영화 〈바디 캡슐〉의 주인공들처럼, 혹은 마블 코믹스의 앤트맨처럼 작아져서 미시세계에서 직접 평영으로 헤엄치는 상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