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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해법
기술과 시장 사이 ‘자본 잇기’

  • 한태규 동문 (경영학과·신재생에너지 기술경영학과 졸업)

유니스트기술지주회사㈜가 ‘서울’이라는 자본시장 한복판에 발을 디뎠다. TIPS(민관공동창업자발굴육성) 운영사로 선정되면서 TIPS 운영사에만 주어지는 팁스타운 입주가 가능해졌고, 이에 지난해 12월 서울사무소를 공식 개소한 것. UNIST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음 라운드를 예고하는 이러한 행보의 배경에는, “투자업을 하려면 서울사무소는 필수”라는 판단 아래 직접 길을 찾고 기반을 다져 온 한태규 본부장의 문제의식과 실행이 있었다.

  • Words. 편집실   Photographs. 홍승진
유니스트기술지주회사, ‘기술사업화 선순환 플랫폼’ 도약

2017년 7월 닻을 올린 유니스트기술지주회사는 UNIST의 우수한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고, 기술 혁신의 사회적 확산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기술사업화 전문기관이다. 이 기관은 UNIST가 창출한 연구 결과물이 연구실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과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이전과 중개, 자회사 설립, 주식의 취득 및 관리 등 사업화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나아가 목적 사업에 부합하는 수익사업과 UNIST의 기술을 활용하여 사업화하는 모든 회사들에 대한 수익 목적의 투자와 투자펀드 운영을 통해 기술 기반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이 모든 움직임은 연구개발(R&D)과 기술사업화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구축, 기술의 실질적 구현과 확산을 촉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 서울사무소 개소는 유니스트기술지주회사에 ‘기술과 자본을 실질적으로 연결하는 투자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하는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을 설계해 온 한 본부장은 유니스트기술지주회사를 단순히 기술이전을 중개하는 것에 머무는 조직이 아닌, 창업자가 끝까지 성장할수있도록 인적, 재정적 자원들을 매칭해주는 구조로 작동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은 혼자 시장으로 나아갈 수 없고, 연구 성과 역시 적절한 자본과 파트너를 만나야 비로소 사회적 가치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한 본부장은 유니스트기술지주회사의 역할을 기술의 이전·관리는 물론, 투자와 성장의 단계까지 책임지는 구조로 재편해왔다. 이번 TIPS 운영사 선정과 서울사무소 개소 역시 그 연장선에서 추진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한다.
“기술은 혼자서는 시장으로 갈 수 없습니다. 연구 성과가 사회적 가치가 되려면, 반드시 사람과 자본을 만나야 하죠. 저는 기술지주회사가 그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기술을 이전하는 데 머무는 조직이 아닌, 창업자가 끝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까지 연결해 주는 구조여야 하고요.”

삶을 이해하는, 공부라는 이름의 ‘훈련’

‘사람’이라는 존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삶’과 ‘앎’이 함께 놓여 있다. 삶이 세계와 부딪히며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라면, 앎은 그 경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힘이다. 그리고 공부란 학습 내용의 이해를 토대로, 살아가며 마주한 장면들을 질문으로 바꾸고, 그 질문을 확장해 가며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게 만드는 훈련과도 같다.
한 본부장이야말로 이 ‘사고를 단련하는 훈련’으로서의 공부를 몸으로 익혀온 인물처럼 보였다.
“NIE 프로그램의 실질적 수혜자일 거예요.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된 ‘신문 읽기’에 재미가 붙어, 관심이 가는 기사를 스크랩해 요약하며 느낀 점을 곁들여 적었던 게 공부가 됐어요. 가장 중요한 일과였고, 가장 재밌는 시간이었죠. 그던데 어느 순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지’가 읽히더군요. ‘신문으로 대학 간 3인방’을 입력하면 제가 나와요. NIE 포트폴리오로 UNIST의 문을 두드린 겁니다.”

세상을 위한 질문, 기술이라는 ‘해답’

신문을 통해 확장된 그의 시선은 공익에 대한 고민으로 옮겨갔고, 그중에서도 특별히 환경 문제에 마음이 갔다. 산업화가 인류의 번영을 이끌어 온 성과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성과를 주도해 온 것은 주로 선진국이었고,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역설적으로 개발도상국에 더욱 집중되고 있다. 책임의 무게와 피해의 크기가 어긋난 이 불균형한 현실은 오늘날 기후 위기의 핵심 문제로 남아 있다. 홍수와 가뭄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 이들이 생겨나는 구조는 고등학생이던 그에게도 분명한 불합리로 읽혔다. 이때 형성된 환경 감수성과 문제의식은 이후 그의 진로와 선택의 방향을 묵묵히 규정해 나갔다.
“외고 학생으로서 자연스럽게 법조나 정치의 길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사회 구조를 바꾸는 역할에 대한 관심이 컸고, 소위 SKY대 사회과학계열 진학을 목표로 준비하기도 했죠.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무렵, ‘녹색 성장’이라는 담론을 접하면서 시선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제도나 언어에만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오히려 기술과 산업, 그리고 시장이 맞물리면 더 직접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리잡게 된 거예요.”
그 무렵부터 한 본부장의 꿈은 ‘기술 창업자’라는 보다 구체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문제를 인식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해결의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역할로 한 발 더 다가가고자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UNIST는 문과 출신인 그가 공과의 세계로 진입하기에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지로 다가왔다. 경영학부 진학과 경영학·재무회계 복수전공, 나아가 공대 연구실에서의 경험으로까지 이어지며, 그의 선택들은 점차 하나의 현실적인 궤적을 그려 나갔다.

기술은 혼자서는 시장으로 갈 수
없습니다. 연구 성과가 사회적
가치가 되려면, 반드시 사람과
자본을 만나야 하죠.
저는 기술지주회사가 그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게 공부는 단순히 입시를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의 시간이 자칫하면 질문 없이 흘러가는 ‘유예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느꼈죠. 그러지 않기 위해 내가 끝까지 붙들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묻고 싶었습니다. 공부란 결국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탐색해 가는 과정이라고 믿었으니까요. 그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제 진로 선택으로 이어진 겁니다.”

캠퍼스를 실험실로 삼다, 실행의 ‘궤적’

창업을 목표로 캠퍼스에 들어선 한 본부장의 태도는 입학 후 더욱 선명해졌다. 1학년 첫해부터 수업과 창업 준비를 병행하며 스스로의 문제의식이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를 확인해 나가는 사이, 사고와 실행 사이의 간격은 빠르게 좁혀졌다. COP17 관련 프로그램과 모의 회의에 참여하며 환경 문제를 둘러싼 글로벌 의사결정의 작동 방식을 몸으로 익힌 것도 이 시기였다.
그런가 하면,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는 실천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고 한다. 당시 그가 주목한 것은 ‘그린 캠퍼스’ 프로젝트로, 이는 대학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친환경 캠페인을 통해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와 환경부, 기업의 후원으로 운영되던 프로젝트가 있어 팀을 꾸려 지원한 것이 전국 60여 개 대학이 참여한 경쟁에서 2위를 차지하는 성과도 냈다.
“그때 상금을 받아 처음 법인을 세웠어요. 팀원들이 그대로 창업 멤버였죠. 하지만 인력 채용부터 사업 구조 설계까지 일이 커지더니 공부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빠르게 사라지더군요. 결국 휴학을 하고 5년을 사업에 올인했습니다.”

그러나 창업은 공부의 시간을 담보로 하는 일이었다. 공부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기에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조건들은 좀처럼 길을 터 주지 않았다. 전공도 전공인 데다, 그 사이 가정을 이루며 그의 삶에는 가장으로서의 책임도 더해졌다. 공대로 전과하는 선택지 역시 검토했지만, 기초 과목부터 다시 이수해야 하는 부담과 시간·생계의 문제를 동시에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그는 질문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왜 UNIST에 왔던가?
“제가 찾은 답은 ESS와 2차전지였어요. 마침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에서 해당 주제를 연구하시던 김영식 교수님을 찾아갔죠. 경영학과 학생이라는 사실을 설득의 근거 삼아, 창업을 통해 축적한 문제의식과 현장 경험을 피력하며 연구원으로 일할 기회를 부탁드렸고요. 그렇게 학부생 연구원으로 연구실에 합류, 2차전지 기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신재생에너지 기술경영을 전공하며 기술과 시장을 함께 읽는 시야를 키웠죠.”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벤처투자팀 팀장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한 본부장은 이후, 빠른 판단과 실행을 바탕으로 단기간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업계에서 ‘고압축 성장을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받게 된다. 기술과 창업자, 창업자와 투자자 사이를 잇는 역할의 중요성을 체득하게 되는 현장에서 창업자를 진정으로 성장시키고 자기다운 모습으로 무대 위로 올리는 ‘히어로메이커’로서의 정체성도 분명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유니스트기술지주회사 합류로 이어져, 이번 서울사무소 개소를 기점으로 다시 한번 지역 기술을 자본시장 한가운데로 연결하는 다음 국면에 들어설 준비를 마쳤다. 결국 한 본부장에게 UNIST는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지역의 기술을 자본시장과 연결하기 위한 실행의 플랫폼인 셈이다.

환경과 조건이 어떻든,
스스로 설정한 목표에 만큼은
지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러지지 않는 마음의 실천가

서울과 울산을 오가며 빠듯한 일주일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인터뷰 내내 한 본부장의 태도에서는 한결같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분명 그에게도 좌절의 순간은 있었을 터다. 확고한 목표 의식과 열정 뒤에 숨은 비결을 묻자, 그는 잠시 웃으며 이를 ‘부러지지 않는 마음’으로 압축해 말했다.
“환경이 어떻든, 조건이 불리하든 끝내 뿌리를 밀어 올리는 힘이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고요. 남들보다 더 애쓰겠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내가 설정한 목표에만큼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성과 달성에 집착하고 스스로를 밀어 넣는 태도에 가까워요. 마치 아스팔트 바닥의 틈을 비집고 자라나는 잡초처럼 말입니다.”
지난 10개월간 기술지주회사에서 이어진 모태펀드 출자 120억 규모의 펀드 조성, TIPS 운영사 선정, 서울사무소 개소까지—그 성과는 그가 쏟아부은 시간의 밀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 본부장이 말하는 ‘부러지지 않는 마음’이란, 하루도 간절하지 않았던 날이 없었던 태도이자, 그 태도를 조직과 사람 앞에서 끝까지 실천해 온 방식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사무소는 ‘확장’이라기보다 ‘도착’에 가깝다. 기술·사람·자본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믿음, 그리고 그 사이를 끝까지 잇고 싶다는 한태규 본부장의 문제의식과 해법이 한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리다. 연구실에서 태어난 아이디어가 시장 앞에서 멈추지 않도록, 창업자가 다음 장면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무대. 서울이라는 자본시장의 한복판에서 유니스트기술지주회사 서울사무소는 한 본부장의 선택과 유니스트의 방향성이 함께 겹쳐지며 도달한 지점이자, 두 주체가 다시 같은 질문을 품고 나아가기 위한 또 하나의 출발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