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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리의 경계 넘어,
의료영상의 새 지형을 열다


양준모 비달소닉 대표(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빛과 소리의 결합은 의료영상의 경계를 어디까지 넓힐 수 있을까.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양준모 교수가 2023년 8월 설립한 비달소닉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 기술을 실제 임상 현장으로 옮기고 있는 UNIST 교원 창업기업이다. 광음향 영상과 초음파를 융합한 최소 침습 의료영상 기술을 기반으로 내시경·카테터 등 차세대 진단 기기를 개발한다. 설립 한 달 만에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TIPS 선정과 국내 주요 병원들과의 임상 네트워크 구축까지 빠르게 이어진 행보의 배경에는 “연구를 논문에 머물게 두지 않겠다”는 연구자의 결심이 있다.
  • Words. 편집실   Photographs. 홍승진
양준모 | 비달소닉 대표(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안녕하세요. 비달소닉과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비달소닉은 빛과 소리를 결합한 ‘광음향 영상’ 기술에 초음파를 융합해, 인체 내부를 보다 정밀하고 안전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교원기업입니다. 기존 의료 영상 기술이 갖는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하고, 이를 실제 임상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저는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에서 의료영상과 생체신호를 연구해 왔고, 연구 과정에서 축적해 온 기술과 문제의식을 실제 의료 현장에 연결하고자 2023년 8월 비달소닉을 설립했습니다. 연구실에서의 성과가 논문에 머무르지 않고, 환자 진단과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창업의 출발점이었고요.

“빛과 소리로 진단한다”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비달소닉의 핵심 기술을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광음향 영상은 빛을 조직에 조사했을 때, 그 에너지를 흡수한 조직이 미세한 소리, 즉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현상을 이용해 영상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반응을 ‘소리’로 바꿔 읽는 방식이라고 이해하시면 돼요.
/ 여기에 기존 초음파 영상을 결합하면, 장기의 구조적인 정보와 함께 혈관 분포나 기능적 특성 같은 정보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죠. 쉽게 말해, 기존 영상보다 더 깊이, 더 정확하게, 그리고 피부를 크게 열지 않고도 내부를 살펴볼 수 있는 방식이라 보시면 됩니다.
비달소닉은 이러한 기술을 내시경이나 카테터와 같은 최소 침습 의료기기로 구현해, 실제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기존 의료 영상 기술과 비교했을 때, 광음향–초음파 융합 기술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초음파 영상은 이미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고, 광음향 영상이 초음파와 잘 결합되는 이유 역시 동일한 초음파 센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두 기술이 물리적으로 잘 맞물린다는 점이 큰 장점이죠.
차별점은 나노초 단위의 레이저 펄스를 조직에 조사해, 조직 내부에서 직접 초음파를 발생시킨다는 데 있어요. 이 방식 덕분에 빛을 잘 흡수하는 혈관 구조가 특히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는 거고요. 다시 말해, 초음파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미세 혈관 정보나 기능적 특성을 광음향 영상이 보완해 주는 것이고, 두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기존 의료 영상이 제공하지 못했던 정보를 함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연구자에서 창업가로 방향을 확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연구 성과가 논문으로만 남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의료영상 기술은 임상과 연결되지 않으면 그 의미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 “이 기술은 누군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고, 그 역할을 연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맡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연구자의 역할을 넘어, 기술을 사회로 전달하는 창업가의 길을 선택하게 됐죠.

최근 과기특성화대 기술창업투자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어떤 점에 주목했다고 보시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이템 자체가 비교적 생소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시도된 적이 많지 않았던 광음향 기술을 의료기기 사업으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차별성과 독자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요.
또 하나는 기술 자체뿐 아니라, 내시경과 카테터 분야를 중심으로 원천 특허를 체계적으로 확보해 온 전략 아닐까 합니다. 단순한 연구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제 사업화까지 염두에 둔 기술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셨던 것으로 보여요.

내시경·카테터와 같은 미니 탐침 시스템에 적용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 기술이 임상 현장에 가져올 변화는 무엇일까요?

초음파 기반 내시경이나 카테터 기기는 이미 임상 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초음파만으로는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한, 모세혈관과 같은 미세 혈관 구조를 선명하게 관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죠.
광음향 영상은 이러한 한계를 비교적 간단하게 극복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분광적·기능적 정보까지 제공 가능해요. 기존 영상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정보를 추가로 제공함으로써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의료진이 판단할 수 있는 선택지 자체를 넓혀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새로운 시술 가능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겠지요.

의료기기 시장은 글로벌 기업의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입니다. 비달소닉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한 핵심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구조나 기능 면에서 차별적인 기기를 개발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유사 기술이 등장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해요. 그래서 결국 기술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일 거예요. 단순히 특허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핵심과 실제 제품 구조, 그리고 사업 모델이 정확히 맞닿아 있는 특허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죠. 비달소닉은 이 부분을 초기 단계부터 전략적으로 준비해 왔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투자 유치, TIPS 선정, 임상 네트워크 구축까지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현재 비달소닉은 어떤 사업화 단계에 있으며, 가장 집중하고 있는 과제는 무엇인가요?

현재는 시제품 상용화를 위한 핵심 기술을 정교화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과제는 프로브와 구동부를 분리·교체 가능한 구조로 구현하는 것이었어요. 이 문제는 3년 이상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는데, 최근에서야 해결에 성공했죠.
이제는 이를 기반으로 인체 임상 실험과 인허가 절차를 차분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가능성이 이미 확인된 만큼, 지금은 실제 의료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검증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어요.

교수님은 어렸을 때 어떤 학생이었나요? 연구자·창업자로 이어진 지금의 모습과 닿아 있는 기억이 있다면요.

어릴 때부터 뭔가를 계속 만들던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시골에서 자랐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모형 비행기나 프라모델, 간단한 전자회로 같은 걸 혼자 조립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분해해보는 것보다는 만드는 쪽이었죠. 사실 뜯어보면 다시 조립을 잘 못해서 고장을 내는 경우도 많았고요.
돌이켜보면 머리가 아주 영리했다기보다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오래 몰입하는 성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연구개발은 저에게 ‘일’이라기보다 취미에 가까워요.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때 가장 집중이 잘 되고, 마음도 차분해집니다. 글씨를 쓰거나 붓글씨로 마음을 가다듬는 분들이 있다면, 저에게는 ‘만드는 행위’가 그런 루틴이었던 셈이죠. 어릴 때부터 이어져 온 이 성향이 지금의 연구와 창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습니다.

후배 연구자나 예비 창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먼저 자신의 연구를 충분히 깊게 파고들었는지 돌아봤으면 합니다. 딥테크 창업의 경쟁력은 결국 기술 그 자체에서 나오니까요. 유행이나 사업 아이디어보다, 오랜 시간 축적한 연구와 문제의식이 있을 때 창업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비달소닉과 교수님이 그리고 있는 다음 단계의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단기적으로는 현재 개발 중인 시제품을 안정적으로 완성하고, 인체 임상과 인허가 과정을 차분히 밟아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예요. 기술적 가능성은 이미 확보했고, 이제 실제 의료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검증할 차례죠. 중장기적으로는 광음향–초음파 융합 기술이 내시경이나 카테터 같은 특정 기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의료 영상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비달소닉의 기술이 연구실에 머무르지 않고, 임상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도구로 자리 잡는 것이 최종 목표고요. 그 과정에서 연구자로서의 문제의식과 창업가로서의 책임감을 끝까지 함께 가져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