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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나란히 선 UNIST
울산 세계명문대학 조정 페스티벌

36도가 넘는 늦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말, 구령에 맞춰 노를 저어 나가는 선수들의 구호와 응원의 함성이 태화강 강둑에 가득 메웠다. 울산시가 주최한 울산세계명문대학조정페스티벌이 올해도 태화강 국가정원 일대를 무대로 펼쳐진 것이다. 세계 유수 대학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정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교류하고 경쟁하는 자리에서, UNIST도 당당히 노를 저어 나갔다.
더 커진 무대, 더 깊어진 교류

이번 페스티벌은 8월 19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울산 태화강 일원에서 열렸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 세계 명문대학의 조정팀들이 참가하는 국제 행사로,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이번 대회에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 독일 함부르크공과대, 일본 도쿄대, 중국 베이징대를 비롯해 해외 6개국 10개 대학이 참가했다. 국내에서는 UNIST와 울산대학교가 대표로 출전했다. 올해는 독일 뮌헨대학교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가 새롭게 참여했으며, 함부르크공과대학은 독일 국가대표 선수단 2명을 합류시키며 대회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었다.

엠블럼에 새겨진 울산의 역사와 조정의 도전 정신

조정대회의 공식 엠블럼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반구대 암각화는 올해 7월, 오랜 기다림 끝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 곳곳에는 선사시대 울산 사람들이 고래와 물고기를 사냥하는 장면, 배와 작살, 그물 등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는 울산 선사인들이 바다와 맞서며 생존을 이어간 흔적이자, 울산이 바다와 함께 걸어온 오랜 역사를 증언한다. 고래잡이 배 그림을 모티브로 한 대회 공식 엠블럼은 수천 년 전 선조들의 도전과 협력의 정신을 오늘날 태화강 위에서 노를 젓는 세계 대학생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게 했다.

조정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들어진 화합장

울산세계명문대학조정페스티벌은 단순히 강 위에서 펼쳐지는 승부를 넘어, 세계 대학생들이 조정을 매개로 만나고 교류하는 화합의 장이었다. 대회 첫날 저녁 UNIST에서 열린 환영음악회와 국제교류의 밤이 그 출발점이었다. 처음에는 서로 낯선 국적과 언어 탓에 다소 어색한 기류가 감돌았지만, 음악과 대화가 이어지며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졌다. 학생들은 같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전공과 연구 주제, 캠퍼스 생활을 이야기하며 가까워졌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노를 젓는다”는 공통의 경험은 쉽게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울산동천체육관에서 20일 열린 개막행사는 대회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울산시민들도 함께 참여해 화합의 의미를 더했다. 무대에 오른 노라조와 트리플에스 등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자 관객들은 국적·성별·소속을 가리지 않고 함께 노래하며 하나가 됐다.
고래바다 여행선 위에서 펼쳐진 선상파티는 이러한 화합을 보여준 절정의 순간이었다. 디제잉이 울려 퍼지고 ‘아파트’ 노래가 흘러나오자 대회 참가자와 행사 자원봉사자들은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리고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며 하나가 되었다. 처음 어색하던 이들은 이제 웃음을 터뜨리며 서로의 이름을 격의 없이 부르고 손을 맞잡을 만큼 가까워졌다.

세계 강호들의 기량, UNIST의 도전

고래바다 여행선 위에서는 친구가 되었지만, 물살 위의 경기는 한 치 양보도 없는 냉정한 승부였다. 특히 독일 함부르크공과대는 여자 포어 우승, 혼성 에이트 우승, 남자 포어 준우승의 성적을 거두며 ‘최강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독일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합류한 팀답게 스타트의 폭발력부터 피니시의 집중력까지 완벽한 조합을 보여줬다.
이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UNIST의 도전도 빛났다. UNIST는 지난 첫 대회에서 MIT를 제치고 여자 포어 부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여자 포어팀은 올해도 패자부활전에서 1위를 하며 결승에 진출했지만,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혼성 에이트팀은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순위 결정전에서 예일대를 상대로 단 0.02초 차이까지 몰아붙이며 관중들의 응원을 받았다.

함께 젓는 노, 함께 커가는 대학

조정은 혼자의 힘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스포츠다. 모든 노가 같은 박자와 각도로 물을 붙잡을 때 배가 곧게 나아간다. 이 협력과 호흡의 원리는 대학의 성장 과정과도 닮아 있다. 젊은 대학 UNIST가 이번 무대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세계와 호흡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이번 경험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여정의 일부이지만, 협력과 도전 정신을 발판으로 UNIST가 세계 무대에서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