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다. 2007년, 울산 가막골에 첫 삽을 뜬 순간은 울산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과 국가적 요구가 맞물려 이룬 결실이었다. “울산에도 국립대학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꿈, “과학기술로 강국을 이루겠다”는 국가의 비전이 만나 뿌려진 씨앗이었다. 선사시대부터 산업수도로 이어진 울산의 땅은 늘 새로운 도약의 무대였고, UNIST는 그 전통을 이어받아 과학기술 대학으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짧다면 짧은 18년, 그러나 그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First in Change’라는 기치를 내걸고, UNIST는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나섰다. 설립 4년 차였던 2011년, ‘2030년 세계 10위권 과학기술 선도대학’을 목표로 내세웠을 때 많은 이들은 허황된 구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구성원들은 과감히 도전을 택했고, 오늘날 그 약속이 허상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보였다.
라이덴랭킹 8년 연속 국내 1위, THE 세계대학평가 신흥대학 부문 15위와 소규모 대학 부문 4위, 세계 상위 1% 연구자 10명 보유. 수치로도 입증된 성과 뒤에는, 밤샘 연구를 마다하지 않은 교수·학생, 글로벌 수준의 행정 서비스를 다짐한 직원들이 있었다. 창업기업 180여 개, 1조 원을 훌쩍 넘는 기업가치 또한 ‘더 나은 인류의 삶을 위한 도전’이란 초심이 만든 결과였다.
이제 UNIST는 또 한 번의 기로에 섰다. 18살이라는 나이는 지금까지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점임을 알려준다. 과거 비전 2030이 대학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었다면, 이번 비전 2050은 UNIST가 인류의 미래를 향해 어떤 길을 갈 것인지 선언하는 약속이다.
핵심 문구는 ‘UNIque & beST 과학기술 Nexus.’ 이는 단순히 세계 대학 순위 몇 위를 목표로 삼는 차원이 아니라, UNIST만의 독창성과 강점을 바탕으로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대체 불가적 존재가 되겠다는 의지다.
UNIST가 내놓은 비전 2050은 다섯 가지 키워드로 구체화된다.
첫째는 Unique Pioneer.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열어가는 개척자를 길러내는 허브가 되겠다는 다짐이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인류의 새로운 도전을 스스로 개척할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의미다.
두 번째 New Knowledge는 기초와 응용을 끊임없이 연결해, 학문과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연구실에서 시작된 발견이 산업 현장과 사회 혁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 Innovative Hub는 UNIST를 글로벌 최상위 연구자들이 모여드는 집합지, 혁신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넷째는 Super Intelligent Society. 인간과 기술, 지식이 긴밀히 연결된 초지능 사회의 중심에 서겠다는 비전이다. 단순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넘어, 그 기술이 사람과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함께 설계하는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뜻이다.
마지막은 Transformative Net-zero. UNIST는 단순히 친환경 캠퍼스가 아니라, 오히려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는 ‘탄소 네거티브’ 캠퍼스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연구와 교육 현장 전체에서 지속가능성을 실현해, 미래 세대에 모범이 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이 다섯 축은 개척, 지식, 혁신, 초연결, 지속가능성이 서로 맞물려, 2050년의 UNIST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지를 보여준다.
이 같은 약속은 비전 2050 선포식을 통해 대내외에 천명됐다. 비전 선포식은 지난 9월 23일 오후 2시 대학본부 2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른 시간부터 참석자들로 붐빈 강당 로비에는 UNIST의 역사를 담은 사진이 전시돼 지난 18년의 발자취를 되새기게 했다. 2050년 UNIST의 미래를 그리는 구성원들의 인터뷰도 로비에서 상영됐다.
UNIST 신임 교원 3명은 이날 강단에 올라 자신만의 비전을 공유했다. 전기전자공학과 윤희인 교수는 학부 3기생으로 UNIST에 입학해 박사과정을 거쳐 교수가 된 자신의 여정을 소개하며, 앞으로 초저전력 반도체 회로 연구와 글로벌 반도체 연구 그룹 구축을 통해 인류의 삶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모교 교수라는 길을 걷고 있는 윤 교수의 포부는 UNIST의 지난 18년 성장과 앞으로의 25년의 도전을 상징적으로 이어주는 서사로 깊은 울림을 줬다.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박민규 교수는 기후과학자의 시선에서 기후변화가 인류의 가장 큰 도전임을 강조하며, 극한기상 연구와 미래 기후 예측 모델 고도화로 인류에 공헌하겠다고 다짐했다.
인공지능대학원 장영수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자로서 “퍼포먼스 경쟁을 넘어 인간과 AI의 협력과 공존”이라는 비전을 내놓으며, 물리적 로보틱스와 산업 AI까지 확장된 초지능 사회 실현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타임캡슐 세리머니였다. UNIST 3D프린팅센터가 제작한 캡슐에는 교수, 직원, 학생, 내외빈이 남긴 메시지와 함께 2025년의 UNIST를 상징하는 물품들이 담겼다. 25년 뒤 열리게 될 이 캡슐은 오늘의 다짐이 얼마나 현실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자, 또 한 번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11년의 비전 2030이 신생 대학을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끌어올린 청사진이었다면, 이번 비전 2050은 더 넓고 무거운 책임을 담은 계획이다. 단순히 세계 대학 순위 경쟁에 머무르지 않고, 초연결 지식 생태계, 글로벌 연구 허브, 탄소 네거티브 캠퍼스라는 구체적 목표를 내걸었다. 이는 과학기술이 인류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미래 세대와 반드시 완성해야 할 약속이다.
이를 위해 다시 뛰는 개척자 UNIST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개척자의 정신과 “We Are Pioneers!”라는 자긍심을 가슴에 품고, 다시 위대한 도약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