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날 이른 아침부터 캠퍼스는 가족 단위 관람객과 교복을 차려입은 학생들로 붐볐다. 광장과 공학관 로비에 마련된 110여 개 전시·체험 부스에는 많은 시민이 몰렸다. AI, 재생에너지, 반도체, 양자, 바이오, 로봇, 뇌과학 등 최신 연구 성과가 학생들의 설명을 통해 소개되자 전시장은 질문과 대화가 끊이지 않는 배움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 중 어린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로봇 강아지였다. 네 발로 자유롭게 걷고, 춤추며 꼬리를 흔드는 모습에 아이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졌다. “진짜 강아지 같아요!”라는 목소리와 함께 아이들은 연신 손을 흔들었고, 로봇은 그 움직임에 반응하듯 고개를 돌려 답했다. 공학도를 꿈꾸는 고교생들도 각 학과가 마련한 성과 소개 부스 앞에 모여 실험 장치를 직접 만져보고, 연구 성과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둘러봤다. 천상고등학교 2학년 배성헌 학생은 “UNIST가 집 근처에 있어서 늘 궁금했는데, 실제로 들어와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고,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연구 소개를 보면서 ‘나도 이런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전시를 둘러본 시민들은 캠퍼스 곳곳을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연구장비교육·지원처와 슈퍼컴퓨팅센터, 나노팹 등 주요 연구시설을 견학하며 첨단 과학의 현장을 가까이에서 확인했다.
이번 축전의 또 다른 매력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명사들의 특강이었다. 대강당의 400석이 매회 빈자리 없이 채워졌다. 첫날 이지영 UNIST 특임교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힘’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하며 청중의 공감을 얻었다.
둘째 날 무대에 선 이는 이세돌 UNIST 특임교수였다. 이 교수는 알파고와의 대국 경험을 들려주며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한계를 넓히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기회”라고 말했다.
공학관 앞 잔디밭은 축전 기간 내내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공간이었다. 낮에는 오징어게임을 콘셉트로 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이 열렸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구호에 맞춰 참가자들은 일제히 앞으로 달려가다, 구호가 끝나자마자 몸을 멈췄다. 이날 게임에는 UNIST 학생뿐 아니라 외국인 구성원, 가족 단위 시민, 그리고 특별히 초청된 사회복지시설 ‘혜진원’의 원생들도 함께했다. 저녁 무렵 잔디밭은 극장으로 변신했다. 푸드트럭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와 함께 돗자리를 깔고 앉은 시민들은 과학 영화를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둘째 날, 대강당에서 열린 과학 마술 콘서트의 무대에는 마술사 한영훈이 올랐다. 화려한 마술 속에는 착시, 굴절, 열에너지 이동 같은 과학의 원리가 녹아 있었다. 아이들은 직접 무대에 올라 마술쇼에 참여했다. 마술사가 ‘열에너지 이동’을 설명할 때 물을 담은 풍선을 아이의 머리 위에 얹고 토치로 가열하자 객석에서는 숨죽인 정적이 흘렀다. 풍선은 터지지 않았고, 아이는 긴장된 표정 끝에 안도 섞인 미소를 지었다.
이틀간의 축제는 짧지만 강렬했다. 전시 부스 앞에서 열정을 다해 설명하던 UNIST 학생들, 눈을 반짝이며 설명을 듣던 어린이 관람객, 돗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며 웃던 가족들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Science ON’이라는 부제처럼, 이번 축전은 단순히 과학의 스위치를 켠 것이 아니라 지역과 대학, 세대와 세대를 잇는 스위치를 켠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