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본관 B107호. ‘Media Center’라는 이름이 선명히 붙어 있는 이곳은 유니스테이션(UNISTATION: UNIST Broadcasting Station)의 편집실이다. 단순한 동아리가 아닌, 학교의 시간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방송국이며, 유니스트의 꿈을 함께 꾸고 그 숨결을 담아내는 뜨거운 심장들이 뛰는 공간이다. ‘영상, 라디오, 콘텐츠 하면 떠오르는 곳이 유니스테이션’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이들은 이미 학교 곳곳에서 신뢰받는 존재라고 한다. 입학 홍보 영상이나 비전 선포식 같은 굵직한 행사에서 제작을 맡아왔고, 그 결과물은 종종 UNIST 공식 채널에 게시되고 있다. 입학팀, 리더십센터 등 학내 주요 부서가 외주를 맡길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유니스테이션의 핵심 가치는 ‘기록’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내부에 남기는 보고서가 아니라, UNIST의 다양한 모습을 세상과 나누며 함께 살아 숨 쉬게 하는 콘텐츠를 완성해 가는 총체적인 과정에 가깝다. “강연이나 공연이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것이라면, 유니스테이션은 반대로 내부에서 외부로 학교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는 한 국원의 설명처럼, 이곳의 기록은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UNIST를 바깥과 연결하는 언어와 같다. 유니스테이션에서는 현재 약 40명의 국원이 함께하며, 저마다의 역할로 방송을 이끌어가고 있다. 촬영과 편집을 도맡아 학교의 순간을 영상으로 완성하는 영상부, 따뜻한 내레이션과 사연 낭독으로 이야기에 감정을 불어넣는 성우부, 그리고 타이틀·그래픽·스티커 등 시각적 요소로 콘텐츠에 색을 더하는 디자인부의 열정과 땀이 동력인 셈이다.
각각의 부서는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며, 보고 듣는 이들의 기억 속에 ‘UNIST人’이라는 정체성의 총체를 엮어낸다. 최근에는 학교 축제나 행사 현장에서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하며 라이브 방송의 묘미를 더하기도 했다. 현장에 직접 참여한 학생들의 목소리와 열기를 생생히 담아내면서, 단순한 기록을 넘어 모두가 함께 즐기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누군가의 대학 첫 시작을, 또 다른 누군가의 마지막 인사를 깊이 공감하며 그 열정과 설렘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그래서 그들의 영상은 언제나 ‘우리 학교의 이야기’로 생동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타임캡슐 프로젝트를 비롯, 스케치 코미디·웹드라마, 심지어 페이크 다큐와 같은 실험적 시도를 멈추지 않는 근거가 된다.
플랫폼 역시 다채롭다. 메인은 유튜브지만, 점심시간마다 교내 방송 시스템을 통해 흘러나오는 라디오는 학생들의 하루에 잔잔한 배경음을 더한다. 공식과 비공식, 기록과 실험, 영상과 라디오를 오가며, 유니스테이션은 UNIST 안팎을 잇는 가장 활기찬 통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장 이도현 학생은 처음, 단순히 “멋있다”는 생각으로 방송국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하지만 전임 국원들이 그랬듯, 곧 영상 제작이 얼마나 세밀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지를 알게 됐다고. 기획에서 촬영, 편집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 가운데 ‘팀워크’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유니스테이션에 대한 애정이 금세 깊어지기도 했다.
그 배움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나흘 동안 촬영과 편집을 압축해 마지막 날 상영해야 하는 실전 상황, 렌더링이 지연되면 즉흥적인 사회와 춤으로 시간을 벌어야 했던 긴장감 속에서도 스크린에 영상이 올라가고 관객의 탄성이 터져 나오는 순간은 짜릿한 보람으로 남곤 한다. 말하자면, 학생들의 열기가 그 치열한 작업을 즐기게 만드는 원동력인 데다, 간혹은 ‘낭만 스테이션’이라는 댓글 한 줄로 모든 수고에 대한 보상은 절로 이루어지는 느낌이라고. 유니스테이션이 학업과 병행하는 바쁜 일상속에서도 밤샘 편집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가 가장 잘하는 건 스케치 영상”이라는 자부심에서 비롯된다. 최근 회비를 모아 공용 카메라를 마련한 것은 그 자부심을 더욱 단단히 하는 계기가 됐다. 개인 장비에 의존하던 시절을 지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든 경험으로 유니스테이션의 또 다른 성장 기록을 남긴 것이다.
유니스테이션의 발자취 속에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학술정보관에서 진행한 타임캡슐 프로젝트가 그중 하나다. 시험 기간 동안 설치된 부스에는 학생뿐 아니라 교환학생과 외국인까지 찾아와 5년 뒤의 자신에게 메시지를 남겼고, 유니스테이션은 이를 봉인했다. 당시 국장을 맡았던 김대엽 국원은 “기록을 나누는 낭만을 함께 느꼈다”고 회상했다. 첫 대형 프로젝트였던 입학 홍보 영상도 빼놓을 수 없다. 높은 조회 수와 호응 속에서 편집의 즐거움을 확인했고, 이 경험은 국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물론 모든 기획이 현실이 된 것은 아니었다. 교내 소개팅 프로그램처럼 학생 생활과 밀착된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제작 여건과 학사 일정의 한계 앞에서 중단됐다.
그러나 실패는 또 다른 배움으로 이어졌다. 통학길에 들을 만한 플레이리스트 콘텐츠, 위트 있게 풀어낸 페이크 다큐 〈카페인 중독자의 삶〉 등 실험적인 시도로 활동의 폭을 넓힌 것. 해외 이벤트 영상 제작 기법을 벤치마킹하며 “스케치 영상만큼은 우리가 가장 잘한다”는 자부심을 다지는 것도 성장의 과정이다. 지금은 유튜브 구독자 1만 달성, 수천 명이 함께하는 립덥 프로젝트, 체험형 학과 홍보 같은 더 큰 도전을 준비 중이다. 유니스테이션의 바람은 단순하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송국, 언제든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존재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