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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PLEX Special Talk’ 개최
이세돌 9단의 알파고 대국 회상

지난 2016년,
바둑판 위에서 맞붙은 인간과 인공지능(AI)의 대결은 단순한 승부를 넘어 기술과 예술,
창의성의 경계를 새로 그린 사건으로 기억된다.
당시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이세돌 9단이
UNIST에서 그날의 생생한 경험을 들려주며 AI 시대 바둑의 의미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 글 _ 편집실   사진 _ UNIST
AI와 인간의 대결: 체스에서 바둑까지

지난 9월 26일, 학술정보관 1층 지관서가에서 이세돌 9단의 특별 강연이 열렸다. UNIST 구성원 및 울산시민이 참여한 이번 강연은 AI 시대 속에서 바둑과 과학·공학의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강연은 물리학과 김재업 교수의 사회로 시작돼 유춘상 교수의 토크 콘서트가 이어졌다. 이 9단은 사전 질문과 현장 질문에 솔직하고 깊이 있는 답변을 제시하며 청중과 소통했는데, 특히 생성형 AI를 활용한 미래에 대한 그의 비전은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재업 교수는 스스로를 ‘물리학자이자 바둑학자’로 소개한 뒤, “바둑 AI에 대해 말하려면 ‘체스’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AI 연구는 1980년대 전문가 시스템의 등장과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다.”면서 “AI와 인간의 첫 대결은 체스 경기였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해당 경기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6년 2월 10일 미국 IBM 인공지능 ‘딥블루(Deep Blue)’와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의 대결이다. 첫 시합의 승자는 딥블루였으나 총 6판의 대결에서 최종 승리는 카스파로프에게 돌아갔다(1승 2무 3패).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1997년 5월, 딥블루는 달라졌다. 성능이 향상된 딥블루는 ‘디퍼블루(Deeper Blue)’라는 이름으로 또 한 번 인간과의 시합 테이블에 앉았고, 6번의 대국에서 최종 스코어 3.5 : 2.5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세계 체스 챔피언의 자리는 아직까지 AI의 몫으로 남아 있다.

The Battle Between AI and Humans
알파고 대국: 바둑의 예술적 의미 재조명

바둑 세계에서 인간과 AI와의 대결이 있었던 것은 2016년 3월이다. 당시 구글 딥마인드의 컴퓨터 프로그램 알파고는 이 9단을 4대 1로 이기며 전 세계에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즉 알파고의 승리로 기존의 기계 학습을 넘어선 딥러닝 기술의 잠재력이 입증됐으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활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지난 9월, UNIST 강단에 선 이 9단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바둑을 학문이자 예술의 한 영역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한 뒤, “바둑 한 판을 마치 ‘둘이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 작품’으로 생각하며 임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알파고’라는 AI와 대결을 했고, 그 경험과 결과는 아직도 충격 그 자체인 채로 남아있다.”면서도 “이제 ‘바둑을 잘 두는 것’ 보다는 마치 예술과도 같은 ‘그 바둑을 만든 것이 바로 사람’이라는 사실에서 의미를 찾게 된다.”고 강조했다.
말하자면 이제 바둑을 단순한 승부를 가리는 게임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담아낸 하나의 예술적 표현으로 마주하게 됐다는 것. 이는 결국 8년 전 알파고와의 대결은 단순히 기술적 우위를 확인하는 자리가 아닌, 인간이 창조한 문화와 기술이 만나는 새로운 지평을 확인하는 기회였다는 이 9단의 농익은 고백과도 같다

‘신의 한 수’ 4국: 유연성과 창의성이 핵심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단순한 승부를 넘어, 인간 지능과 기술의 경계를 시험한 사건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바둑은 오랜 세월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 전략적 사고를 시험해 온 게임이자 예술이다. 하지만 알파고와의 대결로 인해 바둑의 이러한 전통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던 바다. 당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인간의 직관을 넘어서는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바둑판을 주도하며 4대 1로 승리했고, 이로써 인공지능이 단순히 ‘계산’을 뛰어넘어 창의적인 영역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에 대해 이 9단은 “바둑은 단순한 기술적 싸움이 아니라 심리적 교감과 전략적 교류가 중심이다.”면서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느낀 낯섦을 토로했다. 특히 1국에서는 초반 몇 수 만에 승부가 결정되며 인간의 직관과 AI의 연산 속도의 차이를 실감했다고 한다. 하지만 4국에서 기존의 정석을 과감히 버리고, 알파고의 약점을 공략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결국 승리를 이끌어냈다고. 이는 인간이 가진 유연성과 창의성이 기술의 시대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남아 있다.

“AI 포비아 줄이고 방향성 찾아야”

알파고와의 대결은 단순히 바둑계의 사건에 그치지 않았다. 이 9단은 “AI는 수백만 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 높은 수를 선택하지만, 인간은 감각과 경험을 통해 둔다.”는 말로 AI와 인간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이 차이는 단순한 승패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기술을 어떻게 수용하고 협력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결국, 해당 대결은 인간과 AI의 상호 보완적 관계를 탐구하는 계기가 됐다. 이 9단의 4국 승리는 그 자체로 인간 도전 정신을 상징하며, 이로써 AI가 인간의 도구로서 함께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이 9단은 이에 대해, “AI는 인간을 더 편안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 기술입니다. 뒤처지면 괴로우니 발맞추어 가되, 조금 더 할 수 있으면 약간 앞서가도 될 것 같아요. 지금 후발주자라는 느낌이 있는데, 일단 AI에 대한 공포심을 다소 없애면 우리도 선도국이 될 수 있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2016년 알파고의 등장 이후 사람들은 AI의 급격한 발전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점진적으로 사회에 스며들고 있을 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나 자율주행 기술도 기대만큼 완성된 상태는 아니다. 오히려 이 9단은 AI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이 법적·사회적 신중함과 결합해 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 지나친 규제와 두려움이 기술 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 9단은 “한국은 AI 분야의 후발주자이지만,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독자적인 전략을 세운다면 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며, “공포심을 배제하고 한국만의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번 강연은 UNIST 기계공학과가 주최하고 문헌정보팀이 주관하는 ‘UNIPLEX Special Talk’ 시리즈의 하나로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