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으로 산업화를 시작한 국내 제조업은,
1980년대 삼성·현대·LG 등 대기업의 성장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반도체·전자·자동차 산업이 고도화됐지만,
2000년대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업의 부상은 제조 분야의 성장세를 다소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AI 자율제조’로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는 등 제조업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에 UNIST의 정임두교수(기계공학과)와 임성훈 교수(산업공학과)를 만나
‘AI 기반 제조업의 패러다임’과 이를 통해 변화할 ‘미래 제조업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인공지능(AI)은 인간의 학습 및 사고 과정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하여, 기존의 선형적 계산만으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웠던 실제 산업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공부든 운동이든 특정 종목을 잘하기 위해 오랜기간 많은 경험으로 노하우를 습득하듯, 특정 분야 많은 경험을 데이터라는 형태로 인공지능에게 제공을 하면 해당 분야의 높은 지능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파급력은 상당히 큰 편이며 세계 각국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앞다투어 도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산업의 28%가 제조업으로 이는 미국이나 유럽보다도 높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이에 제조업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것은 실제 국가의 경쟁력과도 직결이 되어 있어, 대기업을 필두로 하여 중견기업, 중소기업들 모두 인공지능을 제조업에 접목하여 생산성을 증대하고, 품질을 향상시키며,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이 있는 울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자동차 산업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계공학과 교수이자 인공지능 대학원 교수로써 자동차 생산 장비와 같은 기계에 인공지능을 융합하여 생산성과 품질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금속 부품을 연속적으로 조립을 할때, 기존에는 전체 금속 부품의 불량도를 연속 대량생산 공정 중간에 빠르게 검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에 몇백 개 중 하나씩만 샘플로 꺼내어 10여분간 검사를 했는데,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불량들은 추후 완성품에서 품질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고, 이를 보정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진은 자동차 조립공정에 인공지능을 적용하여 200배 이상 빠르게 불량을 감지하게 함으로써, 몇개 샘플만 검사 하는것이 아닌 전체 부품을 모두 저비용으로 정확하게 검사할수 있게 하였고, 이는 품질 향상과 생산성 향상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기계공학자는 열역학, 동역학, 정역학, 유체역학의 4대 역학을 배우고 이해하며, 기계 시스템 수준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에 능숙하기 때문에 제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최근에는 기계가 인공지능을 만나 지능형 기계로 탈바꿈하는 중이라, 그 기계공학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딩을 잘 모르더라도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기계에 접목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등장하고 있어, 많은 기계공학자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로봇이라는 기계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사람과 대화하며 빨래를 개고, 요리를 하며, 청소도 하는 등 전에는 인간만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던 다양한 섬세한 작업도 하게 할 수 있습니다. 로봇의 손 부분을 인간이 잡고 특정 작업을 하는 방식을 학습을 시키면, 나중에는 그 작업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는 원리를 사용합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를 활용하여, 제조 공장에서 많은 부분 자동화가 되었음에도 사람의 손으로 할수 밖에 없었던 위험한 작업을 로봇이 하도록 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근로자가 인공지능 로봇에게 일하는 방식을 학습을 시켜, 잘 수행하도록 합니다. 이는 기존 로봇이 특정 동작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마치 사수가 부사수에게 작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충분히 사수에게 배운 로봇은 다른 로봇에게 다시 사수가 되어 빠르게 공장의 모든 로봇에게 지능을 전파합니다.
3D 프린팅 기술은 소재를 붙여 가며 만드는 원리를 사용함으로써 기존에는 제조하기 어려웠던 기계장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연구실에서는 눈에 끼는 콘택트 렌즈를 3D 프린팅으로 만듦으로 써 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이 증강현실로 나타나도록 하는 연구를 하여 최근 논문과 다양한 언론에 발표하였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까지 적용을 하게 되면, 아이언맨이 눈앞의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그들의 움직임을 감지하듯이 스마트 콘택트 렌즈 앞에 물체의 위치나 움직임까지 파악할수가 있게 됩니다. 이 연구결과도 곧 발표될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기존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3D 프린팅을 하는 기술도 개발이 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한층 한층 붙여가며 만들었다면, 이제는 볼륨전체를 한번에 붙여 수십초만에 3차원 형상의 부품을 만들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제조 기술도 고도화를 위해 인공지능이 활용이 되며, 가까운 미래에는 지금처럼 오래 기다려야 부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판기처럼 버튼만 누르면 금방 수초만에 원하는 부품을 받아 볼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듯 인공지능 기술은 기존 제조 기술의 생산성, 안정성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3D 프린팅과 같은 비교적 새로운 첨단 제조 기술에도 적용돼 더욱 향상된 미래 신기술 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의 연구 분야는 ‘스마트 제조’입니다. ‘스마트 제조’란 제품의 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든 생산과정을 ICT(정보통신)기술로 통합해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고객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 중심의 첨단 지능형 제조를 뜻합니다. 아울러 제조 환경이 ‘스마트하다’는 것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능적이고 유연한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혁신적인 접근 방식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장 자동화’와 ‘스마트 제조’ 모두 제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합니다. 하지만 공장 자동화는 주로 기계와 컴퓨터를 이용해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3차 산업혁명을 통해 인터넷, 그리고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사람의 수동 작업을 기계로 자동화하고, 제조 공정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반면, 스마트 제조는 제조업의 자동화 단계를 넘어 지능화를 이루는 개념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제조업의 핵심 개념이며, 제조 공정을 자동화함은 물론 AI, 빅데이터, IoT, 엣지 컴퓨팅 등의 기술과의 결합으로 제조 공정 전반을 지능화하고 최적화합니다. 더 나아가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예측을 기반으로 유연하고 민첩하게 생산라인을 조정할 수도 있으며, 고객 맞춤형 제품을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도 있습니다.
공장 자동화가 기존의 작업을 단순히 기계로 대체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반면, 스마트 제조는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제조 공정 자체를 혁신하고, 지능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제조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제조업은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시장의 변화에 맞서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때 AI는 제조 현장을 지능화하고 최적화함으로써 제품의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개선합니다. 아울러 비용 절감과 수익성 증대, 고객 만족도 향상, 혁신적 제품 설계 등 다양한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유도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로도 작용합니다. 그 결과 기업은 제조 환경을 더욱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품질 높은 제품을 일관되게 생산하며,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제조의 강점은 품질과 효율성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부산광역시의 한 친환경설비 제조기업은 저희 연구실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자외선램프 생산 공정에 AI를 적용하여 품질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습니다. 수명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자외선램프의 평균수명이 늘어났고, 시험 평가 비용은 크게 절감되었습니다. 또한, 울산광역시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도 저희 연구실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도어트림의 융착 공정에 AI를 도입하여 품질과 생산성을 한층 높이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이처럼 AI는 제조 공정을 최적화하고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핵심적인 기술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AI는 제조업의 혁신을 주도하며, 새로운 가치 창출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저는 이러한 가능성만큼이나 AI를 제조업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여러 어려움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AI 활용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기술적·인프라적 한계를 극복하고, 사람과 기술 간의 균형을 유지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합니다.
저는 AI와 같은 스마트 제조 기술의 발전으로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부 저숙련 일자리가 감소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흔히들 우려하는 AI의 발전으로 인한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와는 다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생산라인에 AI가 투입된다면, 작업자들은 단순 반복 작업 대신 AI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문제들을 해결하는 전문적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그러면 기존 제조업에서의 단순한 문제는 ‘데이터 품질’, ‘전문 인력 부족’, ‘레거시 시스템 통합’, ‘초기 투자 비용의 부담’, ‘사이버보안 위험’ 등의 고차원적인 문제로 확대됩니다. 이것이 바로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이 마주하고 있는 도전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조 데이터 품질 향상, 산학 협력을 통한인재 양성, 시스템 통합 역량 강화, AI 신뢰성 및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장기적인 디지털 전환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조성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AI와 디지털 전환, 그리고 스마트 제조에 대한 우리나라의 높은 관심과 투자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고, 이러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