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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호 대표의 창업 여정과 도전
혁신적 기술로 글로벌 무대 우뚝!


김건호 대표

지난해 CES에서 첫선을 보인 리센스메디컬의 ‘오큐쿨(OcuCool)’이
최근 FDA(미국 식품의약국)로부터 드 노보(De Novo) 승인을 받았다.
‘최초 승인’을 뜻하는 드 노보 승인은 새로운 헬스케어 기술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최초로 검토되고 그 표준이 확립됐다는 의미다.
이는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 등의 과정을 통해 그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해야만 성립된다.
국내 최초로 이 어려운 일을 해 낸 주인공, 김건호 UNIST 기계공학과 교수를 만나 창업 기업인 리센스메디컬의 성공스토리를 들어 봤다.
  • 글 _ 편집실   사진 _ 홍승진
연구와 창업, 삶의 유익을 위한 길

“배워서 남주랴.”라는 오랜 말이 있다. 공부는 좋은 학벌과 출세를 위한 통로이며, 그것을 통과해야 ‘성공’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채근이다. 그러나 “삶이란 자기 자신의 자아실현만을 위해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준비 속에서 좀 더 완성될 수 있는 것”1 이기에, 어쩌면 공부나 배움의 효용은 사회 혹은 인간의 삶을 유익하게 하는 데 있는지 모른다.
2013년 미국 미시건대에서 열전소재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건호 대표는 2016년 UNIST 교수로 부임하는 동시에 창업, 지금까지 리센스메디컬을 이끌어왔다. 유학 시절 다양한 실험과 의료기관에서의 경험으로 일찌감치 창업에 대한 마음을 키워왔던 바다. 논문으로 주목받은 일도 여러 번이지만, 어쩐지 기술이 누군가의 필요에 닿아 그 삶에 유익이 될 때의 기쁨이 더 컸음을 김 대표는 고백했다. 그리고 당시 지도 교수로부터의 “논문의 성과가 좋으니 교수직과 창업을 병행하라.”는 조언이 교원 창업을 하게된 계기였다고 귀띔했다.
“마침 미시간대에서 열린 발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창업에 대한 의지가 굳어진 때였어요. 직접 개발한 기술이 환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고는 ‘보람’이라는 감정이 한껏 강렬했던 때라, 뛰어들기 일보직전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교수님께서, 똑똑한 학생들이 창업에 뛰어들지만 그들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논문의 수준이 있으니 교수가 된 다음 창업을 하라는 권고였어요.”
김 대표는 그렇게 UNIST의 가족이 됐다.

1.
한동일, 『라틴어 수업』, 흐름출판.
김건호 교수 제공
UNIST가 보유한 글로벌 인적 인프라

UNIST에 입성한 김 대표는 자신의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에 본격 도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유익을 주는 여정을 시작했다. UNIST는 일반적으로 재직 3년 이후라야 허락되는 창업의 시기를 유연하게 조정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교수 창업 초기의 다양한 어려움을 면밀히 파악해 실질적인 프로그램으로 지원했다. 이러한 도움 덕분에 김 대표는 FDA와의 협의, 임상 디자인, 허가 절차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고, 마침내 ‘드 노보 승인’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UNIST의 지원으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와의 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 있어요. 리센스메디컬은 샌디에이고에 파견된 초기 기업들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때 소개받은 현지 전문가들의 말이 해당 기술은 전례를 찾기 힘들어 FDA의 의견을 직접 받아보는 것이 유리하다더군요. 2018년 10월 FDA와 대면 미팅에서 권고받은 것이 기존 사례가 없는 의료기술의 허가트랙 '드 노보' 였습니다. 이후 구체적인 전략과 미국 현지 임상시험 추진을 위한 협력병원 섭외까지 빠르게 진행됐어요. 신기술 의료기기로 미국 임상과 인허가를 추진한 국내 첫 번째 사례인 만큼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크죠.”
김 대표는 UNIST의 이러한 지원 덕분에 글로벌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었음을 믿는다. 그도 그럴 것이 UCSD에서 머무는 동안 비즈니스 디벨롭먼트, 안과 망막 전문의, FDA 인허가 전문가, 특허 변호사 등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으며, 이러한 인연은 또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연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도 그 협력은 유효하며, 더러는 ‘풀타임’으로 함께 한다고.
“모든 인연이 선물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인연은 임상 시험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왔고, 누군가는 인허가 과정 중 도움을 주었죠. ‘사람’이든 ‘정보’든, 혹은 FDA에서의 경력과 같은 어떤 ‘경험’이든, 그 인연들이 지나온 과정의 결핍들을 채워줬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 거예요. 그 계기를 UNIST가 만들어주었지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지만 저에겐 마치 안개 속처럼 막막하게만 느껴졌으니까요.”
이렇듯, 김 대표는 UNIST가 제공한 유연한 창업 제도와 글로벌 노출기회가 기술을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강조했다. 말하자면 ‘기술 개발’에 국한되지 않았고, 기술의 가치를 설득력있게 전달하고 싶은 ‘창업자와의 공감’에 기반했으며,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UNIST는 분명 김 대표의 든든한 조력자였던 것이다. 즉 ‘연구’를 “산업과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결하려는 UNIST의 혁신적인 비전과 체계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오큐쿨, 환자를 위한 노력에서 시작된 기술

드 노보 승인을 받은 오큐쿨은 김 대표의 핵심 가치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이는 안과용 급속냉각마취 의료기기로, 안구 자극과 외부 출혈을 줄이면서도, 기존 10∼15분이 소요되던 약물 마취 시간을 2분 내로 완료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냉각 기술에 처음 관심을 가진 계기는 대학 시절 전공을 통해서였다고 회상했다. 이후 박사 과정과 연구원 시절을 거치며 해당 기술과의 연이 깊어졌고, 논문과 다양한 협업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술 개발에 몰두하게 됐음도 기억해 냈다. 그리고 그 서사의 배경에 있는 경험 중 하나를 들려줬다.
“켈로그 아이센터(Kellogg Eye Center)라고, 미시간에 아주 유명한 안과 전문병원이 있어요. 임상실험의 첫 참여자였던 연세 지긋한 할머니 한 분이 오큐쿨 기술에 매우 만족하셨어요. 치료 과정 중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고, 무엇보다 환자로서 겪어야 할 고통이 줄어들어 유익했어요. 개발된 기술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창업의 계기가 된 사례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김 대표의 연구 방향에 중대한 전환점을 제공했다고 한다. 망막 전문의와의 논의 과정 중 당뇨병 및 고령화로 인해 매달 망막주사를 맞아야 하는 환자들의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접했으며, 그렇다면 환자들이 주사로 인한 고통과 공포를 줄이면서도 빠르고 안전하게 마취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했다. 또 그렇게 김 대표는 “기술은 사람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는 신념을 확립했고, 이제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로 “타인을 위한 준비 속에서 좀 더 완성되어 가는” 그 삶의 의미를 매 순간 확인해 가고 있다.

단순한 ‘이익 추구’가 아닌
‘사회에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리센스메디컬을 정직하게
운영해 가겠습니다

기업운영원칙: '정직'과 '공평'

김 대표에게 있어 ‘창업’이란 그것이 무엇이됐든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남에게 가치를 제공할 때”만의 그 정당성을 가진다. 그렇게 김 대표는 자신의 회사가 사회(소비자/회사구성원/주주)에 제공하는 ‘가치의 극대화’라는 기준 하에서 고민하고 회사를 운영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운영 기준이 여러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회사를 이끌어가는 가장 명확한 방향키가 된다고 밝혔다.
“저희 기술이 소비자, 환자, 의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그 혜택이 리센스메디컬의 투자자들과 주주들에게도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부가가치는 직원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하죠. 단순한 ‘이익 추구’가 아닌 ‘최대의 가치실현과 공정한 분배’라는 것은 회사 운영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리센스메디컬은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다.
[UNIST Magazine]도 김 대표의 ‘정직’과 ‘공평’이라는 가치 또한 ‘리센스메디컬’이라는 그 이름과 함께 오래도록 빛나리라는 것을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