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가 서로를 알게 된다면 그것은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
UNIST 헬스케어센터 안내 리플렛에 새겨 넣은 ‘게슈탈트 기도문’의 내용 중 일부다.
어쩌다 UNIST에 적을 두고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기를,
그리하여 모든 UNIST人의 삶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그 마음으로 센터를 책임지는 정두영 교수를 소개한다.
정보바이오융합대학 및 바이오메디컬공학과에 몸담고 있는 정두영 교수는 정신과 의사이면서 공대 대학원 연구실을 운영하는 다소 독특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임상의사로서 캠퍼스 구성원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 그의 주된 일이지만 틈틈이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 현장에 적용하며 융합적 시도를 즐겨 한다.
그 대표적 사례가 ‘iF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본상을 수상한 것에 얽힌 사연으로, 대학병원과 IT회사의 협업을 통해 ‘근로자 건강관리 서비스’를 내놓은 일이다. UNIST의 정보바이오융합대학원이 협력 연구를 하기에 좋을뿐더러, 헬스케어센터 운영도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KIST를 졸업(생명과학)하고 IT 회사 경험을 쌓은 뒤 다시 서울의대에 진학하는 등 관련 분야를 두루 경험해 온 이력 역시 그 공이 크리라.
헬스케어센터는 ‘과학의 무대’ 한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터치하는 공간’이다. 가정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건강관리실·상담실을 둔 이곳을 거점 삼아 정 교수는 주 1회 진료를 제공한다. 내담자는 8주간 무료로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필요시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더 치료가 필요하면 외부 병원으로 안내를 받는다.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 상담사를 만나거나 심리검사를 받을 수 있다.
UNIST가 학업과 연구 등으로 압박이 심한 ‘과학기술원’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헬스케어센터의 역할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고 정 교수는 여기고 있다. 소위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란 접근이 어려운 영역이거니와, 실제로 지난 2011년 한 과학기술원에서 잇따라 발생한 자살 사건은 UNIST 내부적으로도 경각심을 갖게 했던 바다. 게다가 불안 및 우울은 20대 전후로 가장 문제가 되는 증상이라 할 수 있는데, 바꾸어 말하면 20대 전후가 예방과 치료를 위한 최적의 시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인력 부족의 문제로 ‘주 1회’에 불과하더라도 정 교수가 ‘8주 동안’, ‘단계마다’, ‘융합적 접근’으로 관여하는 이유다.
연구와 프로젝트 결과로 성과를 내 왔던 정 교수에게 있어 ‘말하기’나 ‘글쓰기’ 작업은 일종의 숙제와 같았다. 반면 정신과 의사에게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적합한 순간 필요한 말을 효율적으로 꺼내 놓을 수 있는 자질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그것도 ‘직업적으로’ ‘딱딱하게’가 아닌 ‘공감하며 친밀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정 교수 역시 진료실 밖 일반 사람들에게도 그들이 궁금해 할 법한 내용을 알려주고 싶어진 때가 있었다고 한다.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볼 생각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역 신문사의 칼럼을 맡아 쓰게 됐고, 얼마 후 출판의 기회가 생겨 노란 표지의 책 『마음은 단단하게 인생은 유연하게』를 펴내게 됐다. 또 조만간 정신과의사들이 제안하는 대화법에 관한 책이 나올 예정으로, 정 교수는 이를 통해 조직의 성과를 위한 대화법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렇듯 이미 방송(‘세바시’) 및 유튜브(채널 ‘놀심’)를 오가며 여러 차례 알려진 정 교수는 어느새 ‘말하기’와 ‘글쓰기’에 통달해 있다. 책, 방송, 유튜브를 통해 정 교수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다. 곧 모든 사람들이 마음 단단하고 유연하게 살아가기를, 보다 가깝게는 모든 UNIST人들이 질풍을 겪을 때 보다 유연한 자세로 삶을 마주하며 단단해지기를 소망한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교육환경은 획일적인 동시에 경쟁을 부추기고, 각자의 생각과 고민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다가 대학원이나 직장에서는 그것을 따지듯 묻곤 한다. 마치 청소년기 삶과 그 이후의 삶에 적용되는 각각의 공식이 있는 것처럼. 이에 대해, 현재 “UCSF 의대 신경과 소속의 연구센터에서 디지털 형태의 명상과 뇌 전기자극의 동시 적용에 대한 임상시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정 교수가 해법을 제시해 왔다.
“세상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다행히 과거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도 여겨 주세요. 모든 것이 완벽한 유토피아도 없을뿐더러 삶은 자신에 대해, 그리고 세상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며 적절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