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시스템의 중심에는 CPU(Central Processing Unit)와 GPU(Graphics Processing Unit)라는 두 개의 중요한 부품이 있다. 모든 명령어를 해석하고 실행하는 CPU는 컴퓨터의 핵심 처리 장치이며, 그래픽 렌더링과 이미지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GPU는 다양한 병렬 처리에 사용된다. 이승환 졸업생은 어려운 연산을 손쉽게 해결하지만 메이저(CPU) 한 명에게 비싼 몸값을 주느니, 같은 비용으로 수천 명의 마이너(GPU)에게 기회를 주는 ‘컴퓨터 부품의 철학’에 끌렸다고 고백했다. 각 부품의 기능을 이해하고 비유적으로 생각해 보며, 기술 너머에 있는 인간의 사고와 사회적 구조를 이해하는 통찰을 얻었다고. 그때가 초등학생 시절이었다.
“똑똑하지만 몸값이 비싼 한 명의 교수보다는, 같은 값으로 수천 명의 초등학생을 고용해 사칙연산같이 간단한 연산들을 병렬 처리하자는 논리예요. 이를 공부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공학을 접했습니다. 중학교 때 정보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하며 이 분야에서 두각을 보일 거라는 생각도 해 봤지만, 전국 단위에서 보니 꿈에 불과한 이야기였죠. 이후 모든 공학의 근간인 기계공학으로 전향했고, UNIST에 진학하게 됐어요.”
이 졸업생은 잠시 “내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구나.”라는 자각에 좌절했던 때가 있었음을 털어놨다. 이후 기계공학을 선택하고 UNIST에 진학하게 된 것이 순서지만, 그 순서가 꼭 그때의 좌절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다만 울산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중고등학교를 다닌 그에게 UNIST는 자연스러운 선택에 가까운 셈이었다. 돌이켜보면 그저 진학 결정부터 이후의 모든 것이 기회이자 행운이었다고 그는 대답했다.
“UNIST에서 다양한 학문적 기회를 얻었죠. 특히 자유로운 분위기와, 권장되는 복수 전공 및 전과 제도가 제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어요. 그도 그럴 것이 ‘기계공학’과 포기했던 ‘컴퓨터공학’을 모두 공부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두 분야를 융합한 독특한 전문성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한 분야에서 대가가 되기는 어렵지만, 두 분야 모두에 정통한 전문가는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죠.”
이 졸업생은 학부 생활 동안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흥미로운 모든 것에 도전했다. ‘연구실 인턴십 3회’, ‘교원 창업 기업 참여 2회’, ‘4건의 논문 발표’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1건의 특허 등록과 장관상을 포함한 11건의 수상 실적도 냈다. 이 중 대부분의 활동이 의료, 교육, 치안과 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기에 이 졸업생은 “이러한 점이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하는 데 기여한 것 같다.”고 미루어 짐작하고 있었다.
2017년 UNIST에 입학, 기계공학사와 컴퓨터공학사 학위를 취득한 이 졸업생은 현재 포항공과대학교에서 MRI를 통해 획득된 ‘의료영상처리’를 연구하고 있다. “지도 교수님이 이직하셔서, 따라서 진학했거든요.”라며 아쉬움 가득한 얼굴을 하던 그는 “인공지능을 통해 뇌 주름(Sulci & Gyri)과 같은 대뇌 표면 형상을 분석하고 있어요.”라는 말로 이내 생기를 찾았다.
“대뇌의 주름 형태는 발달 장애, 퇴행성 뇌 질환, 정서 장애와 같은 다양한 뇌 질환과 연관이 있어요. 다시 말해 해당 질환들을 이해하고 임상 현장에서 사용할 지표(biomarker)를 발굴하기 위해 대뇌 주름들을 분류하는 기술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대뇌의 표면 데이터를 이용, 집단과 질병간의 집단 통계를 분석하기 위해 필수적인 정합기술을 개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졸업생에게 산다는 것은 수많은 선택과 마주하는 일과 같다. 앞으로도 숱한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겠지만 그는 과거의 그 선택이 최선이었는지 의심하거나 후회하지 않게끔 매 순간 신중하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자기신뢰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앞으로, 넓게 나아갈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으로선 학위를 마친 후 학계에서 원하는 연구를 주도적으로 하며 세계적 무대에서 활약하게 되기를 바라지만, 조금 더 소망해 보자면 사랑해 마지않는 울산과 UNIST로 돌아올 수 있기를 꿈꾸게 된다.
UNIST Magazine도 이승환 졸업생의 힘찬 여정과 그 꿈을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