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야의 지식과 기술의 융합이 이끌어낸 ‘혁신’에 익숙해진 지금은, 바야흐로 통섭의 시대다.
혁신은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일으키며,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UNIST의 탄소융합대학원 역시 “이종(異種)의 것을 엮어, 그 간(間)의 갈등과 논란을 잠재우고, 유의미한 해법을 찾는” 이른바 통섭의 장(場)이다.
지난해 ‘기업 경영진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주목받은 송창근 교수에게 경영진의 ‘기후위기 인식’이 어떻게 ‘기업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든 자연적인 변동이든 시간 경과에 따른 기후의 변화 ‘기후변화’, 기후변화가 인류와 생태계에 미치는 심각하고 긴급한 영향을 강조하는 ‘기후위기’, 인간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줄이고1) 흡수량을 늘림2)으로써 순배출량 ‘0’이 되게 하는 ‘탄소중립’. 송창근 교수에 따르면 이중 탄소중립은 특히나 어려운 주제다. 기후변화라는 과학적인 주제를 포함하면서도 ‘경제’라는 사회적 개념, ‘외교’라는 정치적 개념에 이르기까지 그 외연을 확장시켜 가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더욱이 과학적이고 환경적인 문제들은 어느새 사회적,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인 문제로 변모했으며, 과거 국가 간 협상과 제도 설정에 집중됐던 분위기는 2020년을 기점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즉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개별 기업들의 자발적인 동참으로 전환됐다.
이러한 가운데 송창근 교수는 “탄소중립은 경제 시스템의 변화를 필수 동반한다.”는 사실에 집중했다고 한다. 송 교수는 이에 대해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 시스템과 개별 기업들이 주도하는 경제 시스템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예요. 기업들이 탄소 중립을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게 됐다는 사실에서 그 근거를 찾았죠. 그런 만큼 기존에는 국가의 체제와 기후변화 협상에 관한 연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개별 기업들이 거대한 사회적 전환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펴보는 연구도 중요해졌고요.”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지난 해 발표된 ‘기업 경영진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위해 당시 경영학 박사과정 중이던 정하일 학생(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과 통섭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탄소 생산성’3)이라는 지표에 주목, 탄소중립을 기회로 여기는 기업과 위기로 여기는 기업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그 결과 탄소중립을 기회로 여기는 기업들은 탄소 중립을 비즈니스 모델 삼아 공격적인 미래 전략을 세우는 반면, 탄소중립을 위기로 여기는 기업들은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세계 100대 기업들의 분기별 컨퍼런스 내용을 텍스트화한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라고 한다. 송 교수는 이에 대해 “탄소중립을 기회로 여기는 기업들이 더 높은 탄소 생산성을 보였죠. 이들은 금융 위기 상황에서도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어요. 이것이 바로, 정보 비대칭성이 적기 때문에 기업이 가진 정보와 시장이 가진 정보가 거의 동일하게 공유되는 효과입니다. 반대로 탄소중립을 위기로 여기는 기업들은 정보를 감추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위기를 만나면 극복하기 힘들어지는 거고요.”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탄소중립을 사회적 전환의 대주제로 여기고 있었다. 따라서 국가 제도적, 법적, 물적 기반 위에서 탄소 배출 인증 제도와 같은 장치 활용, 기업 정보 열람을 쉽게 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송 교수의 요점이다. 다만 탄소중립을 기회로 여기는 기업들 사이에는 후발 주자들을 떨쳐내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다시 말해, 겉으로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지만 그 이면에는 국가와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과 전략이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탄소중립을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내세워 그들끼리의 보호무역주의를 형성한다는 것. 그런 만큼 탄소중립은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법적 제도적 장치, 시장의 변화, 대중의 수용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이에 송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우리나라에도 큰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철저한 부가가치, 미래에 대한 자신들의 발전 전략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 교수는 일반 대중의 인식 체계가 바뀌면 이 또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이행해 가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국제적 차원의 ‘변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더 나아가 현실 기반의 대책이 누락 없이
시행되도록 후방 연구에도 집중하고자 한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곳에서는 탄소 배출을 적게 하는 상품들이 선호돼요. 가격이 비싸더라도 비교적 탄소 배출량이 적은 상품을 소비하죠. 미국 산호세 같은 경우 거리의 차 중 30%가 테슬라입니다. 다른 메이저급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비싸고 성능은 좀 부족해도 보편적 가치에 대한 지불 의사가 있는 거예요. 사람들 사이 그런 인식이 자리 잡으면 ‘2050 탄소중립’, 가능하지 않을까요?”
송 교수는 이런 이유로 더욱 ‘통섭’을 생각한다. ‘에너지’, ‘대기 환경’, ‘기후변화’를 동시에 마주하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서 통합적으로 접근해 가려는 것이다. 더욱이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이행해 가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국제적 차원의 ‘변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더 나아가 현실 기반의 대책이 누락 없이 시행되도록 후방 연구에도 집중하고자 한다.
“에어컨 설치가 보편화되지 않은 시골 지역에서는 ‘여름나기’가 쉽지 않아요. 이때 마을회관 같은 공공의 장소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정책을 유도하는 것이 바로 제 몫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의 모든 산업과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후변화 적응’은 특히 취약계층에게 더욱 필요하니까요.”
더 나아가 송 교수는 우리 모두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무겁고 어려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미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상식처럼 이야기하며 살고 있듯이, 한 걸음 더 나아가 관심을 두고 찾아보고 공부하며 인식의 전환을 함께 꿈꾸어 보면 어떨까 하고. 결국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탄소중립이란 그렇듯 미래 세대의 지속 가능한 삶을 생각하는 개인적 가치를 기반으로 실현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그는 지난해 11월 말 발간된 『탄소중립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 연구: 탄소중립과 사회전환』을 통해 힘주어 말하고 있다.
“멀지 않은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미 닥친 또는 다가올 기후재앙의 경고가 얼마나 많았던가! 수만 년간 지켜온 지구를 산업혁명 이후 150년 만에 대재앙의 위기로 몰고 갔던 과거의 실수에 귀를 닫고, 과학자들에 의해 그나마 비교적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된 불안한 미래 모습에도 눈을 감는다면, 인간의 역사는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절대로 흐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