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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로부터 비상(飛上)하고
GIST에서 도약(跳躍)을 꿈꾸다


윤훈한 동문

‘날기’를 배우는 어린 새는 어미 새의 날갯짓을 수천수만 번 따라하며 성장한다.
둥지 밖으로 맥없이 떨어졌던 수많은 실패와,
이리저리 부딪히며 겪었던 좌절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비상’의 꿈을 이어간다.
그렇기에 시나브로 동산의 경계를 넘어 창공으로 나오게 됐을 때 그 세련된 날갯짓은 더없이 자유롭고 희망차다.
학문의 세계도 이와 같다.
끝없는 학습과 경험, 숱한 시도와 실패를 통해 깊이와 넓이를 더해가며 학자의 삶은 그렇게 익어간다.
  • 글 _ 편집실   사진 _ 조인기
UNIST로 시작된 ‘글로벌 과학자’의 여정

지난 2010년 UNIST의 새내기였던 윤훈한 동문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에서 소자물리를 주전공한 뒤 자연과학부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창공을 날 듯, 핀란드 알토대학교 전자및나노공학과와 핀란드학술원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으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GIST(광주과학기술원)의 반도체공학과 조교수로 임용된 그에게 UNIST는 학문의 요람과도 같은 의미다.
“입학과 동시에 UNIST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수한 기반 시설과 열정적인 학습 환경 덕에 연구 역량은 절로 갖춰질 것 같은 마음이었죠. 모든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고 유학생 비율이 높아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교류가 가능했습니다. 특히, 국제 기부 활동과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지역사회와 글로벌 문제 해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서서히 UNIST人으로서의 정체성을 내재화해 갔던 듯해요.”
UNIST와의 시간이 쌓여갈수록 윤 동문은 UNIST를 통해 우리의 삶을 세계와 연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 과학기술 선도 대학’이라는 표어처럼, 자신 또한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겠노라고 다짐한 것을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유년의 꿈, UNIST 인프라에 생동하다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느냐 묻자 윤 동문은 “여느 아이들처럼 커다란 로봇이 나오는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아이였다.”라고 대답했다. 다만 정의를 위해 싸우는 용사보다는 용사가 용사답게 싸울 수 있게 거대로봇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과학자’의 역량을 상상하며 설레었다고. 또 이를 알아챈 부모님은 그가 과학기술 분야의 다양한 도서를 접하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력했다고 한다.
“덕분에 창의력과 상상력을 마음껏 자극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중학생 때 교육청 소속 영재 학급에 선발돼 수학/과학 영재 교육을 받았고, 고등학교에서는 훌륭한 선생님들의 지도 덕분에 이공계에 대한 마음을 키웠죠.”
그런 그가 ‘물리학과 반도체 소자의 발전 간 상관성’을 접하고 공명했던 것은 어쩌면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지도교수로부터 UNIST에서의 첫 학기, 종강 시간에 들은 “과학기술 연구는 끊임없이 그 분야를 확장하면서 전통적인 경계를 넘나들고 있고, 특히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연구가 더욱 가시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라는 메시지는 그에게 명쾌한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한다.
“박기복 교수님의 일반물리학 수업이었어요. 교수님의 수업을 통해 큰 귀감을 얻다가 어느 순간 그러한 일깨움이 큰 울림이 되어, 대뜸 교수님을 찾아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찍이 연구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했던 저를, 교수님께서는 흔쾌히 연구실 구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하셨죠. 순식간에 연구 주제에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대학원 전공으로 이어졌고요. 반도체 소자 제조 공정 및 측정 기술을 미리 익힐 수 있었던 학부 연구생 시절의 경험부터가 모두 이후의 과정을 위한 단단한 기반으로 다져진 셈입니다.”
대학원 진학 후 그의 연구는 더욱 깊어졌다. 특히, 반도체 물리 연구에 몰두했던 박사 과정 중에는 여러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등 학업 성과도 냈다. 의문이 생기면 질문했고, 설명을 들으면 곱씹고 소화하면서 학문의 지경을 넓혀갔다. 윤 동문은 이러한 확장을 오롯이 UNIST와 지도교수의 공으로 돌렸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연구실에서의 경험은 질문하고 탐구하는 태도와 떼려야 뗄 수 없을뿐더러,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는 능력은 바로 그렇게 길러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반도체 물성을 기반으로 한 소자의 개발, 설계, 제조, 측정, 응용 등에 대한 학문이기에, 물리학, 화학, 전자공학, 재료공학 등 종합적 지식이 요구됩니다. 즉, 모든 학문 분야를 조화롭게 다룰 줄 알아야 하는 학문의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고, 이 분야의 연구는 다양한 학문과의 융합이 필수적이에요. 글로벌 협력을 통해 훌륭한 연구를 달성하는 수많은 사례처럼, 최고 권위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지에 게재한 제 최근 논문 역시 저를 포함하여 9개 국적을 가진 15명의 공동연구진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UNIST에서 글로벌 환경에서 다양한 협력 경험을 누릴 수 있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UNIST에서 핀란드까지 : 성장·성숙·확장의 시간

박사학위 이후 그는 ‘2차원 물질 기반 광전자 소자 분야’의 권위자인 Zhipei Sun 교수의 문하(門下)로 핀란드 알토대학교(Aalto University)에 합류했다. 말할 것도 없이 UNIST에서 쌓은 연구 역량이 십분 발휘됐다. 견고하고 짜임새 있는 연구 역량의 초벌 단계가 모든 순간 ‘지적 성장’과 ‘인간적 성숙’과 ‘연구의 확장’을 도왔음을 윤 동문은 확신한다.
“북유럽은 일과 삶의 균형이 환상적인 곳이에요. 그렇다 보니 세계 최고의 연구그룹에 속해 함께 활발한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개인적인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과정을 반추하고, 연구의 독창성U과 차별화 전략을 심사숙고할 수 있도록요. 이러한 연구적 기반을 갖추도록 천혜의 환경을 제공한 UNIST는 말하자면 제게 북극성 같은 의미입니다. 어디에 있든 갈 길을 잡아주는 방향키와 같아요.”

연구책임자라면 본인이 진행하는 연구의 내용을
쉬운 언어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저 또한 연구의 효용에 관한 질문에 언제든지,
그 학문적 가치와 파급효과를 충분히 설명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UNIST에서의 열망을 기억하며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 될 것

윤 동문은 지난해 말 GIST 반도체공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연구 주제는 “지금은 소자 구조 크기를 줄이거나 트랜지스터 수를 늘리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넘어 주어진 설치 공간 내에서 정보 밀도, 데이터 처리 용량, 에너지 효율을 모두 높여야 하는 반도체 기술이 필요한 시대”라는 인식에서 출발해 “응집 물질 내 특별한 양자 현상을 토대로 신개념 전자/광전자/양자 소자 응용을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적이다. 말하자면 최첨단 실리콘 반도체 기술을 넘어서는 ‘반도체 소자 연구’에 집중, 여러 재료를 통합적으로 다루면서 이들을 특정한 구조의 소자로 구현하는 ‘집적화 공정 기술’과 성능을 분석하는 ‘측정 기술’을 익힌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하드웨어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도를 제시·시연하는 연구로서, ▲인공지능 내장 센서, ▲모어 댄 무어 소자, ▲전자 양자 광학, ▲양자 상전이 등 4가지의 대표 연구 범주로 나뉜다. ‘온 디바이스 AI’·‘자율주행’·‘빅데이터’·‘초연결’·‘큐비트 플랫폼’ 분야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로 이해할 수 있다.
“연구책임자라면 본인이 진행하는 연구의 내용을 쉬운 언어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저 또한 연구의 효용에 관한 질문에 언제든지, 그 학문적 가치와 파급효과를 충분히 설명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UNIST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삶을 대하는 마음을 넓혀가며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로 성장하겠다는 순수한 열망을 상기하면서 말이에요.”
윤 동문은 이미 GIST 반도체공학과의 조교수로서 그 발돋움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줄곧 품어왔던 ‘연구를 통해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것’, 보다 먼저는 스승에게 받았듯 자신 역시 ‘이상적인 연구 환경과 분위기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끝으로, “그동안 주변의 응원과 도움을 받으면서 학업과 연구에 몰입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며 반도체 물리학을 공부하고 원하는 연구를 할 때마다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음이 자랑스럽다.”라고 털어놓는 그는 “언젠가 저와 같이 학업과 연구의 길을 택하신 모든 분이 각자 자신이 택한 학문과 수행하는 연구에 자부심을 느끼시길 바라고, 또한 어려운 과학지식을 대중에게 쉽게 풀어 전달해 과학의 대중화에 이바지하는 홍보 역할을 각자의 분야에서 수행하여 우리나라 이공계 기피 현상이 해소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