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기록적인 더위가 예고되는 가운데 폭염 발생 확률을 10일 전부터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UNIST 폭염연구센터의 이명인교수(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팀이 기상청 전 지구 앙상블 예측 시스템을 활용,
여름철 폭염 확률 예측 정보를 10일 전으로 확대함으로써 특보 발효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결과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다가올 폭염은 더욱 독해질 수 있다. 메마른 토양에서는 낮 동안 태양으로부터 전달된 에너지가 대기로 직접 전달되며 40℃ 이상 치솟는 기온이 훨씬 쉽게 만들어 질 수 있다.”
폭염연구센터장인 이명인 교수가 지난 2022년 7월 29일 모 지역 신문 칼럼을 통해 언급한 말이다. 그리고 지난 6월 폭염일수가 최악의 더위로 기록된 2018년을 넘어서면서 불과 2년 만에 이 교수의 가설은 확실시 되고 있다.
UNIST의 폭염연구센터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폭염 예보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17년 설립된 선도적인 연구기관이다.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의 이명인 교수와 차동현 교수, 임정호 교수, 경북대학교의 민기홍 교수, 부경대학교의 김재진 교수가 공동 책임연구자로 소속돼 있으며, 폭염 발생의 과학적 원리를 밝히고 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교한 폭염 예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질병관리청의 ‘여름철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 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당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8년 이후 가장 많은 32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자 또한 전년 대비 80.2% 증가한 2,818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56.7%가 열탈진 증세를 보인 것으로 보고됐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때 사람들에게 폭염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함으로써 적절한 대비와 조치를 취하도록 안내하는 폭염주의보는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유익하다. 그러나 폭염으로 인해 16명이 사망하고 2,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온열질환에 시달렸던 지난 2016년 폭염예측은 심각하게 빗나갔다. 이에 기상청은 그 이듬해 폭염을 더 잘 이해하고 예측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폭염연구센터를 지정, 보다 정확한 폭염 예측 정보의 제공을 독려해 왔다.
폭염연구센터가 개발한 이번 시스템은 예측 정보를 10일 전으로 확대해 특보 발효 시간을 확보해 주는 ‘중기’ 예측 시스템이다. 이는 기존 예보 방식보다 더 나은 성능을 자랑하는데 이명인 교수는 이에 대해 “폭염이 피크일 때 예측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은 폭염 시작일 또는 종료일 예측에는 비교적 한계가 있다는 사실과도 연결된다.”면서 “그러나 이번 연구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른 시기에 발달하면서 영남권지역을 중심으로 대폭염이 시작됐던 2018년의 사례를 일주일 전부터 정확하게 예측, 예측시스템의 실용성을 입증해냈다.”고 밝혔다.
이명인 교수의 말에 의하면 폭염으로 인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주로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이후 개발된 기술은 정부나 국가의 재난안전 컨트롤타워가 예측 및 예보 체계로 발전시켜 정책과 예보 체계로 구현, 국민의 편익을 증진하고 피해를 줄이는 데 활용하게 된다.
이명인 교수팀은 7월 현재 이번 폭염중기예측 기술이 정책과 예보 체계로 전환될 수 있도록 최종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향후 의사결정자들을 위한 정보 서비스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명인 교수는 이와 관련, “중기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북극 지역의 해빙 상태, 열대 바다의 해수면 온도 변화, 대륙의 토양 수분 상태 등을 모두 파악한 뒤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면서 “연구팀은 최근 폭염이 대륙의 건조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 이를 더 잘 예측하기 위해 인공위성이 관찰한 다양한 토양 수분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폭염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재해다. 기후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과 사망자가 점점 급증하는 만큼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따라서 이번 폭염중기 예측시스템 개발은 기상청 예보관들이 참고할 자료로 활용되며 실무에 도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한편 연구팀은 2주 전부터 폭염을 예측할 수 있는 예측 모델도 개발 중이다. 이 시스템은 지면과 대기의 상호작용이 폭염 예측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지면의 토양 수분과 최고 기온이 급격히 변하는 상황을 확인하고, 토양 수분 예측과 데이터 정확성의 개선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상청과 국립기상과학원이 지원하는 폭염 특이기상연구센터 사업을 통해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적 기상기후재해 학술지인 Weather and Climate Extremes 지에 지난 4월 4일과 5월 24일 연속으로 게재됐다.
과거 30년 정도의 평균적인 상태를 ’기후’라고 할 때, ‘기후변화’란 그 평균적인 상태가 변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를 “인간의 활동이나 자연적 변동성 때문에 생긴 수십 년 동안의 모든 기후상태의 변화”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 즉 위험기상(Extreme weather events)의 원인이 되어 ‘북극 해빙의 감소’, ‘남극 빙하 감소’, ‘해수면 상승’ 등의 현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여름철에는 폭염과 열대야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는 온열질환의 증가, 농작물 피해, 생태계 교란 등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준다.
세계경제포럼이 지난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 시대의 가장 큰 위험은 전쟁이나 테러가 아닌 ‘위험기상’, 즉 ‘날씨’다. 위험기상의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폭염인데, 한반도만 해도 폭염 및 열대야의 발생 빈도는 2000년대 이후 뚜렷이 증가해 왔다. 더욱이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앞으로는 더욱 강력한 폭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7~8월의 기온은 과거 50년 전 대비 1도씩 올랐다. 5월과 9월의 평균기온 역시 상승함에 따라 여름철은 길어졌으며, 이른 폭염과 늦은 폭염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