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는 소재-전극-전지-팩(묶음 전지) 순으로 제품화돼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에 적용된다. 이들 개별 기술은 독립적으로 연구·발전하고 있지만, 전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기술이 필요하고 서로 융합돼야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UNIST가 가진 독보적인 경쟁력이 빛을 발한다. UNIST에는 가장 많이 활용되는 리튬이온전지 관련 전문인력과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전지 연구인력이 많고, 팩 관련 경험을 가진 연구진 또한 포진하고 있다. 즉, UNIST는 전지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아우를 수 있는 교수진이 구성돼 있고, 연구 방향성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각 부문 간 연구실들이 활발하게 교류 중이라 협력 연구의 성과도 많다.
전지는 화학공학, 기계공학, 전기전자공학이 통합돼야 하는 융합학문이기도 하다. UNIST는 학부 3학년 과정부터 전기화학을 포함하여, 이른 시기부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포석을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학원 진학 이후에야 전기화학을 다루는 것에 비해 상당히 빨리 진도를 나가는 셈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배출된 전문인력들은 박사과정을 거쳐 연구인력으로 성장하기도 하고 다수는 전지기업, 전기자동차기업과 같은 에너지 분야 산업체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하게 된다.
이러한 UNIST의 활약과는 별개로 에너지 산업계의 인력 부족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UNIST의 커리큘럼이 주목받게 된 것 또한 우연이 아니다. 지금까지 UNIST가 주력해온 노력의 결실이다. UNIST의 배터리과학 전공의 교수진은 현재 ‘이차전지산업 인력양성사업’이라는 국가과제에 참여함과 동시에 산업체와 연계한 계약학과 트랙을 운영 중이다. 앞으로도 에너지산업을 이끌 특급인재를 양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이차전지산업 인력양성사업은 연간 25명 이상의 이차전지 관련 핵심산업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환경과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기 때문에 에너지 저장장치 관련 기술과 산업적 기반은 국가 경제를 이끌 핵심 전략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세계 시장을 이끌어갈 이차전지산업의 핵심인력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해당 사업의 비전이며 수행기관으로서 UNIST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최아름 대학원생,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최아름 학생이 해외공동연구를 위해 파견된 싱가포르의 난양공대(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NTU)에서는 열에너지를 전기화학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배터리-에너지 하베스팅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열 재생 전기화학 주기(Thermally Regenerative Electrochemical Cycle, TREC)’를 연구했다. 그 결과는 2021년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이와 더불어 소듐 이온 배터리의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에서 배터리의 양극 물질을 기존의 유기 전해질이 아닌 고농도 수계(water-in-salt) 전해질을 사용했을 때 성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결과는 2022년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되고 국내에 특허 1건을 출원했다. 다음은 수상자 최아름 학생과의 일문일답이다.
A. __ 해외공동연구가 진행된 NTU 전기전자공학과 이석우 교수님과 저희 연구팀은 오랫동안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교류해왔습니다. 현재 이석우 교수팀이 연구하는 분야가 에너지 하베스팅인데요. 제 연구주제인 ‘소듐 이온 배터리 시스템의 양극물질 및 열에너지 하베스팅 시스템 연구’와 연관이 있다 보니 이현욱 교수님이 에너지인력양성사업 해외파견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천을 해주셨어요.
A. __ NTU에는 연구실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박사후과정(postdoc) 연구원입니다. 덕분에 그분들의 연구 경험이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연구할 때 문제해결을 위한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한 편이라 연구 역량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특히 화학공학과 재료공학을 전공한 저와 달리 연구실 구성원분들이 대부분 기계공학 전공자였거든요. 연구경력이 높고 낮은 차이에 연연하지 않고 전공이 다른 부분에서 오는 의견을 많이 존중해주는 분위기였어요. 파견 연구실의 박사님들이 종종 제 의견이나 해석을 물어오기도 하고 전공자로서의 제 의견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어요. 한 명의 연구원으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A. __ 제가 연구한 내용을 다른 분야에 응용하며 연구 분야를 넓히고 싶습니다. 연구가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편견 없이 알아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다양한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할 것이고요. 이번 에너지인력양성사업을 통해 해외파견의 기회를 경험한 것도 제 연구 분야를 넓히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 낯선 경험의 기회가 왔을 때 피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면서 제 목표를 향해 나아갈 계획입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해야겠다고 결정한 순간, 저는 평생 공부하며 발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졸업한 후에도 항상 제가 궁금한 것을 공부하고 싶고, 그렇게 지낼 생각입니다. 더불어 어느 곳에 제가 위치하든, 꾸준히 성장하고 싶고 그러한 제 모습을 스스로 좋아할 수 있는 삶이 살아가고 싶은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이찬희 대학원생,
한국에너지술평가원장상
이찬희 학생은 미국 조지아공과대(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 파견됐으며, 압력 센서를 활용해 황화물 고체전해질과 리튬 메탈 음극 사이에 발생하는 계면 부반응을 비파괴 방식으로 규명했다. 그 결과는 2021년 국제학술지 ‘에이씨에스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에 게재됐다. 이와 더불어 엑스선(X-ray)을 활용해 부반응을 시각화한 연구로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 황화물 전고체전지 음극의 합금 반응에 따른 압력 거동을 분석해 ‘줄(Joule)’, 가압 조건에 따른 단락 거동을 규명하여 ‘에이씨에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앤 인터페이스(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에 다수 논문을 게재하는 등 우수한 연구성과를 거뒀다. 다음은 이찬희 학생과 일문일답이다.
A. __ 석사 과정 동안 해수전지에 들어가는 산화물 고체전해질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고체전해질 물질 연구를 해외에서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조지아공대의 매튜 맥도웰(Matthew T. McDowell) 교수님은 황화물 고체전해질 연구의 선두주자로서, 제가 가고 싶은 곳 중 하나였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해외에서 공부하는 좋은 기회를 얻었고, 해당 교수님과 연락해 공동연구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A. __ 제가 파견됐던 실험실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미국계, 인도계, 아시아계, 히스패닉계, 유럽계 등 사람들이 모여서 그들의 문화와 아이디어를 아주 가까이에서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1학기마다 나들이도 가면서 모두 친해졌고 자연스럽게 연구분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이디어를 공유했어요. 특히, 제가 파견된 학과는 기계공학과라 기계공학적인 지식을 많이 기를 수 있었습니다. 전기화학적인 지식에서 잠시 벗어나 배터리에 대해 기계학적으로 접근하고, 공학적으로 셀을 직접 설계해보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극적이었던 제가 적극적으로 바뀌었고 또 외향적인 사람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덕분에 한국에 돌아와서는 주도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전고체전지를 설계하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A. __ 최근 전고체전지는 꽤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연구했던 황화물 고체전해질을 중심으로 회사에서 많은 연구와 상용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박사과정이라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후에 더 심도 있는 지식을 토대로 회사에서 전고체전지 및 차세대 전지 상용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에너지인력양성사업이 해외 시장과 인력, 인프라 등을 직접 겪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고,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해외에서도 이 분야를 선도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습니다. 걱정스러웠던 파견이었지만, 이것이 결국 기회로 바뀌고 좋은 결과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의 힘을 경험해봤기에, 앞으로의 도전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또 다른 기회와 결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