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의 보람은 무엇일까? 준비된 마술을 시연한 뒤 깜짝 놀라는 관객의 표정을 볼 때가 아닐까? 처음에는 가까운 친구를 간단한 동전 트릭으로 속이고, 이후엔 현란한 카드 기술을 연마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그리고 2016년 정식동아리로 등록되며 UNIST 유일의 마술동아리 ‘조커(JOKER)’가 시작됐다.
“소규모로 친구들끼리 마술 모임을 갖다가 인원이 늘어나면서 회칙도 정하게 되고 동아리 신청까지 이어졌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약 17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에요.”
동아리장을 맡은 이시우 학생은 아주 많은 인원이 활동하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회원이 모이고 활동이 이어져가는 동아리라고 설명했다. 특히 트릭 마술의 특성상 손에 완전히 익히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연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꾸준함은 마술에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마술공연을 가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 ‘어디 한번 해 봐라, 내가 속나 보자’하는 눈으로 마술을 보게 되잖아요. 기본적으로 의심이 깔려 있는 거죠. 그 눈초리를 이겨내고 완벽하게 속이려면 마술사는 얼마나 많이 노력해야 할까요? 절대 들키지 않기 위해 연습, 연습, 또 연습인 거죠.”
기교나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관련 책도 많이 나와 있고, 유튜브 등에 동영상 자료도 많다. 또 기회가 될 때는 선배들이 직접 가르쳐주기도 한다. 오랜 준비가 필요한 마술보다는 간단하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쪽으로 집중하고 있다.
“아직은 큰 기구나 장치가 필요한 무대 마술은 접근하지 못하고 있어요. 대신 소규모 공연마술 중심의 기술을 배우고 시연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동전이나 카드 마술이 가장 대표적이에요.” ‘조커’는 정기적으로는 아니어도 꾸준히 관객과 만나는 시간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술은 보여주기 위해 하는 ‘공연’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시험기간이 끝난 후 학생회관 앞에서 게릴라 공연을 펼치거나 동아리실에 초청해 공연하는 등 만남의 기회를 늘려가는 중이다. 우연히 ‘조커’ 동아리원들의 마술공연을 만나게 된다면 기꺼이 속을 준비를 하자. 그게 마술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마술은 그 원리를 모르기 때문에 막연히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원리를 깨닫고 보면 쉽고 간단한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은 길거리에서 불특정 관객을 대상으로 1대1 방식의 클로즈업 마술을 시연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콘셉트의 마술 크리에이터들의 인기도 높은 편이다.
“처음엔 다들 어렵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직접 해보는 게 중요해요. 손끝이 무디거나 동작이 느린 편이라면 조금 더 힘들긴 하겠지만요. 그래도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요. 동아리원들과 함께 배우기 때문에 서툴러도 차근차근 배우다 보면 어느새 제법 그럴싸한 손놀림을 갖게 될 테니까요.”
사실 이시우 동아리장을 비롯해 현재 활동기수인 ‘조커’ 멤버들은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거리두기 정책으로 대면활동을 거의 할 수 없었다. 신입생 선발도, 동아리 활동도 거의 ZOOM을 통한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그럼에도, 자주 대화하고 서로 응원하며 동아리가 정체되지 않도록 함께 힘썼다. 그리고 ‘조커’에 대한 외부의 관심도를 높이고, 동아리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술 외에도 타로카드를 함께 배우고 있다.
“우리끼리 모여서 스터디 하고 마술을 배우는 것도 재미있지만 좀 더 동아리를 알릴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거리로 나가서 마술공연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저희 마술을 보고 싶어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었으면 했거든요. 그렇게 고민하던 중에 타로카드를 배워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타로카드는 호기심으로 배우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꽤 진지하게 배우고 있다. 보통 타로점을 보러오는 친구들은 걱정이나 고민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제대로 공부해서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타로점은 사실 재미로 보는 거긴 한데, 그래도 거기서 용기를 얻거나 조금이라도 고민이 해소될 수 있다면 서로가 만족스러울 수 있잖아요. 물론 그것 외에도 타로카드 자체가 재밌어서 더 열심히 배우는 것도 있어요. 마술도 타로카드도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아요.”
‘조커’의 지향점은 하나다. 상대방을 재미있게 해주는 것. 대단한 마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눈속임에 놀라고 웃음 짓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과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마술은 어색한 순간을 정말 마법처럼 사라지게 해준다. 그러니 ‘조커’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주저할 필요 없다. “심심한데 마술이나 보러 갈까?” “오늘은 타로점 한번 볼까?”,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오면 뜻밖의 재미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을 위해 ‘조커’ 친구들은 속고 속이는 기술, 마술을 연마하고 있다.
동아리장 이시우 학생
(물리학과 2학년)
코로나 시기를 지나오면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동아리를 더 활발하게 운영하고, UNIST 학우들에게도 더 많이 알릴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역시 만나는 횟수를 늘리는 것밖에 없겠더라고요. 우선 올해가 가기 전에 소규모 공연을 열고, 내년부터는 대회도 참여해보려고 해요. 울산국제마술대회, 부산국제마술대회 등 참여 가능한 부문에 도전하면서 동기부여를 하려고요. 목표를 가지고 역량을 키우는 것도 목적이지만 꼭 수상하지 않더라도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에겐 추억이 될 테니까요.
아직 UNIST에 마술동아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앞으로 진짜 열심히 활동할 테니까 많이 지켜봐 주세요. 공연 일정이 잡히면 동아리연합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지하고, 교내 홍보 포스터도 부착할 거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조커’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요. 마술이 배우고 싶고, 타로카드에 관심이 있는 학우분들은 언제든 찾아와주세요. 우리 같이 즐거운 거짓말의 세계에 빠져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