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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희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2022 제21회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시상식에서 구강희 에너지화학공학과 조교수가 펠로십 부문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로레알코리아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후원하고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이 주관하고 있으며,
펠로십은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신진 여성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구 교수가 지금까지 적용되지 않은 새로운 구조의 고분자를 개발해 온도, 빛, 염분 등 환경의 변화나
특정 물질의 생분해 시 색상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한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고분자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열다

과학의 여러 영역 가운데 고분자는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있다. 가장 가깝게는 포장 용기, 비닐 등에 활용되는 플라스틱이 있고, 의류를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합성 섬유와 직물도 고분자에 속한다. 이렇게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만큼 고분자는 다양하고 그만큼 연구 중인 분야도 많다.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건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결국, 고분자에 관한 기존 연구를 기반으로 그 속에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것들이 없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구강희 교수는 대신 차별화 된 연구 방식으로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내고 있다. 고분자뿐만 아니라 액정이나 콜로이드 등을 포함하는 연성 물질(soft material)까지 다룰 수 있는 ‘에멀젼 툴(emulsion tool)’을 이용하는 것. 이를 통해 3차원적인 접근이 가능하고 유연성 있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에멀젼은 우유처럼 액체가 다른 액체에 콜로이드 상태로 퍼져있는 것을 말해요. 보통은 섞이지 않는 성질의 두 액체가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완전히 섞이게 만들 수도 있죠. 또 시간에 흐름에 따라 다시 분리되기도 하고요. 이런 유연한 특성을 활용해 고분자의 다양한 특성 변화를 끌어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21회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에서 주목한 것 역시 에멀젼 툴을 활용한 결과물이다. 고분자의 특성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한 것이다. 이 센서는 구조색(빛의 흡수, 반사, 투과에 의한 간섭 효과로 생기는 색)이 빛이나 온도 등 외부자극에 따라 나타낼 수 있는 색 변화 또는 생분해성 고분자가 생분해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색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뿐만 아니라 단순히 색 변화를 감지하는 것을 넘어 변화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로 연구를 진화시키고 있다.
“고분자의 구조변화를 통한 소재개발도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 연구팀은 브러쉬 형태의 새로운 구조의 고분자를 에멀전 툴에 적용해서 하나의 독립적인 광 특성을 보이는 길쭉한 입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길쭉한 모양 덕분에 회전성이나 방향성에 따라 색이 바뀌는 현상을 갖게 됐는데요, 동식물이 가지는 구조색처럼 색소를 함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방향성 등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색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광퇴색(색바램) 현상도 없고, 원하는 성능에 맞춰 색 발현도 가능해지는 것이죠.”
이 기술은 향후 스마트 윈도우 페인팅과 같은 영역에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블라인드가 방향을 조절해 빛의 투과를 차단할 수 있는 것처럼 입자를 조절해 색상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구강희 교수은 향후 입자 조절 방식을 좀 더 깊게 연구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성장하는 과학자, 지혜로운 지도자 되고파

지금까지는 색 변화 중심의 연구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계면을 연구해 고분자의 더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싶다는 게 구강희 교수의 바람이다. 그중 생분해성 고분자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플라스틱과 같이 환경에 유해한 물질을 생분해 가능한 물질로 대체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고분자는 물질일 뿐이고 결국 어떤 계면(기체상, 액체상, 고체상 등의 3상 중 인접한 2개의 상 사이의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주목해야 해요. 화장품의 쿠션, 파운데이션 같은 것들도 계면에서의 변화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것이거든요. 한국 로레알이 제 연구에 주목한 것도 연구 방식이나 지향점이 화장품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해요.”
구강희 교수의 시야는 이보다 더 넓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계면 연구를 더 깊이 있게 해나가다 보면 다른 분야와의 공동연구, 산학협력 등도 더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2월에 UNIST에 부임해 왔는데, 얼마 되지 않은 기간임에도 이곳이 얼마나 연구에 진심인 곳인지 알 수 있었어요.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환경이 잘 갖춰져 있기도 하고, 또 공동연구가 정말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어요. 저 역시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들과 활발한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과학자로서 연구 분야에 몰입하고, 기술을 발전시켜나가며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면 교육자 혹은 연구팀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구강희 교수가 지향하는 바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현명하게 판단해줄 수 있는 지지자가 되어주고 싶다고.
“저도 학생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럴 때 지도교수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은 더해주고 고민과 걱정은 덜어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구강희 교수는 연구에 몰입해야 하는 신진 과학자이면서 이제 막 9개월 된 아기의 엄마이기도 하다. 가정과 학교 모두 양립할 수 있는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과학자이자 여성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렇게 과학자로서도 지도자로서도 그리고 어머니로서도 주저 없이 또렷한 걸음을 걷는 중이다.

  •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은
    더해주고 고민과 걱정은
    덜어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