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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탄소중립 국제 심포지엄

기후위기로 말미암은 탄소중립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과제이다. 전 세계가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가능하게 만드는 역할은 단연 과학의 영역이다.
국내외 친환경 에너지 개발과 저탄소 신성장 산업에 관한 산학연 연구 성과는 현재 어느 지점까지 도달해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해줄 세계적인 명사들이 UNIST로 모였다.

공적 개최를 위한 사전 준비

UNIST와 울산경제자유구역청이 주최하는 ‘2022 탄소중립 국제 심포지엄’이 지난 11월 10일 UNIST 본관 경동홀에서 열렸다.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이라는 부제를 달고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관련 최근 연구 동향과 정책 지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심포지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준비가 차근차근 이뤄졌다. 우선 울산광역시와 울산경제자유구역청, 울산테크노파크, 울산 내 관련 기업체 등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세계적 산업도시 울산이 국내 탄소중립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략적 기초 여건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함께 힘을 모았다. 심포지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탄소중립 관련 국내외 우수 연구자들을 모집하는 일에도 박차를 가했다. 친환경 에너지 재활용 연구에 성과를 보인 연구자와 탄소중립 관련 산학연 연구동향 발표를 맡아줄 연사 등을 추천받거나 모집했다. 특히 행사의 개최 목적이자 주제를 소개하고 그 시작을 알리는 기조강연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자 前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역임한 스티븐 추(Steven Chu) 스탠퍼드대 교수가 내정되며 화제를 모았다. 한편, 행사 당일 현장에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관련 업체 등을 섭외해 홍보 부스를 운영하는 등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한 준비가 이뤄졌다.
여러 기관과의 협력에 UNIST가 적극적으로 대응한 덕분에 국내외 유수 대학 연구자들과 에너지기업가들의 참여가 확정되고, 행사 주제에 맞는 발표과제도 선정됐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 드디어 11월 9일 리셉션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2022 탄소중립 국제 심포지엄’의 문이 열렸다. 한편, 심포지엄이 진행되는 동안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중계도 함께 이뤄졌다. 울산경제자유구역청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션별 강연을 누구나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 가장 뜨거운 연구 성과가 한자리에

‘2022 탄소중립 국제 심포지엄’의 본 행사는 총 2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오전 세션에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 에너지 재활용 연구>를, 오후 세션에서는 <탄소중립 시대를 향한 산학연 연구 동향>을 주제로 열렸다. 전체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기조강연은 스티븐 추 교수가 진행했다. 추 교수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직접 현장을 찾지 못해 아쉬워 했지만, 실시간 화상 연결을 통해 강연을 이었다.
기조강연의 주제는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방안(Climate Change and Innovative Paths to a Sustainable Future)’이다. 추 교수는 2009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역임했을 당시부터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화석 연료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대체에너지와 핵에너지에 관한 연구를 지지해왔다. 이미 그 이전에 연구자로서도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를 냉각하고 가두는 연구에 성공해 199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기조강연에서 ‘기후변화는 이미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며,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는 취지의 내용을 통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후 오후에는 대중강연도 이뤄졌다.
스티븐 추 교수는 참석자로 자리한 UNIST 학생 및 예비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과학자로서의 여정(My Random Walk in Science)’을 주제로 강연했다. 수학과 물리학에 매료됐던 어린 시절부터 벨연구소에서 기초연구에 매진했던 순간, 기후와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계기 등 자신이 걸어온 길을 통해 과학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 그리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 등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펼쳤다.
이밖에도 각 세션에서 인상적인 강연이 펼쳐졌다. 오전 세션에서는 전기화학과 태양에너지 변환 등을 연구하는 위스콘신-메디슨대 최경신 박사와 바이오매스 변환, 태양에너지 등을 연구하는 뉴욕주립대 임규 박사 등이 참석했다. 최경신 박사는 <전기화학 및 광전기화학을 이용한 생물자원의 변환(Electrochemical and Photoelectrochemical Biomass Conversion)>, 임규 박사는 <재활용 물질에서 일어나는 태양에너지 매개 화학반응(Solar-Driven Chemical Transformation in Renewable Materials)>을 강연주제로 삼았다. 각 강연 이후에는 참석자들과의 Q&A를 통해 발표자와 관객이 소통하고, 강연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 “기후변화는 이미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며,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

    스티븐 추 교수

오후 세션에는 UNIST, KAIST, 중앙대, 한국화학연구원(KRICT) 등 국내를 대표하는 연구기관의 연구 동향을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특히 가스발효기술의 글로벌 리더이자 신재생에너지 개발 전문기업 ‘LanzaTech’의 공동창업주 션 심슨(Sean Simpson)이 강연자로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션 심슨은 <순환경제 활성화 : 폐기물 배출을 통한 탄소네거티브 연료 및 화학제품 생산(Enabling a Circular Economy: Carbon-Negative Fuel and Chemical Production by Eliminating Waste)>을 주제로 오후 세션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C1가스의 화학원료 전환을 위한 아세토젠 미생물 시스템 및 합성생물학 기술(KAIST 조병관 교수)>, <이산화탄소로부터 화학원료 생산 기술의 현주소(중앙대 윤성호 교수)>, <울산의 바이오플라스틱 R&D 및 산업화 현황: 대량생산에서 매립시설까지(KRICT 오동엽 연구원)> 등 외부 초청강연이 이어졌다.
UNIST에서도 다양한 연구주제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폐목재를 이용한 청정 수소 생산(류정기 교수)>, <플라스틱의 촉매화학적 전환 기술(안광진 교수)>, <친환경 탄소 촉매기반 바이오 연료 및 요소 제조(권태혁 교수)> 등 UNIST가 지향하는 산학연 연구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미래를 위한 약속, 탄소중립

2018년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Special Report: Global Warming of 1.5℃)』를 통해 산업화 이전 대비 2017년 온도가 약 1℃ 상승한 관측치를 보여주며, 이는 인간 활동에 기인한 것임이 명확하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관의 『2021년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Climate Change 2021: The Physical Science Basis)』에서는 온난화가 현재 속도로 진행될 경우 2021~2040년 사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1.5℃를 초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5℃를 넘어설 경우, 해수면 상승, 섬 수몰, 생태계 파괴, 식량 위기 등 여러 재난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이상기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 탄소중립을 향해 가고 있다. EU를 시작으로 독일, 영국, 일본, 우리나라 등에서 2050~2060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를 상향하는 등 탄소중립은 전 지구적 흐름이 된 지 오래다.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 이번에 열린 ‘2022 탄소중립 국제 심포지엄’은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가져야 할 방향성에 대해 다소나마 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산학연 그리고 정부와의 효과적인 협력을 통해 미래세대가 지구촌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 추정치

    ·온실가스 배출량 SSP2-4.5(중간 성장) 기준

    rect평균온도 상승폭

    출처: IPCC(2021) 자료 재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