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기후예측 불확실성
줄인다
--
도시환경공학과 차동현 교수팀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생성부터 소멸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이례적이었다.
기후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기후변화는 과학적으로 자명한 사실이고, 이례적 재해기상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기후 불확실성의 시대, 차동현 도시환경공학과 교수팀은 수치모델링을 이용해 기상재해 현상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재해기상 예측의 기반기술 연구하다

날씨는 실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비가 올지 안 올지, 날씨가 추울지 더울지, 태풍의 경로가 어디를 향할지, 모두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더욱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날씨의 특성상 3일 이상의 기간이 넘어가면 사실상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다. 대기의 지배방정식이 비선형 방정식계, 즉 너무 다양한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수학 계산처럼 정확한 답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날씨 예보는 결정론적 예보와 확률론적 예보로 나뉘는데 ‘비가 온다, 안 온다’로 말하는 것이 결정론적 예보, ‘비가 올 확률이 몇 퍼센트라고 하는 것’이 확률론적 예보에요. 사람들은 확실한 것을 원하기 때문에 확률론적 예보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나 지금 수준에서는 결정론적 예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확률로 접근할 수밖에 없어요, 다만 이 확률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할 수 있죠. 저희가 하는 연구가 바로 그것이고요.”
도시환경공학과 차동현 교수팀은 태풍, 폭염, 폭설, 폭우, 가뭄과 같은 기상재해 현상을 수치모델링으로 예측하고, 모델링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정확도가 높을수록 기상재해 현상 예측치 값을 오차 없이 구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특수 지형을 반영해 수치 모델링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기상청과 협업을 통해 한국형 수치 모델의 예측 개선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모두가 알다시피 기상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집중호우나 태풍, 가뭄 등은 생명과 재산의 피해를 발생시키고 전기, 가스와 같은 기간시설의 복구 비용도 발생하니까요. 만약 지금보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면 충분히 대비해서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어요.”
차 교수팀은 단기예보의 정확성 향상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기후변화도 연구하고 있다. 바로 100년 뒤의 한반도 기후변화 예상 시나리오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수치 모델을 이용해 100년 뒤 기상재해가 어떻게 변화할지 그 추세를 예측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적 관점의 연구는 정확한 일기예보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효용 가치를 가진다. 이미 기후변화에 민감한 산업 분야에서 차 교수팀의 기후예측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농업의 경우 강수량이나 온도변화가 아주 중요한 요소잖아요. 재해기상의 미래변화를 예측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앞으로 농작물의 변화, 어떤 작물의 농사가 적절할지 여부, 치수와 이수의 물 관리까지 모두 예측·관리가 가능해져요. 또 재해기상의 지역별 분포도 조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해당 지역 자치단체나 기업들은 발생 가능한 재해에 사전 대응을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기도 하고요. 다양한 분야, 다양한 연구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더 가치 있는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기후변화에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기후변화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자연 변동성과 합쳐져 더 큰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온난화가 기후변화라고 한다면 엘리뇨, 라니냐 같은 현상은 자연 변동성에 해당한다. 자연 변동성은 말 그대로 어떤 주기를 갖고 계속 바뀌는 자연현상이다. 엘리뇨, 라니냐뿐만 아니라 북극진동, 태평양 10년 주기 변동성, 북대서양 변동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9월 초 우리나라를 스쳐 간 태풍 ‘힌남노’는 온난화와 라니냐가 결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보통 엘리뇨와 라니냐는 1~2년의 주기를 두고 뒤바뀌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3년 연속 라니냐의 해에요. 라니냐는 서태평양의 수온이 훨씬 높아지는 현상이기 때문에 태풍이 우리나라 방향으로 거의 오지 않아야 하는데 2020년 아주 이례적으로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5일에서 1주일 간격으로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이 연이어 우리나라를 강타했죠. 거기다 올해 힌남노는 이례성으로 가득했어요. 태풍이 생긴 위도가 북위 25도보다 위쪽이라는 점, 보통 이동 방향이 북서쪽인데 남서쪽으로 이동한 점, 한반도로 북상하면서도 규모가 약해지지 않고 더 강해진 점 등이 그렇습니다.”
차동현 교수는 이러한 기상이변은 결코 힌남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차 교수가 참여하고 있기도 한 UN 산하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7년마다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행하는데, 여기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힌남노와 같은 슈퍼태풍의 수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지난 60년간 300제타줄, 그러니까 히로시마 원폭 44억 개를 한꺼번에 터트린 것과 같은 에너지를 바다가 흡수해왔다고 밝혔다. 그만큼 해수온은 상승할 수밖에 없고 태풍의 에너지원 역시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기후변화는 거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기업이나 정부가 그들의 이익을 위해 기후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일종의 음모론이라고 본 거죠. 하지만 여러 전문가의 연구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변화를 체감하고 있잖아요. 그 극명한 현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전염병도 기후변화에 기인한 것이라고 봐요.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극지방의 얼음이 계속 녹으면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지게 될 수도 있죠. 이 과정들이 다 기후변화인 것입니다.”
지난 2015년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연간 온도상승 폭을 1.5℃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정했지만 차 교수는 지금과 같은 추세면 4~5℃ 이상 올라갈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인류가 적응하기 힘든 수준이며, 종의 변화까지도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미래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차동현 교수팀은 정확한 예측이 결국 실효성 있는 정책 혹은 대응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더 고도화되고 집적화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격자화한 수치 모델의 해상도를 계속 높이고, 수치 모델의 초기 조건을 업그레이드하는 기술도 만들고 있다. “지도의 격자가 수백㎞일 때보다 수십㎞일 때 지형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듯이 수치 모델의 해상도를 높여 격자를 수㎞까지 줄이면 모의할 수 있는 날씨 현상들 역시 늘어나겠죠. 모의 현상 외에 변수들은 물리 과정 모수화를 통해 고도화해나갈 수 있고요.”
더 정확하고 세밀한 날씨 예측을 위해서는 수치 모델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초기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초기 조건이 나쁘면 결과 역시 이상한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예측 결과가 부정확해지는 것이다. 좋은 초기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한 관측자료가 필요하고, 관측자료를 모델에 대입할 수 있는 기술도 있어야 한다. 차 교수팀은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위성 자료, 레이더, 항공기 드랍존데(Dropsonde), GPS 등이 관측자료라고 할 수 있는데, 기상청과의 협업 등을 통해 다양한 관측자료를 수집하고 있고, 이를 수치 모델 초기 조건으로 활용하도록 자료동화기술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나라만의 재해기상 현상 발생 특성에 특화된 기상예측 기술을 갖추기 위함입니다.”
‘기상청 체육대회 날도 비 온다’는 농담이 생겼을 만큼 날씨를 예측하는 일은 어렵고 불확실한 일이다. 기술의 한계뿐만 아니라 기후 자체가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특화된 기상예측이라 하더라도 인접국가, 더 넓은 범위의 대기, 해양의 상황 등의 조건이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엄청난 양의 수치를 계산하고 수치해석 기법을 이용해 분석하고 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태풍, 집중호우, 폭염, 한파와 같은 재해기상 현상은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찾아올 거예요. 대비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피해를 비껴갈 수 없을 테고요. 우리의 연구가 이러한 피해를 줄이고, 안전하게 버텨낼 수 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요. 덧붙여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도 환경을 생각하는 활동들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봐요. 작은 실천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꼭 유념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