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3진법 AI 반도체로
초저전력 고연산효율을
실현하다
터넬(Ternell)

2016년 알파고의 등장 이후 인공지능 시장은 큰 전환기를 맞이했다. 스마트 단말기에 음성 명령어를 넣고 수행하는 방식의 인공지능은 이제 일상화됐고, 스마트센서, 자율주행자동차, 로봇 등 다양한 시도와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 시대에 필요한 반도체는 무엇일까. 전기전자공학과 김경록 교수팀이 그 해답을 찾았다.
김경록
‘터넬’ 대표(전기전자공학과 교수)
“반도체가 상호 연결되면서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처리하는 속도를 높이면서 바로바로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마치 인간이 여러 움직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처럼 멀티태스킹도 가능해지겠죠.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 기술이라 할 수 있고, 터넬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기도 합니다.”
회사 이름이 ‘터넬(Ternell)’인데, 무슨 뜻인가요?

A. __ Ternary Neuro-electronic Cell의 약자입니다. 기존의 0, 1로 이루어진 2진법(Binary)의 그 다음이 바로 0, 1, 2 또는 -1, 0, 1로 이루어진 3진법(Ternary)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희는 후자의 방식을 차용했습니다. Neuro-electronic Cell은 말 그대로 신경전자세포란 뜻인데, 인공지능의 가장 기본 단위라는 뜻으로 새롭게 만든 단어입니다. 즉, 지금까지는 2진법의 영역에서 설계됐던 인공지능 반도체의 체계를 3진법 기반으로 최적화하는 방식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또 이를 양산 가능한 반도체 칩으로 만들어내는 기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3진법 중에서도 -1, 0, 1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__ 그냥 숫자적으로만 봐도 0, 1, 2는 1에서 2로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에너지도 증가해요. 저희가 지향하는 기술은 저전력 고효율이었기 때문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반대로 -1, 0, 1이 되면 필요한 에너지도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전력이 거의 흐르지 않는 에너지 수준에서도 가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반드시 인터넷이 연결돼야 AI를 활용할 수 있는 한계에서 벗어나서 오프라인 상태인 엣지(Edge)단에서 직접 저전력으로 AI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니까 활용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죠.

그렇다면 왜 3진법이어야 하는 건가요?

A. __ 알파고가 바둑 하나 두는 데 170㎾h 정도 에너지를 썼어요. 전기밥솥으로 치면 6만 5,000개를 가동시킬 수 있는 에너지량이죠. 그에 반해 이세돌은 0.02㎾h 정도밖에 안 썼어요. 단순 계산만으로도 알파고가 이세돌보다 8,500배 더 많은 에너지를 쓴 거예요.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로봇은 2진법 기반인데 인간의 뇌는 3진법 수체계를 가지고 있어요. 여기서 오는 차이를 절대 줄일 수가 없는 것이죠. 만약 2진법으로 그만큼의 정보량을 집적하려면 반도체 칩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져야 해요. 인간의 뇌가 10의 14제곱 정도의 페타스케일 정보를 집적하는데, 이를 2진법으로 구현하려면 칩의 크기가 웨이퍼 지름 수준인 30㎝나 돼요. 칩 하나가 그 정도면 하드웨어의 크기가 얼마나 커야 할까요? 상용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죠. 그런데 이걸 3진법으로 만들면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요.
이런 방식이라면 4진법, 5진법이 더 좋지 않느냐고 질문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반도체 칩에는 노이즈 마진이라고 상태를 구분할 수 있는 밴드가 있는데, 3진법이 되면 2진법보다 이 밴드의 갭이 줄어들어요. 4, 5진법이 되면 더 줄어들겠죠? 간단히 생각해보면 시야각이 좁아지면 무언가를 찾기가 더 어려워지잖아요. 마찬가지로 밴드가 줄어들면 에러(error) 수정작업 등을 할 때 더 세밀한 작업이 필요해질 테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별도의 칩 설계로 보완해야 하는 것이죠. 무언가를 더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스템에 부담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실적 문제들을 모두 놓고 봤을 때 상용화 가능한 가장 효율적인 체계가 바로 3진법인 것입니다.

현재 반도체 크기에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가 들어갈 수 있다는 건데, 가장 기대되는 변화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__ 2진법 반도체의 문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를 집적시킬 수 없다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누설전류에 의해 과도한 열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칩이 녹아버려요. 우리가 전자기기를 오래 쓰면 열감을 느끼게 되듯이, 전자제품은 언제나 과열문제를 동반합니다. 즉, 지금의 반도체에 정보량을 더 늘리려면 칩의 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보니 현재 테스트 중인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트렁크 전체를 가득 채우는 수준의 장비를 실어야 해요. 그렇게 큰 장비를 싣고 다니는데도 모든 기술을 구현하고 있느냐, 그렇지도 못 해요. 일례로 사이드미러에 이미지센서가 달린 카메라를 설치해서 촬영된 이미지를 사이드 미러에 송출해주는 CMOS Image Sensor(CIS) 카메라 기술의 경우 사각지대가 없도록 구현해주는 획기적인 기술이지만 자율주행자동차에 적용하려고 하면 또 추가 장비가 필요해요. 지금도 충분히 많은 장비가 탑재돼 있는데도 말이죠. 만약 저희가 계획하고 있는 수준까지 칩 개발이 이뤄지면 자율주행자동차 안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하드웨어 하나면 충분해요. 트렁크에 짐을 한 가득 싣고 다니는 차를 사려고 할까요? 보이지 않는 곳에 설비가 숨겨져 있고 모든 공간을 쓸 수 있는 차를 사려고 할까요?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되려면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상용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터넬에서 개발한 AI 3진법 반도체는 결국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실현 가능하게 만든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보면 될까요?

A. __ 전자공학은 기본적으로 상용화를 기반으로 해요. 아무리 뛰어난 신기술이라 할지라도 실제 제품으로 나오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많은 정보량을 집적하는 데에만 집중하지 않고, 크기와 노이즈를 줄이는 방식을 고민했던 거예요. 지금까지 사물인터넷(IoT) 기술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전자기기를 연결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3진법 반도체는 AIoT 즉, 모든 전자기기가 인공지능을 갖고 상호 연결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할 겁니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자동차뿐만 아니라 스마트자동차, 전기자동차 등을 이루고 있는 모든 부품이 모두 반도체로 이뤄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해당 반도체가 상호 연결되면서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처리하는 속도를 높이면서 바로바로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마치 인간이 여러 움직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처럼 멀티태스킹(Multi-tasking)도 가능해지겠죠.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 기술이라 할 수 있고, 터넬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AI 3진법 반도체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요? 앞으로의 로드맵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으신가요?

A. __ 현재 파운드리에서 28nm급의 칩을 구현했고, 이를 통해 3진법 상태에서도 반도체가 잘 만들어진다는 걸 검증했어요. 앞으로 페타스케일 정보가 들어가는 웨이퍼 칩을 3㎝× 3㎝까지 만드는 게 목표에요. 목표달성을 위해 1년에 두 번씩 파운드리에서 검증하고 있고요. 2025년까지 상용화에 이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팰리스(Fabless) 업체들은 디자인 특허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제조 특허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용화로 가는 단계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터넬의 비전, 앞으로의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A. __ 파운드리를 통해 우리가 구상한 디자인이 실제 제조 가능하다는 것을 검증했기 때문에 더욱 진화된 기술을 향해 갈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뇌를 모방할 수 있는 수준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비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희가 가진 원천 기술은 전력밀도를 낮추면서도 정보량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고, AI 인공지능 반도체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기술입니다. 앞으로 메모리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면서 인공지능의 수준,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