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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정확성과
효율성으로
다중 암 진단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다

UNIST
Start-up

㈜퓨리메디

우리나라 암 진단 정확도는 매우 높다. 그런데 다양한 암을 조기에, 쉽고 간단하게, 저렴하게 진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퓨리메디에서 개발한 ‘다중 암 진단 소프트웨어’가 이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 글. 편집실   사진. 한유리
이동용
㈜퓨리메디 대표
(바이오메디컬공학과 학생)
혈액 1㎖로 11종의 암을 91%의 정확도로 진단

암은 여전히 인류가 정복해야 할 대상이다. 미국 정부가 1971년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암 퇴치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지 50년이 지났다. 미국암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폐암 사망률은 최고치보다 44% 낮아졌으나 췌장암, 식도암, 뇌암 등의 사망률은 1971년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국내 사망원인 1위는 수년째 암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사망자의 27%가 암으로 사망했다. 이에 정부에서 암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 경부암, 폐암 등에 대해 검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율을 높이고 사망률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폐암, 난소암, 담도암의 경우 생존율이 평균 30% 미만이나, 1~2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을 90%로 높일 수 있다.
현재 암 진단의 표준 방법은 조직 생검이다. 조직을 채집하기 위해 내시경이나 주삿바늘 등의 도구를 이용해 목표 조직에 침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 방법은 의사는 물론, 환자에게도 부담이다. 또, 종양 조직이라고 해도 채집 위치에 따라 생물학적 특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조직 생검을 해도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최근 진단 분야에서 주목받는 게 액체 생검이다. 혈액, 소변, 척수액 등을 이용해 암 또는 다양한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침습적인 진단을 간단히 채혈로 대체할 수 있어 진단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중 주목받는 곳이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에 재학 중인 이동용 대표가 설립한 ㈜퓨리메디다. 퓨리메디가 자체 개발한 ‘다중 암 진단 소프트웨어’는 혈액 1㎖만으로 11종의 암을 91%의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는 암 검진 사업은 6대 주요 암에 한정돼 있고, 일반인이 암을 조기 진단하기에 기존 진단법은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비용 또한 비쌉니다. 영상의학 검사의 경우 혈액 검사, 검진 예약, 금식, 조영제 복용, 수면제투약, 내시경, 영상 판독을 거쳐 최종적으로 조직 생검을 진행하거든요. 더욱이 모든 장기 조직에 대해 조직 생검이나 영상 검사를 시행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폭넓은 암종에 대해 쉽게 간단하며 저렴하게 선별 진단하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 다중 암 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퓨리메디가 추구하는 기술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1기나 2기 등의 조기에도 진단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는가. 둘째, 파킨슨병이나 당뇨와 같은 기저 질환에서도 진단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는가. 셋째, 여러 암이 동시에 발생했을 때 암종 분류가 제대로 가능한가 등이 그것이다. 퓨리메디는 이를 위해 기존 암 검진에서 주로 사용하는 종양 표지자(Tumor Marker)가 아닌, 대사체에 주목했다. 암세포와 인체 내 정상 세포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대사체를 통해 암세포가 가진 특수한 기전을 파악해 암 유무를 파악하는 원리다. 즉 암세포를 염증세포라고 할 때, 염증은 정상 장기 조직을 공격해 조직을 분해하는 기능을 하고, 그 과정에서 장기마다 서로 다른 특수한 ‘비율’의 패턴이 나타난다. 퓨리메디는 이 같은 염증 마커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염증 종류를 분류해 암 유무를 판별하고, 장기마다 다른 특수한 비율의 패턴을 통해 염증의 위치를 파악해 암 위치를 판별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퓨리메디가
자체 개발한
‘다중 암 진단 소프트웨어’는
혈액 1㎖만으로
11종의 암을 91%의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다.”

쉽고 간단하며 폭넓게 암 진단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퓨리메디를 설립했으나, 이전부터 창업팀을 이끌며 개발자이자 CEO로서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2017년 안전을 위한 위험검출 센서, 농약 검출을 위한 마스크 등을 개발했으며, 이듬해에는 UNIST 학생창업팀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산업안전 관리 시스템을 들고 실리콘밸리로 날아갔다. 당시 제품은 안전보건공단 등에서 제공하는 산재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산업현장의 위험 요소를 알려주는 시스템이었다. 이후에는 혈액 성분을 검출해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휴대용 혈액 성분분석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에서의 활동은 이후 이 대표가 퓨리메디를 창업하는 계기가 됐다.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멘토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히고 기업의 역할과 시장에 필요한 아이템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다중 암 진단 소프트웨어 개발로 이어졌다. 퓨리메디를 설립하고 기업 행보를 본격화한 것이 지난해일 뿐 이미 수년 전부터 준비하고 연구 개발을 완료해 임상 테스트까지 거쳤다는 얘기다. 실제로 퓨리메디의 다중 암 진단 소프트웨어의 평균 91%라는 높은 수준의 진단 정확도는 서울의과학연구소 임상시험센터 등을 통해 임상 현장에서의 유효성을 검증받은 수치다.
퓨리메디가 이처럼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인적 자원이 그만큼 탄탄하기 때문이다.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주진명 교수가 CTO로 암진단 기술을 총괄하고 있으며, UNIST 생체재료 및 중개의학 연구실 문진희 연구원 등 다방면의 인재가 포진해 있다. 퓨리메디는 이 같은 경쟁력을 토대로 지난해 신용보증기금 퍼스트펭귄에 선정됐다.
앞으로 다중 암 진단 시장은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 악성종양에 대한 선별검사 시장이 2023년 9,200억 원 규모로, 미국의 경우 약 3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에도 다중 암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적인 레퍼런스는 이미 존재했다. 다만 상용화되지 못했을 뿐이다. 이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진단 정확도가 높지 않고 효율성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60~70% 혹은 80% 정도의 진단 정확도로는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없으며, 또, 대장암의 경우 1시간 내 처리할 수 있는 검체가 20건, 최대 70건 안팎인데, 이처럼 낮은 수준의 효율성도 문제라는 것이다. 이것이 91%의 높은 진단 정확도에 1시간 내 약 400건의 검체를 처리할 수 있는 퓨리메디가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