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 교수가 이끄는 방사선 및 의료지능 연구실은 방사선과 원자력 기반 지식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방사선을 이용해 촬영한 의료영상에 필요한 품질 개선, 각종 분석 등을 위하여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질병의 진단은 물론 치료에 있어서도 방사선은 꼭 필요한 요소로 꼽힌다. X-Ray나 CT(Computed Tomography, 컴퓨터 단층영상) 영상으로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진단할 수 있다.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높은 방사선(X-ray)을 이용한 방사선 치료는 수술 및 항암화학요법과 더불어 3대 암 치료법 중 하나다. 8명의 연구원과 4명의 외부 협력연구원이 함께하는 방사선 및 의료지능 연구실은 ‘CT 영상에서의 인공음영 제거 기술’, ‘주요 장기 자동분할 기술’ 등 임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및 여러 협력기업과 공동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방사선으로 암을 치료하려면 먼저 CT 영상을 분석해 치료 영역과 보호해야 할 주변 장기의 영역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존에는 이 과정을 의료진이 직접 일일이 손으로 그려서 분할했어요. 저희는 현재 암 치료에 필요한 주요 장기 영역을 자동으로 분할해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미 유의미한 성과를 얻어 논문화를 앞두고 있지요.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치료 계획을 좀 더 빠르게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의료 인공지능 분야의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이 되는 의료 데이터가 중요하다. 하지만 의료 데이터는 환자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연구를 위한 사례를 모으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 이지민 교수 연구팀은 인공지능으로 뇌종양 환자의 MRI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해 인공지능 기반 뇌종양 연구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의료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연구를 이어가려면 데이터가 많이 필요합니다. 병원마다 환자 셋업이나 촬영 프로토콜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기관의 다양한 데이터들을 한데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하나,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메디컬 헬스케어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느끼는 고충일 겁니다. 그래서 고민하던 와중에 인공지능으로 뇌종양 환자의 MRI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는 환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고 무한대로 생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생성된 데이터를 오픈해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고요. 뇌영상에서 시작해 점차 다른 장기를 촬영한 영상으로도 발전시켜 나가려 합니다.”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성장에 대해 모두가 눈부신 미래를 상상하지만,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산재해있다. 사례 수집에서부터 임상에서의 활용에 이르기까지. 이지민 교수는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는 다양한 연구를 이어 나가려 한다. 물론 일련의 과정을 통해 좋은 연구자를 성장시키는 것 또한 지도교수로서의 사명이다. “저희 연구실에서 강조하는 세 가지는 정직, 성실, 겸손 입니다. 소통과 배려를 기본으로 한 협력 정신 역시 융합 연구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고요. 무엇보다 환자 분들의 데이터를 다루고 있기에, 기본이 되는 가치를 자주 되새기려고 합니다. 연구를 위해 의료 정보를 제공해주신 환자들께 감사하는 마음 또한 늘 기억 하려고 하고요.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효율화와 최적화를 이뤄내고, 환자와 의료진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결국은 사람의 생명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기에 연구자로서의 기본 정신을 잃지 않으려 한다는 이지민 교수 연구팀. 기존의 의료 시스템이 인공지능과 만남으로써 가져올 변화뿐 아니라,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위한 큰 그림까지 그려내는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아서 C. 클라크가 1979년 발표한 SF 소설 〈낙원의 샘〉은 한 엔지니어가 ‘궤도 엘리베이터’ 건설에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소설 속 주인공은 가슴에 ‘코라’라는 알람 장치를 부착하고 일하는데, 이 기계는 심전도를 모니터하다 위험 징후가 나타날 때마다 필요한 약을 권하거나, 긴급 상황에 자동으로 구급차를 호출하기도 한다. 환자의 생체 정보를 분석해 질병의 징후를 판단하고, 지금 꼭 필요한 약을 처방받는 일. 병원을 쉽게 찾기 어려운 도서지역 주민이나 꾸준한 건강 관리가 중요한 중증난치질환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기술이다. 의료 분야에서는 이와 같이 방대한 의료·바이오 빅데이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켜 환자 맞춤형 예후 진단 및 약물 추천 모델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이를 아우르는 정밀 의료 시대의 도래를 기대하고 있다.
이정혜 교수가 이끄는 데이터마이닝 연구실은 보건의료뿐 아니라 각종 산업과 경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되는 예측 분석 및 데이터 프라이버시 및 보안을 위한 최적의 알고리즘, 시스템 및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중 최근 가장 몰두하고 있는 주제는 만성골수성백혈병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 의정부을지대병원의 김동욱 교수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맞춤형 약물 처방 최적화 인공지능 개발이다.
“예전과는 달리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획기적인 신약 개발로 현재는 약물 치료를 통해 관리될 수 있는 질병인데요. 1세대 치료제인 이매티닙을 시작으로 현재는 4세대 약물까지 개발되어 있습니다. 적절한 약물과 용량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자칫 부작용과 심각하게는 생명에 지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환자의 기저질환, 현재의 몸 상태를 고려하여 약물을 선택하고 용량을 조절하는 처방에 대한 판단을 의사의 노하우에 의존해왔죠. 하지만 인공지능이 이러한 의사들의 노하우를 데이터를 통해 학습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현재 이 환자 맞춤형 약물추천에 대한 연구는 일차 처방에 대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완성되어 논문 투고를 앞두고 있으며, 일차 처방을 넘어 지속적으로 약물을 조절할 수 있는 이차 처방 모형, 나아가 약물 중단 모형 등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환자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활용한 질병 예측 모델 역시 이정혜 연구팀의 주요 연구주제 중 하나다.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는 2021년 4월 울산시와 함께 ‘1만 명 게놈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우리 국민 혈액 속의 표준 게놈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빅데이터로 만드는 거죠. 이를 활용해 질병을 예측하고 진단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1,000여 명의 시민이 사업에 참여했고요.” 영국·미국 등 선진국은 10여 년 전부터 게놈을 분석하고, 빅데이터로 만드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게놈이 바이오 산업의 반도체라 불리는 만큼, 이를 꾸준히 분석하면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나 암과 같은 난치병, 장수의 원인까지도 밝혀낼 수 있으리라고 보고 있다.
이 밖에 개인의 임상데이터를 활용한 생체나이 추정을 통한 질병 예측 모델에 이르기까지. 의료·바이오 헬스케어 전반에 놓여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풀어내는 연구가 한창이다.
최근 의료·바이오 헬스케어 산업 트렌드는 전통적인 치료 중심의 의료 서비스에서 개인의 건강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수명 연장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게놈 분석을 통한 맞춤형 질병 및 최적화된 약물추천 모델 등 환자를 위한 보다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어떤 주제든 본인이 즐거운 연구를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물론 그 연구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파급력이 있다면 더 좋겠죠. 결국은 저희가 이어가는 모든 연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더불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 데이터를 통해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저희 연구실의 문을 두드려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