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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

지난 10여 년간 기술의 흐름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던 디지털 헬스케어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동안 과학기술과 의학의 융합으로 인간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에 걱정과 두려움이 컸다면, 이제는 기대와 희망을 거는 시대가 도래했다.
  • 글. 정일영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신산업전략연구단장

정일영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신산업전략연구단장

Digital
Healthcare
경험의 강제화로 촉발된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헬스케어는 질병 치료 및 건강관리에 ICT 기술을 사용하여 질병 예방, 진단, 치료, 예후 및 건강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10년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분야이다. 국내에서는 2000년도 초반에는 ‘이헬스(e-Health)’, 2000년대 후반에는 ‘유헬스(u-Health)’, 최근에는 ‘스마트 헬스(smart-Health)’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어떤 시기에 특정한 기술이 등장하면 해당 기술의 분야를 명명하는 용어를 붙여가며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어져왔다. 이같은 사실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그동안 주목은 받고 있었지만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용어를 제외하더라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있는지 떠올려 보면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기술의 혁신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으로 들어오지 못한 이유는 약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산업 환경 자체가 디지털로 전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디지털 헬스케어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첫째와 둘째 요건이 성립되더라도 실제 환자와 일반인이 능동적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달성하기 어려웠던 이 3가지 요건이 디지털 전환 패러다임과 팬데믹의 급격한 환경변화를 맞이하면서 충족되기 시작했다. 특히 가장 어려웠던 세 번째 요건이 달성되고 있다. 환자와 일반인이 디지털 헬스케어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경험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능동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데 그동안은 우선 ‘경험’하는 것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환경에서 이 ‘경험’이 강제화되면서 상당히 많은 환자와 일반인이 갑작스럽게 디지털 헬스케어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의료기관에서 치료하기 위해 다수의 경증 및 만성질환자들이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러한 강제적 경험이 환자와 일반인에게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편리성을 인식하게 해주었고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는 ‘텔레닥헬스(Teladoc Health)’ 등 관련 기업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된 비대면 의료서비스와 디지털 치료제

일상생활 속으로 점점 들어오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대표적인 분야는 무엇일까? 여기서는 지면의 한계상 비대면 의료서비스와 디지털 치료제 두 가지를 간략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비대면 의료서비스는 환자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ICT 기술을 활용하여 원격지의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전문적인 의료서비스이다. 최근에는 ‘원격지’를 보완하는 거리적 의미보다 환자의 위치에 관계없이 필요성에 따라 비대면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미국, 일본, 프랑스도 의료접근성 완화와 의료공백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규제를 완화하여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사회적 의견대립으로 시도하지 못했던 비대면 의료서비스가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 24일부터 2021년 8월 말까지의 비대면 진료 건수는 총 264만 7,967건1)이었다. 이제는 비대면 의료서비스가 대면진료 이외에 또 다른 서비스 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는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중재(Evidence-based Therapeutic Intervention)를 제공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게임,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챗봇(Chat bot), 인공지능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제공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의 치료 효과 개선이 큰 분야는 2형 당뇨, 조현병,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매, 알츠하이머, 뇌졸중, 소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이다. 즉, 신약 개발이 쉽지 않으면서 생활 습관 등의 행동 교정을 통해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초로 출시된 디지털 치료제는 2017년 미국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 승인 받은 페어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알코올과 약물 중독 치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리셋(reSET)2)이다. 리셋(reSET) 앱이 승인된 이후로 지속적으로 다양한 디지털 앱 및 게임 등이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헬스케어 기업이 서비스 개발에 착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구현을 위한 주요국의 데이터 및 플랫폼 정책

강제화된 경험이 소비자 수용성을 높여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문을 열었다. 그동안 주요국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구현하기 위해 보건의료 현장 전반을 점진적으로 디지털화하고 데이터를 수집, 연계 및 통합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별히 헬스케어 데이터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신약개발 및 효율적인 의료체계의 수립 등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에 따라 미국, 영국, 핀란드 등에서 대규모 의료정보, 유전정보, 생체정보 등을 수집하여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올 오브 어스(All of Us)’ 연구 프로그램, UK 바이오뱅크(UK Biobank), 핀란드 핀젠 연구 프로젝트(FinnGen research project) 등이 있다. 국내에서도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한국인의 건강정보와 유전정보를 모으는 100만 명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이 2023년부터 착수될 예정이다. 국내·외에서 구축중인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개인, 의료기관, 민간기업 및 정부까지 고려해서 플랫폼 참여의 유인구조 및 인센티브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를 안전한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동의 제도 고도화, 데이터 접근성 제고, 데이터에 대한 적절한 가치평가, 데이터 폐기 전문화 등의 세부적인 사항을 초기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플랫폼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사회적 합의 프로세스 구축이 필요하다

혁신적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개인의 실시간 생채 데이터와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건강상태를 자동으로 체크하고 질병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다. 또한 질병이 발생하면 과거의 병력과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적용하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기대한다. 이는 개인이 적극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난제에 해당하는 급격한 의료비 증가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의료 인공지능 모델이 의료진의 정확도를 넘어서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치료제는 행동, 인지 및 수면 장애 치료 등에 유용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고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과 같은 대사성 질환의 관리와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경험은 의료분야의 혁신기술, 제품 및 서비스를 촉발해서 확장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새로운 기술이 더 나은 임상결과를 제공하고 의료비용을 절감하며 건강 불평등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보건의료 분야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혁신 기술에 보수적이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적극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수용하고 시험하면서 혁신을 시도할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