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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취약계층에
재난이 되지 않도록

울산 남구 무더위쉼터
최적의 위치 제안한
‘권상진 교수 연구팀’

  • 글. 편집실   사진. 김범기
“폭염이 취약계층에 더는
재난이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연구가 현실적인 제약을 반영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제 몫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비정상적인 고온이 이어지는 폭염은 열사병, 열경련 등의 온열질환을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가져오는 자연재해로 분류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온열질환자 수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폭염은 빈부의 차이와 재난에 대한 취약성의 상관관계가 다른 재해보다 높아 경제적, 사회적 뒷받침이 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운영 중인 것이 무더위쉼터다. 노인과 어린이, 취약계층이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설로 대개는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주민센터, 아동센터 등에 설치돼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1년 7월 기준 전국에 5만 1,689곳의 무더위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공학과 권상진 교수가 이끄는 최적화연구실에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승옥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윤석호, 김재성 대학원생이 함께 연구에 참여해 울산 남구 내 최적의 무더위쉼터 위치를 찾고 이곳들에 최적의 인원을 수용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폭염 취약계층을 정확하게 예측해 최적의 위치를 찾고 수용인원은 최대로 늘리되 운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수리 모델을 활용했다는 게 핵심이다. 기존의 폭염 대비 시설 연구는 인구조사 데이터를 사용해 폭염 취약계층을 예측하는데, 데이터의 바탕이 되는 인구조사가 5년을 주기로 이루어져 그간의 거주지 변동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권상진 교수연구팀은 2018년 1월부터 12월 31일까지 울산 남구 거주민들의 스마트폰 사용 데이터를 활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했다. 여기에 부동산 데이터 등을 토대로 폭염 취약계층을 파악하고 자체 디자인한 정교한 수학모델에, 이들이 이동할 수 있는 합리적인 거리, 단계별 폭염 정도에 따라 변하는 불쾌지수와 예산 상황까지 고려해 최적의 무더위쉼터 위치와 최대 수용인원까지 도출해냈다.
“현재 울산 남구에는 총 150곳의 무더위쉼터가 있습니다. 이곳에 수용 가능한 인원이 4,400명이고요. 그런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울산 남구에만 2만 명에 달하는 폭염 취약계층이 있습니다. 수치적으로만 봐도 무더위쉼터가 5배 정도 부족한 거죠.” 권상진 교수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기존의 150곳을 포함해 공공시설, 학교, 은행, 보건소 등을 중심으로 50곳을 새로 선정해 207곳의 무더위쉼터 후보군을 제안하고, 온도와 습도에 따라 달라지는 불쾌지수를 반영해 폭염 취약계층 수용 전략까지 함께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 ‘지역사회와 취약계층을 위한 연구’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폭염이 취약계층에 더는 재난이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연구가 현실적인 제약을 반영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제 몫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 최적의 무더위쉼터 입지 연구를 토대로 앞으로 폭염 취약계층이 무더위쉼터까지 편하고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셔틀버스 운행에 관한 연구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권상진 교수는 이외에도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권상진 교수가 이끄는 최적화연구실은 ‘공정(Equity)과 평등(Equality)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최적화 연구로 좀 더 나은 사회 만들기를 지향하며 물류, 교통, 에너지 및 공유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일례로 현재 상수도가 오염된 미시건 주에서 물을 픽업할 수 있는 시설을 도로상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에 관한 연구를 비롯해 공유경제 시대에 크라우드 워커를 활용해 저비용으로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송하는 방법,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최적의 위치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