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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
UNIST에 있었다

유튜브 채널 <마블어스> 제작팀
(Marble Us)

  • 글. 편집실   사진. 김현희
“환경 보호를 위해 혼자
조용히 실천하는 분들에게
혼자가 아니라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드렸으면 좋겠어요.
구독자분들이 지속적으로 실천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랍니다. ”

바야흐로 유튜브 전성시대다. 먹방부터 여행, 메이크업, 일상까지 다양한 성격의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환경을 주제로 한 채널이 문을 열었다.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강사라 교수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여러 학과 학생들이 함께 운영 중인 <마블어스(Marble Us)>다. 푸른 지구의 형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블루 마블(Blue Marble)과 ‘우리’를 뜻하는 영어 어스(Us)이자 지구의 영문인 어스(Earth)의 유사한 발음을 조합해 지은 이름 마블어스는 함께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되자는 의미에서 유명 히어로물 제작사 마블(Marvel)의 뉘앙스도 담았다고 한다.
강사라 교수와 도시환경공학과 학부생, 에너지화학공학과 대학원생, 새내기학부생까지 이들에게 환경은 무엇이길래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하게 된 걸까?
“어느 날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달력에 있는 철 스프링을 빼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제품을 직접 개발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 그 무렵 교수회의와 학위 제안 발표 때 낭비되는 종이를 보고 환경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모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어요.”
시작은 강사라 교수였다. 번거로운 분리수거를 최소화하고, 낭비되는 소모품을 줄이는 일상 속 작은 행동부터 직접 실천에 옮긴 강사라 교수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과 활동을 본격화하고 확산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결심은 실천으로 옮겨졌다. 올해 초 교내 웹사이트에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찾는 공고를 올려 함께 할 친구들을 모았고, 지금도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저는 기후에 관심을 가지고 이와 관련된 연구에 참여를 하고 있는데, 환경오염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이 직·간접적으로 우리의 기후에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연구만으로는 세상을 바꿔나가기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직접 실천하고 활동하면서 세상을 바꿔나간다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마블어스 모집 정보를 접했을 때 꼭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도시환경공학과 18학번 이병헌 학생은 연구 주제인 기후, 환경 이슈를 생활 속에서도 가까이 접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싶었다고 마블어스 참여 이유를 밝혔다. <마블어스> 멤버들에게 환경 문제는 어렵고 심각한 문제라기보다 언제나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이자 도전해 볼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흥미로운 주제다. 이들이 제작하는 영상 콘텐츠는 단순한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의 동참을 유도하는 프로젝트의 성격을 띤다.
일회용 포장지를 줄일 수 있도록 매장에 직접 용기를 가지고 가서 음식을 다회용 용기에 받아 오는 모습을 담거나, 냉장·냉동식품을 사면 함께 오는 아이스팩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수거함을 만들고, 수거된 아이스팩은 이를 필요로 하는 인근의 식당이나 마트에 직접 나누는 과정을 소개하는 식이다. 시청자가 ‘저런 방법이 있었네, 나도 한 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면 이들의 프로젝트는 가장 큰 성공을 거두는 셈이다. 우리만 즐겁게 실행하는 환경 보호 활동이 아닌 모두가 쉽고 재미있게 따라 할 수 있어서 확산하는 활동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에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친근함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설명과 실천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콘텐츠 주제는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모아 정하고, 촬영에 참여할 멤버를 선정해 영상을 촬영한다. 이후 독학으로 익힌 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1차 영상을 제작하면 다시 팀원들과 강사라 교수가 모여 리뷰를 한다. 어느 부분을 잘라낼지, 자막이 언제 필요한지, 특수효과는 무엇이 좋을지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다. 어느 것 하나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일 없이 학생들이 직접 하다 보니 하나의 콘텐츠를 완성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환경을 위해 내가 직접 무언가를 실천하고 사람들을 독려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현장에는 늘 웃음이 가득하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야말로 ‘지구를 지키기 위한 히어로’ 라는 자부심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저희 모두 유튜브에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는 게 처음이라 어려운 점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점점 퀄리티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시청해 주시는 분들에게는 성장하는 저희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상에 단골로 등장하는 도시환경공학과 21학번 이도석 대학원생의 얼굴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마블어스는 당장 몇 개의 영상을 재미있게 제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자 한다. 그만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수입원 창출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인근의 다른 학교 패션 전공 학생들과 협업해 현수막을 활용한 가방을 제작하거나 친환경 주방 세제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 다양한 아이템을 구상 중이다. 환경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실천 가능한 방법을, 이미 나름의 방법으로 실천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함께 하고 있다는 응원의 목소리를 주고 싶다는 마블어스. 많은 구독자를 보유해 이 채널이 골드 버튼을 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수많은 구독자들이 이들의 활동에 동참한다면 지구는 진정한 블루 마블(Blue Marble)이 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