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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태양광 수소 전환 기술
상용화를 위해

탄소중립 시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원은 바로 ‘수소’다. 수소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경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전기에너지나 열에너지 등 최종 에너지로의 변환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장기간 저장과 원거리 이동도 편리하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화학연료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지욱 교수 연구실은 광전극을 물에 넣고 햇빛을 쪼여 수소를 얻는 ‘태양광 수소’ 연구를 통해 탄소중립에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 글. 권주희   사진. 김범기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지욱 교수 연구실
수소가 진짜 친환경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수소가 생성된 이후에는 친환경적인 사용이 가능하지만 그 생산 자체는 경제성의 논리로 친환경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일반적으로 수소 생산에는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이용된다. 수소 생산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더 이상 친환경 에너지원이라 말하기 어렵다. 장지욱 교수 연구실의 태양광 수소 연구는 쉽게 말하자면 ‘햇빛’과 ‘물’을 통해 ‘친환경 수소’를 생산하고자 한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서 이산화탄소와 물을 영양분으로 바꾸듯이, 광전극이 햇빛과 물을 수소로 변환시키는 거죠. 본 연구가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햇빛 즉 태양광 에너지는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때 광전극이 촉매의 역할을 담당한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광전극은 물속에 들어 있는 반도체로 태양광 에너지를 받으면 전자와 정공을 생성하는데, 전자가 전도대에서 물을 환원해 수소를 발생시키고, 정공이 가전도대에서 물을 산화해 산소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무기 반도체 광전극이 유기 반도체 광전극으로

이와 같은 태양광 수소 생산에 쓰이는 광전극은 태양광 에너지를 흡수해 전하 입자를 만드는 반도체 물질로 이뤄졌다. 생성된 전하 입자가 전극 표면에서 물과 반응해 수소와 산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반응이 물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안정한 금속 산화물로 꼽히는 무기 반도체 광전극이 주로 연구 대상이었다. 무기 반도체의 ‘안정성’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유기 반도체의 경우에는 수소 생산 ‘효율’은 훨씬 높지만 물속에서 빠르게 손상되기 때문에 광전극으로 쓰이지 못했다. 장지욱 교수 연구실을 중심으로 한 공동 연구팀은 액체 금속(인듐-칼륨 합금)과 니켈 포일, 촉매(니켈-철 이중 수산화물)로 구성된 ‘모듈 시스템’을 이용해 물속에서도 문제없는 유기 반도체 광전극을 만들었다. 니켈 포일은 물이 유기 반도체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막고 포일 위에 바로 결합된 촉매가 전체 반응을 돕는다. 또한 니켈 포일과 유기 반도체 사이를 메우는 액체 금속이 물은 빈틈없이 차단하면서도 전하 입자의 흐름은 원활하게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유기 반도체 광전극은 기존 무기 반도체 광전극의 2배 이상인 15.1 mA/cm2의 광전류를 기록한다.
“광전극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안정성과 효율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요, 기존에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1972년부터 태양광 수소 연구가 시작되었어요. 지난 50년 동안의 광전극 연구는 안정성은 높을지언정 수소 생산 효율은 10%의 벽을 넘지 못했죠. 저희 공동 연구팀은 이 패러다임을 바꾸었어요. ‘효율’을 기준으로 안정성을 보완한 것입니다. 무기 반도체에 비해 안정성이 낮다는 유기 반도체를 사용하되 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모듈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무한 가능성을 품은 태양광 에너지

이번 연구는 광전극 기술의 상용화에 있어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고 평가받는다. ‘안정성’이란 단점을 보완하고 ‘효율’이란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다. 더불어 무기 반도체와 달리 유기 반도체는 무궁무진한 조합을 만들 수 있어 효율이 더 높은 유기 반도체 물질을 계속 발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기후 온난화 시대, 인류 전체에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인에게 이러한 문제는 보다 묵직하게 다가올 터. 장지욱 교수 연구실의 구성원들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탄소중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말한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태양광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으로 인류가 보다 현명한 해법을 찾길 기대한다. “1시간 동안 지표면에 닿는 태양광 에너지가 전 세계 인류의 1년 에너지 사용량보다 많습니다. 다시 말해 태양광 에너지는 무한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러한 태양광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과학기술인들이 머리를 맞댈 때입니다.”

“지난 50년 동안의 광전극
연구는 안정성은 높을지언정
수소 생산 효율은 10%의 벽을
넘지 못했죠. 저희 공동 연구팀은
이 패러다임을 바꾸었어요.
‘효율’을 기준으로 안정성을
보완한 것입니다.”

MINI INTERVIEW
  • 장지욱 교수
  • “유기 반도체 물질의 안정성과 효율을 증가시켜
    태양광 수소 생산 효율 10% 이상 달성할 터”
    태양광 수소 연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 이번 연구는 에너지화학공학과 양창덕 교수, 신소재공학과 조승호 교수 연구실과 함께 지난 2018년부터 진행했습니다. 유기 반도체 물질을 물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모듈 시스템을 이용해 안정성과 효율이 모두 우수한 광전극을 개발했고, 이 광전극을 물에 넣고 태양광을 쬐면 광전극에서 나온 전하입자가 전극 표면에서 물과 반응해 수소와 산소가 생산됩니다. 향후 태양광 중 자외선 영역에 대한 유기 반도체 물질의 안정성과 효율을 증가시켜 태양광 수소 생산 효율을 10% 이상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해당 연구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네이처 퍼블리싱 그룹(Nature Publishing Group)에서 발행하는 세계적인 저널에 게재되어 무척 영광이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높은 효율을 갖는 유기 반도체 물질을 광전극에 적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논문 게재를 통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태양광 수소 전환 기술의 상용화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연구라는 점을 입증했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 관련하여 이후 계획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태양광 수소 생산의 효율을 높이는데 집중할 것입니다. 더불어 본 시스템의 스케일업 기술개발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 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저장해서 그 화학에너지를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시스템인 ‘광전기화학 태양광 배터리’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