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목표는 세계가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테슬라는 화석연료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대체함으로써 자동차 산업을 혁명적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궁극적 목표는 세계가 지속가능 에너지에 기반을 둔 사회로 변모하는 것입니다.”
지난 2015년 봄,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콘퍼런스에서 남긴 말이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전기 자동차를 시작으로 가정과 도시, 지역사회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그린에너지로 바꾸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가정용으로 태양광 패널이 내장된 타일과 에너지 저장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용으로 대규모 에너지 저장단지(ESS: Energy Storage System) 건설에 필요한 인프라와 하드웨어 시스템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향한 그의 도전은 ‘XPRIZE’에서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와 머스크 재단이 1억 달러(약 1,120억 원)의 상금을 내건 이번 대회 개최에 앞서 일론 머스크는 성명을 통해 “이제는 탄소 ‘중립’이 아닌 ‘감축’으로 가야 한다”며 “이 대회는 2050년까지 10기가 톤의 탄소제거 목표를 총체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솔루션을 고취하고 확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누셰프 안사리(Anousheh Ansari) ‘XPRIZE’ 최고경영자 또한 “인간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면 좀 더 밝고 지속가능한 지구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의 개발과 실행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 이라 발표했다. 인류에게 크나큰 위협이 된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한 솔루션 탄생에 기대를 표한 것이다.
‘XPRIZE’는 올해 4월 22일부터 4년 후인 2025년 4월 22일까지 진행된다. 최초 실증 요구조건은 1단계에서는 연간 1,000톤의 CO2를 처리하는 기술을, 2단계에서는 가동하여 실질적인 CO2 제거(네거티브 배출)를 입증해야 한다. 이후 제3자 검증을 통해 기가 톤 규모로의 확장 가능성 및 환경·사회·정치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기술의 영향력 또한 입증해내야 한다. 탄소포집 기술은 탄소를 줄이는 여러 방법의 하나로 특히 석탄이나 석유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아예 공기 중으로 방출되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쉽게 말해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속에 주입하고 봉인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상용화가 어려운 기술로 꼽힌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는 물질로 이를 줄이는 기술을 시행하고 있다. 산소로 화석연료를 태워 증기는 냉각해 응축하고 남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도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더욱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탄소포집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 제안 가능한 탄소제거 기술은 자연을 기반으로 만든 방법, 직접 포집, 광물화, 이산화탄소를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기술 등이 모두 포함된다.
1억 달러의 상금 분배 계획에도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금은 먼저 대회 시작 후 1년 6개월 뒤 본선에 진출할 상위 15개 팀을 선정해 각각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수여한다. 또 같은 기간에 학생들로 구성된 25개 팀을 선발해 각각 20만 달러(약 2억 원)를 지급한다. 나머지는 대회가 끝나고 1~3등을 선정해 각각 5,000만 달러(약 558억 원), 2,000만 달러(223억 원), 1,000만 달러(약 111억 원)를 수여한다. 일론 머스크는 “우리는 참가자들이 10억 톤 수준에서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를 바란다”며 “어떤 것이라도 좋고 특히 시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긴 여정에 UNIST 연구진들도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산화탄소의 포집 재활용 분야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김건태 교수팀과 김용환, 권태혁 교수팀 등이다. 이산화탄소포집·활용(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은 물론 그린 에너지, 에너지 저장 분야의 선도적 연구를 통해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 온 UNIST이기에 이번 대회에서도 우수한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건태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수소로 만드는 세계 최초의 기술을 개발한 장본인이다. 그가 개발한 ‘메탈-이산화탄소 시스템(Metal-CO2 System)’은 이산화탄소를 제거함과 동시에 전기와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과학계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혁신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김건태 교수를 비롯한 4명의 연구원(김정원, 양예진, 표세원, 조효이)은 이번 대회를 통해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세계에 알리고, 탄소저감 및 활용 기술 분야에 뜻을 보태기 위해 참가를 결정했다.
“현재까지 이론 검증 연구와 실험은 모두 완료한 상태입니다. 이와 동시에 실질적으로 산업에 적용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시스템의 대형화와 경제성을 만족시키는 공정 설계를 진행 중입니다. 공정 설계와 플랜트 구축을 위해 전문 기업들과 협업하여 산·학이 함께 기술개발과 실용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의 실증 요구조건은 1단계는 연간 1,000톤의 CO2를 처리하는 기술 제안이고, 2단계에서는 제안한 기술을 가동하여 실질적인 CO2 제거(네거티브 배출)를 입증하여야 한다. 김건태 교수팀은 이미 개발된 ‘메탈-이산화탄소 시스템’의 사이즈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바닷물은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자발적으로 흡수하여 산성화가 됩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바닷물에 이산화탄소가 녹아 들어가게 되죠. 이 현상에 착안하여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여 전해질로 사용하는 메탈-이산화탄소 시스템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10kW급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이 시스템은 하루에 3.2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으며, 7.2톤의 탄산수소나트륨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현재 관건은 규모를 MW급으로 키워 구축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연속 공정 설계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지속적으로 저감·활용할 계획입니다.”
메탈-이산화탄소 시스템은 자발적 구동으로 효율성이 뛰어나 이에 따른 수소 발생 속도 또한 굉장히 빠르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더 빠르고 값싸게 줄이면서 수소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기도 하다. 원천 기술개발 이후 실증 연구 수준에 빠르게 도달한 만큼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
특히 기존의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의 경우 이산화탄소를 직접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커서 효율성이 낮기 때문에 상용화가 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김건태 교수팀의 시스템의 경우 자발적인 화학 반응으로 효율성이 높고, 시스템 구동을 위한 추가적인 에너지 투입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저감 및 활용 기술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전기 에너지와 청정 에너지 자원인 수소를 생산해낼 수 있으니 미래 수소 에너지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기대해볼 만하다.
“현재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메탈-이산화탄소 시스템 연구 이외에도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에너지 변환 장치로 연료전지(SOFC, PCFC, PEMFC) 등의 분야를 꾸준히 연구하고 있고,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로 금속-공기 전지(Metal-Air battery) 또한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수소화 시대에 발맞춰 이산화탄소 저감 및 수소 생산(수전해, 암모니아 개질) 쪽에 보다 큰 관심을 두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존의 연구들 또한 꾸준히 이어가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전환하면서,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은 김건태 교수팀의 기술이 유일하리라 전망된다. 대부분의 이산화탄소 변환 기술들은 대량의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므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전환할 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여러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인 만큼 기술 발표 후 향후 유사 기술 탄생이 염려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범지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공동의 기분 좋은 협약이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김건태 교수의 웃음에서 과학자의 연구 열정과 여유를 동시에 엿볼 수 있었다.
권태혁 교수는 이미 이번 대회 출범 전부터 온실가스 이산화탄소를 바이오 연료로 변환시키는 전기 촉매 연구를 강석주, 이근식 교수와 함께 진행해왔다. 특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바다 또한 산성화가 되고 있음에도 뚜렷한 방안이 없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연구에 관심이 있던 참이다. 권태혁 교수 연구팀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초음파 에너지로 손쉽게 탄소에 이종 원소를 도핑하는 기술’을 강석주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해수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바이오 연료로 변환시키는 지속가능한 촉매-베터리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 더불어 ‘비금속 촉매 최초로 이산화탄소를 프로판올로 선택적으로 변환시키는 촉매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변환 메커니즘을 명확히 밝혀낼 수 있었다. 이미 상당 부분 연구가 진행되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을 뿐 아니라 기술이 가진 다양한 차별점 역시 이번 출사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저희의 연구 결과가 기존의 연구와는 다르게 촉매 내 값비싼 금속이 없다는 점,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의 바이오 연료로 변환시킨다는 점, 지속가능한 배터리 시스템에서 촉매가 구동한다는 점, 해수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권태혁 교수의 말처럼 단순히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의 연료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 기술의 가장 큰 강점이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하루에 1톤의 탄소를 제거하기 위해 감축량을 최대한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1톤의 탄소를 제거하려면 4,500m2의 야구장 절반에 달하는 촉매 면적이 필요하다. 권태혁 교수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촉매의 구조, 조촉매의 활용, 전극의 구조, 소자의 구조를 조절하는 등 다각도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제거함과 동시에 유용한 바이오 연료로 변환시키는 전기 촉매 콘셉트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전극을 그물 구조로 제작하여 비표면적을 10배 향상하고, 소자를 플로우 셀(flow cell) 구조로 제작하면 전류량을 10배 정도 향상할 수 있는데요. 그러면 기존보다 훨씬 적은 양인 45m2의 촉매 전극만 필요합니다. 앞으로 촉매 개질에 대한 연구가 후속으로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필요 면적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저희 기술은 전해질로 바닷물을 사용해 중공업과 해양 산업 분야에서의 응용력이 뛰어납니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많이 배출하는 해양플랜트 산업과 연계한다면 하루 10억 톤 감축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권태혁 교수 연구팀은 현재 파동 에너지를 기반으로 인류가 직면한, 음식(Food), 에너지(Energy), 환경(Environment), 질병(Disease)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FEED)를 진행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연구뿐 아니라 조명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광충전 배터리 시스템, 빛의 성질을 활용해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광감각제 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다. 이 기술들은 고부가가치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데 쓰이거나 농업, 그린 에너지, 암 치료 등 인류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저희 연구는 각 분야에 맞춰 독립적으로 연구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기술로 융합한 하이브리드 연구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기가 아닌 태양전지 기반의 이산화탄소 변환, 수소 생산 및 암모니아 합성이 가능한 그린 촉매 시스템 개발을 하는 하이브리드 연구가 그것이죠. 최종 목표는 파동 에너지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을 통해 그린 에너지와 환경, 바이오 사회 구축에 고른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연구(FEED)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권태혁 교수는 이번 대회 역시 연구팀의 지속가능한 연구를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하루 탄소 10억 톤 감축이라는 목표 역시 그동안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이어왔던 이산화탄소 감축 연구의 일환이기 때문. 대회의 수상이나 상금이라는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인류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나가겠다는 과학자의 뚝심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