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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에서
그린 뉴딜의
해답을 찾다

UNIST Start-up
THE LOAD

팬데믹은 전 세계 스타트업 시장을 위기에 빠트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위기에는 기회의 순간이 있기 마련. 환경에 대한 불안이 전 세계를 잠식하는 지금, 커피 찌꺼기에서 탄소나노입자를 추출해내는 친환경 원천 기술을 개발한 (주)더로드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기술의 힘을 발견했다.
  • 글. 편집실
Spent Coffee Grounds Carbon Aerogel
친환경, 글로벌 시장의 기회로 떠오르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문제는 전 세계에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지속가능한 공존은 글로벌 시장의 공통된 이슈가 되었으며, 에너지와 전력 산업에 있어 혁신 기술 탐색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각국 정부가 친환경 목표를 설립하고 강력한 시행을 하는 요즘, 관련 기업들도 이러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그린 뉴딜’이라는 정책 과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폭넓은 분야에서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로 꼽힌다. 그린 뉴딜의 최종 목표는 탄소의존 경제에서 탄소배출제로 경제로의 전환. 세계 시장에 아무리 다양한 변수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환경 기술만은 꾸준히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UNIST 1기 출신 김유빈 대표가 화학공학 2019년 박사 졸업 후 설립한 더 로드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고유의 기술을 통해 경제적 가치까지 창출하는 기업이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스마트 환경 파트너’라는 슬로건에는 ‘더 스마트하게, 더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 되고자 하는 포부가 담겼다. 그렇다면 더 로드의 핵심 기술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커피를 추출한 뒤 나오는 커피 찌꺼기(커피박)에서 탄소나노입자와 탄소나노에어로겔을 합성하는 것.
“2019년 창업 당시에는 로드인터내셔널(LOAD International)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어요. 수질 분석 분야에 관심을 두고 랩온어칩(Lab-on-a-chip)을 탑재한 드론, 수질 분석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와 사업을 이어갔죠. 그러던 중 수질 분석뿐 아니라 다른 환경 분야로도 확장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폐자원을 화학적으로 업사이클링(Up-cycling) 하는 연구를 이어가다 커피 찌꺼기에 함유된 탄소와 폴리페놀 성분에 주목하게 됐죠.”
김유빈 대표와 동료들은 연구 끝에 커피 찌꺼기에서 ‘형광 탄소나노입자(C²NP)’를 추출해냈다. 형광 탄소나노입자는 전기적, 광학적 성질을 지닌 아주 작은 입자로, 특정 파장에 노출되면 특정 색의 빛을 방출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바이오이미징, 약물전달 시스템,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에 핵심 소재로 쓰인다. 형광 식물과 형광 페인트 등 실생활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그러나 기존에 쓰이던 형광 탄소나노입자는 중금속에서 추출한다는 특성 때문에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더 로드에서 추출하는 형광 탄소나노입자는 식물성 원료에 기반한 만큼 환경오염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생산 과정에서 폐기물 배출이 거의 없는 친환경 화학 공정을 활용한다는 것도 큰 장점. 더불어 업사이클링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탄소나노입자는 현재 원천기술을 확보했고, 시제품 제작을 위한 스케일업 과정에 있습니다. 약 7조 원 규모의 세계 이미징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도 마쳤죠. 최근에는 EGS 지수 개선을 위한 폐자원 업사이클링 AI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화학적 업사이클링 과학지식을 통해 기업의 ESG 지수를 올려 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회사의 연구개발 분야가 확장되면서 사명도 ‘더 로드(THE LOAD)’로 새롭게 바꿨습니다.”

Daylight 365nm The LOAD
UNIST 연구지원본부와의 든든한 동행

사명 변경과 함께 기업 이미지 리브랜딩 작업도 진행됐다. 새로운 사업을 함께할 팀원들도 충원했으며, 모두 함께 기업의 핵심가치와 비전, 미션을 고민한 끝에 더 로드만의 아이덴티티도 새롭게 다듬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스마트 환경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셈이다.
김유빈 대표의 자신감 있는 도전은 UNIST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만나며 날개를 달았다. 더 로드의 원천기술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UNIST 연구지원본부(UCRF)가 주축이 되어 연구와 기술, 상용화 등 다방면으로 지원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UNIST 연구지원본부는 현재 커피 찌꺼기로부터 만들어진 탄소나노입자가 고부가가치 제품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개발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정밀소재 분석과 바이오셀 테스트, 동물 실험 등을 통해 탄소나노입자의 기능을 향상하는 한편, 대량 생산을 위한 시제품 설계와 제작도 지원한다. 첨단장비와 전문인력을 갖추고, 사업의 전 주기에 걸쳐 맞춤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 신태주 UNIST 연구지원본부장은 “UCRF의 전문성과 더 로드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그린 뉴딜을 선도할 화학적 업사이클링 사업화 사례로 육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더 로드는 앞으로 커피 찌꺼기에서 탄소나노입자뿐만 아니라, 탄소나노에어로겔, 폴리페놀 등 새로운 업사이클링 물질을 추출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탄소나노에어로겔은 고기능성 단열재, 방한 단열 섬유, 친환경 도료 등에 적용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 물질이고, 폴리페놀은 항산화 효과를 지닌 물질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심하게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고부가가치 물질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더 로드의 성장은 더 나은 세상, 지속가능한 공존이라는 전 세계의 목표와 뜻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연구가 안전하고 깨끗한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거라 생각해요. 이런 신념이 계속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인류 삶에 기여하는 최고의 화학적 업사이클링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결국 사람을 향해 있다. 사람과 환경, 성장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미래를 목표로 하는 그린 뉴딜의 핵심가치와 뜻을 같이하는 더 로드의 힘찬 도약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녹색 성장이라는 확고한 신념 아래 세계 시장에 뛰어든 더 로드가 위기에 빠진 환경 분야에 새로운 대안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