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약속한 가운데, 여러 국가들 중에서도 덴마크는 탄소중립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이미 2005년과 비교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42% 감축하는데 성공했으며, 202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중립을 향한 코펜하겐의 이러한 빠른 성취는 코펜하겐의 몇 가지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덴마크의 인구밀도는 한국의 약 25%에 그치며, 코펜하겐은 인구 62만여 명의 작은 도시이다. 도시의 규모가 작고 시민들의 환경의식 또한 높아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며, 특히 충분한 자전거 도로의 확보로 매우 높은 자전거 이용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또한 지리적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이점을 활용하여 코펜하겐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의 대부분을 풍력발전으로 충족할 수 있었다. 다른 요인으로는 덴마크가 난방과 발전부문에서 화석연료를 퇴출한 것이 있다.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 대신 우드 펠릿을 연료로 사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열 에너지를 재활용하여 지역 난방에 활용하고 있다. 비록 우드 펠릿 또한 목재를 태우는 것이고, 폐기물을 소각할 때에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비판받기도 하지만, 산림 경영의 관점에서 볼 때 적정량의 목재를 이용하고 새로이 식목을 하여 숲의 탄소흡수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오히려 전체적인 탄소감축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긍정적인 모습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미래에 완전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덴마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코펜하겐의 경우, 도시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1/3은 자동차의 내연기관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재 덴마크에서는 자동차의 이용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과 전기자동차 등의 친환경 차량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여 비교 중에 있다. 더불어 신재생 에너지의 완전한 보급을 위해, 2033년까지 풍력발전을 주로 수행하는 해상 인공 에너지 섬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해당 섬은 3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덴마크의 총 인구가 600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러한 섬이 완공된다면 사실상 대부분의 가정에 재생에너지를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덴마크의 탄소중립 전략을 우리나라, 그리고 울산에 그대로 옮겨올 수 있을까? 확답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두 국가의 특성이 차이가 있는 만큼 우리의 실정에 맞는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국토의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편이다. 또한 중위도 지역의 특성상, 태양의 남중 고도 변화에 따른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여 삼림을 충분히 조성하거나 신재생 에너지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환경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탄소, 특히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UNIST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울산의 미래
산업 생태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UNIST는 이산화탄소를
탄소의 원료로 사용하여 석유화학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제안하고,
청정 수소와 암모니아를 미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신규
에너지 플랫폼 원천 기술을
개발하여 기존 산업의 니즈를
충족함과 동시에 미래 전기화
시대에 걸맞은 기술개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굴뚝에서 배출되거나 공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저감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땅속에 묻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지질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토양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다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원유와 같은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CCU: Carbon Capture & Utilization)을 개발하면 어떨까?
대부분의 CCU 기술은 이산화탄소 전환이 용이하도록,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기 위해 촉매를 사용한다. 바이오·광·열·전기 등의 다양한 촉매반응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전환함과 동시에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여 기존의 환경 파괴적인 공정을 대체하는 탄소저감 기술이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생활과 산업에서 전기를 에너지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전기화(電氣化)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재생 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직접 활용하여 물(H2O) 분해를 통해 얻어진 수소(H2)를 이산화탄소(CO2)와 반응시켜 전환하는 전기분해 기술이 긍정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전기분해하면 일산화탄소(CO)나 에틸렌(C2H4) 등 산업에서 유용한 화합물을 얻을 수 있으며, 부산물로는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H2)를 생산할 수 있다. 일산화탄소는 수소와 결합하여 다양한 산업에 필요한 기초화합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에틸렌은 고분자 생산에 필수적인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CCU 기술이 될 수 있다.
직접 이산화탄소를 전환하지 않더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존 공정을 친환경적으로 대체한다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 질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암모니아는 비료의 주요 원료로 사용되어 왔고, 최근 수소운반체로 주목받고 있는 화합물이다. 지금까지 암모니아를 합성하기 위해서 ‘하버-보쉬’ 공정을 활용해왔는데, 고온·고압에서 운전되고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뽑아 활용하다 보니, 이 단일 공정에서만 인류가 배출하는 전체 이산화탄소 양의 1~2%를 차지하는 환경 파괴적인 기술이다.
미래 전기화 시대에 걸맞게 전기분해 기술을 개발한다면, 공기 중의 질소와 물의 수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의 원료를 이용하여 암모니아를 합성할 수도 있다. 배기가스에서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성분의 60%는 질소산화물(NOX)인데, 이는 전기적 활성이 매우 높아 질소산화물을 전기분해하면 암모니아를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비록 CCU 기술은 아니지만, 질소 기반 화합물을 전기분해하여 암모니아를 합성하면, 미세먼지 저감과 수소경제 실현,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1석 3조의 기술이 될 수 있다.
울산공업지구는 정부가 지정한 첫 국가산업단지로서 지난 50년간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등의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끌며 ‘산업 수도’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산업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환경오염물질의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동시에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전기화 시대에 걸맞은 친환경적인 전략 수립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울산에 위치한 UNIST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울산의 미래 산업 생태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UNIST는 이산화탄소를 탄소의 원료로 사용하여 석유화학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제안하고, 청정 수소와 암모니아를 미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신규 에너지 플랫폼 원천 기술을 개발하여 기존 산업의 니즈를 충족함과 동시에 미래 전기화 시대에 걸맞은 기술개발 방향을 제시하여 울산과 대한민국의 2050 탄소중립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