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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UNIST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탄소중립 실현은 전 지구적인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특히 과학기술인에게는 보다 무겁고 엄중한 책무로 다가온다. 현재와 미래의 과학기술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UNIST는 수소, 태양광 등 다양한 친환경 미래 에너지와 탄소의 포집, 활용, 저장기술 연구를 통해 탄소중립의구체적 실현을 모색하고 있다. 김성엽 공과대학장을 만나 탄소중립을 향한 UNIST의 비전과 전략에 대해 보다 자세히 들어본다.
  • 글. 편집실   사진. 김범기
김성엽
공과대학장
Q. ‘탄소중립’에 대한 정의와 함께 UNIST의 탄소중립 관련 활동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탄소중립이란 배출한 탄소와 흡수한 탄소의 양을 맞춰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들자는 것으로 전 세계가 205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약속입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크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새로운 발전, 화석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제조와 수송,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포집에 관한 기술개발이 필요합니다. UNIST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기술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는데, 특히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 태양광에너지와 수소에너지, 그리고 탄소의 포집, 전환, 저장에 관한 연구가 탁월합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세계 최고의 효율을 계속 갱신하고 있으며,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수전해 방식을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기술과 함께 당장 적용이 가능한 대용량 수소 생산 및 운송기술 분야의 연구도 앞서 있습니다. 탄소를 직접 포집, 저장하거나 나쁜 탄소를 좋은 탄소로 변환하는 기술 또한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Q. 탄소중립 관련한 UNIST의 계획 중에서 ‘탄소중립융합원’ 설립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탄소중립융합원을 설립하게 된 계기와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탄소중립기술은 여타 과학기술과 확연히 구별되는 두 가지 특징을 갖습니다. 먼저 지금까지의 과학기술이 자원을 고갈시키고 환경을 파괴해 왔다면, 탄소중립기술은 과학기술이 자원의 선순환을 도모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관련한 규제와 정책이라는 요소가 기술개발의 방향과 속도를 설정하고 제어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과학기술과 크게 다르죠. 즉, 탄소중립을 위해 연구하는 과학기술인은 해당 과학기술뿐 아니라 환경과 정책도 잘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과학기술 인재상과 함께 인재 육성에 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탄소중립융합원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었으며, 크게 탄소중립대학원, 학사과정 프로그램, 기술정책대학원, 실증화연구센터 설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올 한 해, 교원을 비롯한 우수 인력 확보, 교육과정 기획, 신규 교과목 개발 등을 추진하여 내년 상반기에 공식 개원하고, 이후 학생을 선발하여 9월부터 정식으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예산 확보를 비롯하여 계획대로 하나하나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Q. 탄소중립융합원의 목표와 역할은 무엇인가요?
A.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연구개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탄소중립융합원은 연구개발만 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보다 더 중요하게, 과학기술을 통한 탄소중립의 조기 실현과 해당 기술을 선도할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이를 위해 탄소의 포집·활용·저장기술, 수소의 생산·저장·운송기술, 자원의 선순환기술, 태양광에너지를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개발기술을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대학원 설립이 가장 중요한 항목입니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 학사과정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기술, 정책, 환경에 관한 기본적인 교육을 수행하고, 문제 발굴 및 해결 능력을 갖춘 우수 학생을 조기 육성하고자 합니다. 또한 탄소중립 기술정책대학원을 통해 신기후체제 및 신경제질서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는 한편, 과학기술인이 갖추어야 할 정책과 환경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탄소중립 실증화연구센터는 기술성숙도가 높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우수 기술을 선발하여, 산업화 가능성에 대한 실증을 수행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상의 항목은 탄소중립융합원이라는 큰 틀 안에서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추진될 것입니다. 탄소중립융합원은 과학기술원으로서 UNIST의 위상에 걸맞게 고급인력 양성과 최첨단 연구를 함께 수행하는 것이죠.

“각 연구그룹들이 혁신과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UNIST에게
주어진 사명을 대하는 책임
있는 자세라 생각합니다.”

Q. 최근 UNIST에서 <탄소중립: 지구와 화해하는 기술>을 출간했습니다. 어떻게 집필하게 되셨으며, 앞으로의 계획과 과제는 무엇인가요?
A. 탄소중립은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면서도 기술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고 다루기 까다로운 주제입니다. 개별 기술이나 정책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역량을 총결집하여 조화롭게 추진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UNIST가 탄소중립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죠. 하지만 UNIST가 가장 잘 알고 잘하는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사회적 역량을 결집하는 시발점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또한 탄소의 과다 배출로 인한 기후 및 환경 위기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개발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기에 UNIST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뜻을 같이하는 교수들이 모여서 집필을 하게 되었는데요, 저자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직접 참여하거나 도움을 줌으로써 도서가 출판되게 되었습니다.
각 학과별로 연구개발 현황을 정리한 것은 아니고, 소속 학과와 상관없이 탄소중립과 관련한 과학기술 분야의 주제와 범위를 구분하여 현황과 전망을 정리하였습니다. 교수들이 직접 해당 과학기술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최신의 개발 현황을 소개할 수 있었고 보다 과학적인 전망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과제라면 우리의 전망이 틀리지 않도록 해당 기술에서 혁신과 성과를 만들어내는 연구를 열심히 하는 것이겠죠? (웃음)
Q.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정책과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인으로서 UNIST의 사명과 책임감은 더 크실것 같습니다. UNIST에서 가장 중점에 두는 핵심 연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후보 기술은 매우 많습니다. 사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각 기술 간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죠.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으나 아직까지는 고비용 저효율 기술인 그린 수소 생산기술과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산화탄소는 포집으로 해결하면서, 기존 공정을 유지하는 블루 수소 생산기술이 서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과 관련된 과학기술은 난이도가 높고 기술성숙도가 낮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앞으로 어느 기술이 우위를 점하게 될 지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다수의 기술이 함께 사용될 가능성이 훨씬 높죠. 이러한 이유로 한 가지 핵심 연구를 선택하여 집중하는 것은 그다지 타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기술, 세계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기술, 사회경제적 파급력이 큰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태양광에너지 기술, 수소에너지 기술, 그리고 탄소의 포집·활용·저장기술이 바로 이에 해당합니다. UNIST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기술들이죠. 또한 미래 에너지로 대두되는 핵융합 에너지 기술과 사고 위험성을 크게 낮춘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기술도 기술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고정식 및 부유식 풍력발전 기술도 기계공학과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상의 기술들을 연구하는 실력 있는 교수들이 UNIST에는 많이 있습니다.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각 연구그룹들이 혁신과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UNIST에게 주어진 사명을 대하는 책임 있는 자세라 생각합니다.
Q. 끝으로 독자들에게 탄소중립 관련된 중요성에 대한 당부를 부탁드립니다.
A. 우리는 산업혁명, 과학혁명을 통해 오늘날의 문명을 이룩하였습니다. 수명이 크게 늘고 역사의 어느 시대도 경험하지 못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으며 과학기술에 기반한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죠. 그러나 폭염, 홍수, 가뭄, 냉해 등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고 그 강도가 커지고 있으며 전 지구적으로 물 부족, 경작지 감소, 해양 산성화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인위적인 온실가스 과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가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규제들을 시행하거나 예고하고 있습니다. 전자가 기후 위기의 도래를 의미한다면 후자는 새로운 경제 체제로의 재편을 의미합니다. 둘 다 매우 고통스럽죠. 우리가 제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참혹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 석유화학, 건설, 화석연료 발전의 비중이 높아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는 셈입니다. 각종 제조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고용과 수출이 급감하겠죠. 물가는 상승하고 복지는 퇴보할 것이므로 취약계층의 고통은 커질 것이며 사회 집단간 갈등도 심화될 것입니다. 이렇게 암울한 미래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의 실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과학기술인은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극복 방안을 찾아가야 하고, 일반 시민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일상과 사회활동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탄소중립 방안을 공부하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