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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훌륭한
연구자가
탄생하기까지

  • 글. 편집실   사진. 김범기
2021년 건강한 연구실
선정된
‘지속가능미래연구실’
“자발성은 연구자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입니다. 억지로
시켜서 하는 연구에 탁월성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재미를 강조합니다.
연구하면서 발견의 재미,
깨달음의 재미를 맛보도록
격려합니다.”

연구실은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다. 미래를 밝힐 특별한 기술이 개발되고, 세상을 바꾸는 훌륭한 연구자가 탄생하는 곳.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부터 국내 연구실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건강한 연구실’ 10곳을 선정해 포상하고 있다. 연구실 문화는 물론 연구 관리에서 성과가 모두 우수한 연구실을 선정하고 지원해, 건강한 연구실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올해는 화학 분야에서 UNIST 최원영 교수의 지속가능미래연구실이 선정되어 눈길을 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학생이 참여하는 연구실 운영 등 수평적인 문화가 돋보였다’라는 총평을 남겼다. 이 평가는 “연구실의 대학원생이 ‘미래의 동료’임을 잊지 않는다”는 지속가능미래연구실의 운영 이념과도 맥을 같이 한다.
연구는 늘 마음처럼 되지 않게 마련이다. 무수한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며 그 과정에서 연구자의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존중하는 것이 지속가능미래연구실 연구책임자 최원영 교수의 원칙이다. 더불어 긴 실패와 짧은 성공을 반복하면서 연구자가 감정적 탈진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최원영 교수는 강조한다. 이런 운영 이념 아래 각자의 연구 스케줄에 맞춘 탄력적 출퇴근 제도와 업무 협업 툴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가능해진 자유로운 휴가 운영 등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자율성의 보장이 곧 좋은 연구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스케줄을 운영하되 개별과 그룹 미팅, 분기별 리포트를 통한 빠른 피드백으로 연구가 자칫 느슨하거나 방치되지 않게 했다.
“연구가 진척되기 위해서는 서로가 상대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지도교수의 생각을 학생이 읽고, 학생의 생각을 지도교수가 교감해야 합니다. 서로를 잘 알기 위해서 우리 연구실은 많이 만납니다. 물론 모두 자발적인 참여 아래 이루어지고요. 자발성은 연구자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입니다. 억지로 시켜서 하는 연구에 탁월성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재미를 강조합니다. 연구하면서 발견의 재미, 깨달음의 재미를 맛보도록 격려합니다.”
최원영 교수의 말처럼 지속가능미래연구실은 묵묵히 멈추지 않고 연구를 이어 나갈 인재를 만드는 요람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혁신적인 연구를 위해 기꺼이 모험에 뛰어들 수 있으려면 결국 이 모든 과정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연구자는 누군가에 의해서 다듬어집니다.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해 비판적 사고,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 모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용기, 무수한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끈기, 그리고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이 필요합니다. 창의적 연구는 결국 자유로운 사고에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협업 능력도 중요해졌습니다.
수직적인 구조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연구실이 아닌, 자유롭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연구실을 지향하고요. 그 끝은 연구책임자와 학생 사이의 진솔한 소통이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결국 엄청난 연구 경쟁력을 얻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훌륭한 연구 성과뿐 아니라 몸과 마음이 건강한 과학자로서 과학을 통해서 경험하는 기쁨도 함께 공유하길 기대합니다. 끝으로 우리 학생들이 본인의 과학적 성취에만 매몰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사회적인 책무도 함께 감당하길 소원합니다.”
미래의 주역인 젊은 과학자가 행복하게 연구하고 원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연구 환경의 주축인 연구실 단위에서의 건강한 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최원영 교수와 지속가능미래연구실에서 UNIST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기꺼이 미래를 걸어볼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