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퍼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이 닿는 것은 광장에 우뚝 선 미디어타워다. 학생들에게는 공식 명칭보다 ‘망치타워’라는 별명이 더 익숙하다. UNIST의 사랑방 같은 곳으로, 외부 손님을 맞이하는 환영 인사부터, 학교의 우수 연구 성과 소식들이 이곳을 통해 흘러간다.
미디어타워를 지나 조금만 걸으면 캠퍼스의 풍경이 갑자기 느슨해진다. 딱딱한 중앙광장의 보도블록 대신 천연 연못과 나무가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UNIST는 ‘가막못’이라는 천연 연못을 중심으로 설계된 캠퍼스다. ‘가막못’이라는 이름은 예전 이 일대에 까마귀가 많이 날아들던 풍경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막못 허허벌판에 2007년에 설립돼 10여 년 만에 세계 젊은 대학 랭킹 3위에 오른 UNIST의 저력을 ‘오연지기(烏淵之奇)’라고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가막못 둘레를 교육연구동과 학술정보관이 둘러싸고 있다. 교육연구동과 가막못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반송은 UNIST를 찾았던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직접 심은 나무다. 주변의 벚꽃나무 아래 잔디밭에서는 매년 봄 벚꽃맞이 피크닉이 펼쳐진다.
학술정보관은 가막못과 가장 가까운 건물이다. 책과 커피가 함께하는 공간인 지관서가가 이 학술정보관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울산에 있는 6곳의 지관서가 중 하나로, 이곳의 테마는 명상이다. 주말에는 느린 시간이 흐르는 이 공간을 즐기기 위해 일부러 먼 곳에서 찾아오는 외부인도 적지 않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광장이 나온다. 특히 1학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광장 앞 경영관에서 수업을 듣고 나오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고, 학생식당, 동아리 공간이 있는 학생회관도 가까워 늘 사람의 온기가 흐른다. 약속을 잡지 않아도 누군가를 마주치게 되는, UNIST의 일상이 가장 잘 보이는 장소다.
기숙사 방향으로 더 발걸음을 옮기면 다리가 나타난다.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의 하루 시작과 끝이 머무는 공간이다. 별명은 ‘수수깡다리’다. 난간의 모양이 수수깡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UNIST에는 총 9개의 작은 다리가 있다. 다리에는 별명만 있을 뿐 아직 공식 명칭은 없다. UNIST 출신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면, 그 이름을 따 다리 이름을 붙일 것이다. 미래의 주인을 위해 잠시 비워둔 것이다.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강의실, 연구실로 향하고, 늦은 밤 고단한 몸을 이끌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오는 학생들. 그들의 평범하고도 치열한 발걸음이 쌓여 마침내 역사가 되는 날, 비로소 이 다리들은 제 이름을 찾게 될 것이다. 허허벌판이던 까마귀 연못이 세계적인 대학이 된 것처럼. 9개의 이름 없는 다리는 오늘도 묵묵히, ‘오연지기’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해 줄 기적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