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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철 교수의 원자력 에너지 이야기

원자력과 AI의 만남,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미래 向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는 지난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회의에서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을 세 배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자력을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공식 천명하는
이와 같은 정책은 원자력의 안전성과 기술 혁신을 통한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강조하는 동시에,
각국의 에너지 정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 부쩍 분주해진 방인철 교수를 만나 원자력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글_편집실   사진_유근종
AI, 원자력의 잠재력을 깨우다

“원자력은 인류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다.”
이는 친원전 기조가 반영된 현재 시점의 메시지이자, 방인철 교수가 원자력 기술과 미래 에너지 전환에 대해 품어온 확고한 신념을 함축하고 있는 말이다. 방 교수는 원자력 에너지의 잠재력을 탐구하며 사명감을 바탕으로 연구에 매진해 온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린 시절 군인을 꿈을 품었으나 시력 문제로 그 길이 막히자,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중 원자력 분야에 사회적 책임을 느끼며 ‘사명’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그려본 ‘인생 그림’처럼 그의 열정은, ‘작은’ 원자력 발전소를 세워둔 자신의 연구실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듯했다.
“원자력 발전소는 사람의 신체 구조와 유사하게 작동합니다. 심장이 혈액을 온몸으로 순환시키는 것처럼, 핵분열로 열이 발생하면 펌프(심장 역할)가 원자로를 통해 냉각제를 이동·순환시키며 열에너지를 전달하죠. 냉각제는 원자로 안에서 열을 흡수해 증기를 발생시키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소의 원리예요.”
방 교수에 따르면, 사람이 체온·혈압·촉감 등의 정보를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듯, 발전소도 온도·압력·진동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전성을 판단한다. 그런데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오늘날,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과 효율성은 한층 더 높아졌다고. 이것이, 원자력 기술 연구에 열정을 쏟아온 방 교수가 ‘AI 전환 시대’에서 자신의 연구 인생과 사명을 더욱 빛나게 할 필연적 변화를 읽는 근거다.

두려움과 희망 사이, 핵무기에서 원자로로

원자력 에너지는 오랫동안 불안과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된 핵무기 및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는 사람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 핵무기가 지닌 거대한 파괴력에 사람들은 원자력의 위험성을 인식하게 된 데다,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피해는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 또한 ‘원자력’ 자체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방 교수는 이와 같은 원자력에 대한 이미지에는 많은 오해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력 발전소와 핵무기는 전혀 다른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되거든요. 실제로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는 그 규모나 피해 정도가 과거의 사고들처럼 심각하게 확대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요. 서방국가들의 경우를 보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밀폐된 격납 건물1 안에 안전하게 격리돼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죠. 후쿠시마 사고에서도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으며, 대피했던 주민들은 이후 안전하게 복귀했습니다.”
다만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방 교수는 인정하고 있었다. 오히려 당사자들에게 남아 있는 사고의 기억은 ‘원자력 담론’이 많아질수록 그 안전성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에 방 교수는, 원자력 산업은 항상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음을 피력하고자 했다. 또한 AI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제야 비로소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적 오류를 최소화하고 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게 됐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많은 오해와 불안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이제 기후 변화 및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필요악’으로 인식되지만, 원자력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산을 위한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합니다.”

1.
핵심설비인 원자로와 원자로 냉각재계통이 설치된 콘크리트 건물. 충격을 보호하고 외부 누출을 막는 기능이 있다.

이제는 기술 혁신의 편리성과 위험성을 균형 있게
다루는 규제와 통제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원자력과
AI의 융합이 인류와 환경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혜택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AI와 함께하는 미래, 데이터로 강화되는 원자력 안전

방 교수에 따르면, 원자력은 그 자체로 종합과학이다. 다양한 센서와 장치가 적용된 원자력 발전소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처리함으로써 발전소의 안전성과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 게다가 이러한 기술적 시스템은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생성·관리하는 데에도 유익하다.
“데이터 활용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관리와 잠재적 문제 예측 및 대비를 가능하게 합니다. 특히 AI 기술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죠.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중에 인간이 놓칠 수 있는 작은 이상 신호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으니까요. AI는 분명 인간의 역할을 보완하고 실수를 예방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접근은 원자력 발전소와 데이터센터가 긴밀히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즉 발전소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는 AI를 통해 분석되고, 이를 통해 운영 효율을 최적화하거나 잠재적 사고를 예방하게 되는 원리다. 결국 AI 기술은 데이터 패턴을 인식하고 고장 가능성을 예측해 신속히 대응함으로써 원자력 발전소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I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 많은 양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모델이 바로 원자력인 것이다. 이와 관련, 방 교수는 데이터센터를 “24시간 365일 동안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며,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핵심 장소’로 풀어 설명했다.
“말하자면 데이터센터를 AI가 공부하는 공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이나 독서실처럼 학습을 위한 장소죠. 이곳에서 AI는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마치 수험생이 공부하듯’ 분석하고 이해하며, 지능을 점점 더 발전시키는 거예요. 학습으로 ‘똑똑해진’ AI는 이후 발전소 같은 곳에 도입, 실제 운영에 활용되고요.”
방 교수는 이렇듯, AI로 인해서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해지고, 안전하게 생산된 원자력에너지가 다시 AI를 똑똑하게 만드는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게 됨으로써 형성되는 선순환 체계를 깊이 환영하고 있었다.

기술 혁신과 사회적 책임의 ‘균형’ 중요

원자력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청정에너지다. 이에 지속 가능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핵심 에너지로 떠오르며, 특히 AI와의 융합을 통해 데이터센터, 자율 운전 원자로, 지능형 로봇 및 자동화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중이다. 먼저 원자력과 AI의 융합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학습하는 과정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수급되도록 돕는다. 또 원자력과 AI의 융합으로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이상 신호의 조기 감지하면 자율 운전 원자로를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여러 기반 지능형 로봇 시스템을 지원함으로써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 분야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자력과 AI의 융합이 가져다줄 기술적 혁신에는 윤리적 과제가 있음을 지적한 방 교수는, 안전성 확보와 기술 남용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와 책임 있는 활용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AI가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묻는 경우죠. AI가 한 실수를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인류일까요, 개발자일까요, 운영 기관 책임자 중 누군가일까요?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적 기준이 마련이 시급해요. 게다가 원자력이 아주 민감한 주제여서 AI를 활용하려면 먼저 100%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방 교수는 이러한 부분을 ‘현재 기술 수준에서 쉽지 않은 도전 과제’로 느끼고 있었다. AI와 원자력 융합은 인구 감소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일자리 감소와 불평등 심화라는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또한 AI가 모든 판단과 실행을 담당할 경우 인간의 판단력과 능력은 그만큼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 역시 여전히 제기된다.
원자력과 AI의 융합이 미래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윤리적 활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와 책임 있는 기술 개발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 교수는 “인간 중심의 윤리와 AI 의존 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이제는 기술 혁신의 편리성과 위험성을 균형 있게 다루는 규제와 통제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원자력과 AI의 융합이 인류와 환경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혜택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