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과 의료의 혁신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 현미경의 발명은 조직과 세포, 미생물을 관찰할 수 있게 했고, X-ray의 발견은 인체의 내부를 해부하지 않고 들여다볼 수 있게 했으며, 핵자기공명 현상 이해와 컴퓨터, 전자공학의 발전으로 MRI라는 3차원 의료영상장비가 개발되었다. 가까운 예로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대유행은 신속한 진단키트, 백신, 치료제의 개발이 얼마나 인류의 생명과 삶의 질을 혁신할 수 있는지를 몸소 경험하게 했다. 이러한 의학 기술과 의료의 발전에는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 전자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핵공학, 화학공학, 컴퓨터공학 등 과학기술 전 분야의 지식이 활용되고 있다.
바이오메디컬공학은 기존의 과학기술 분야와 비교해 역사가 짧은 신생 학문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학문 분야에서 알려진 지식이나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와 의학을 혁신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25명의 전문가가 모여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 바로 UNIST의 바이오메디컬공학과다.
UNIST에는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외에도 생명과학과, 화학과를 비롯한 많은 학과에서 교수들이 생명현상에 대한 기초연구부터 이를 활용한 신약개발, 약물전달물질 개발, 웨어러블센서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과학기술 전반이 의료혁신에 활용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타 학문 분야와 협력은 바이오메디컬공학과에서는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최근 들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기술, 공학기술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빠르게 의료를 혁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UNIST는 2020년 정보바이오융합대학을 신설했고 바이오메디컬공학과는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 산업공학, 디자인, 생명과학과, 인공지능대학원과 함께 이러한 첨단기술을 누구보다 발 빠르게 도입해 글로벌 경쟁에서 “First Mover” 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UNIST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의 혁신을 위한 연구와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 1) 디지털과 인공지능 2) 임상연구(Trans-lational Study) 협력 3) 글로벌 협력이라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현재 교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의료에서 디지털기술과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와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2021년 스마트헬스케어센터가 개소했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아날로그 형태의 의료정보를 빠르게 디지털정보로 바꿨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X-ray 영상은 필름 현상이라는 과정과 필름을 밝은 백색광 패널에 올려서 의사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로 인해 촬영 이후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요구되었고, 영상자료는 현상된 필름의 형태로 정리되어 보관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X-ray 디지털 센서를 사용해 촬영 즉시 디지털 영상으로 획득되어 표준화된 의료영상저장전달시스템(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 PACS)을 통해 바로 의사에게 전송되고 저장된다.
더 이상 환자와 의사는 필름이 현상되어 전달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이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거기에 더해 인공지능기술의 접목은 영상 판독의 영역에서 의사들의 판독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는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의료영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디지털화된 환자 의료정보는 어느 병원에서도 환자들의 이전 의료기록과 복약 정보를 파악해 좀 더 정확하고 안전한 진료를 가능하게 해준다.
디지털화된 의료정보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의료정보의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신약개발과 신약의 효능 검증 등의 과정에도 활용되기도 하며, 새로운 치료방법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또한, 손쉬운 의료정보의 전송으로 인해 직접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비대면진료도 가능하게 해준다.
이 부분은 여전히 규제의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 팬더믹을 통해 우리는 경험했다. 이러한 디지털화된 의료는 의료의 범위를 병원이라는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 또한 질병 진단과 치료라는 범위를 넘어서 일상의 공간에서 케어라는 범위까지 확대 가능하다.
인구의 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단순 진단과 치료를 넘어 내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는 미래의 신산업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를 위해 UNIST 스마트헬스케어 센터에서는 새롭게 개발되는 다양한 생체센서들을 개발, 테스트하고 생체신호를 축적해 의료 및 생체데이터를 획득하고 분석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데이터의 영역뿐만 아니라 공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도구와 장비의 신속하고 정확한 적용을 위한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방법의 개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혁신 연구에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 중의 하나는 임상현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현장의 필요에 맞는 연구개발이다. 이를 위해 UNIST는 국내 유수의 병원과 현재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연세의대 치대, 울산대 의대, 양산 부산대학교병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등과 긴밀한 협력이 진행 중이다.
연세대 의대와 2021년부터 현재 11개의 공동협력연구과제가 게놈과 의료영상,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울산대 의대 의대생과 공대생이 함께 참여하는 수업이 기획되어 올해 가을부터 프로젝트 기반의 6개의 수업이 시범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우수한 임상경험을 보유한 병원/의과대학과의 협력을 위해 하버드와 MIT 협력 프로그램인 HST(Health Science and Technology)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우수한 연구인력을 가진 UNIST와 울산대 의대와 협력하는 프로그램으로 디자인됐다. 본격적인 협력 추진을 위해 이번 가을에 의과학 대학원 개원을 계획하고 있다. 의과대학원은 첨단과학기술을 빠르게 임상에 적용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의사과학자와 의사공학자를 육성하고 또한 공학자들과 협력을 통해 신속한 연구개발과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의료의 혁신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필수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과 의료의 특성상 최상의 기술만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 UNIST는 글로벌리더와 협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메디컬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최고의 대학과 병원에 최근 3년간 30여 명의 대학원생과 박사 후 연구원을 파견해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지속해서 인력파견을 통한 국제공동연구를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 현재 파견된 기관은 스탠포드 대학, MIT, 칼텍, UCLA 대학병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UCLA 대학병원과 의료데이터 분야의 연구협력과 인력교류뿐만 아니라 국내 바이오메디컬 창업기업의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지원과 협력을 추진하기로 논의했으며, 기존의 UC 샌디에고 일리노이대학, UC 버클리, 스위스 바젤대학병원과 지속적인 프로그램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과학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리더들과 혁신을 이끌어가는 꿈을 꾸며, UNIST는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