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 Global Footprint Network)에서는 매년 지구용량초과일(EOD; Earth Overshoot Day)을 발표한다. ‘지구용량초과일’은 인간이 지구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의식주, 에너지, 자원 등의 생산, 폐기물의 발생과 처리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을 토지 면적으로 환산해 표시한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 단위 GHA) 값을 자연이 가진 생태용량과 비교해 계산되는 값이다. 즉, ‘지구용량초과일’은 자연 생태계가 인류에게 준 1년 분량의 자원을 모두 써버린 날을 말한다. 최초로 지구의 생태용량을 초과해 소비가 이뤄진 것은 1970년대 초반이었으며, 해마다 조금씩 앞당겨져 2022년에는 7월 28일이 됐으며, 우리나라의 EOD는 4월 2일로서 심각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인간의 자연 생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화로 인하여 에너지· 자원 고갈, 환경 파괴, 기후 변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와 코로나 팬데믹 사태의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인류의 산업 활동이 지구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미래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연 생태계의 기본 구조, 원리 및 메커니즘에서 영감을 얻어 공학적으로 응용하는 자연모사기술은 에너지·자원· 환경 등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고 지구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관심을 끌고있다. [1]
‘자연모사기술(Nature-Inspired Technology)’이란, 자연의 생태계와 자연 현상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체 등의 기본 구조, 원리 및 메커니즘을 모사(Mimetics) 하여 공학적으로 응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자연모사기술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살아있는 생명체와 생태계를 대상으로 하는 생체모방 또는 생태모방공학이라는 개념에서 한 단계 진보해, 무생물까지도 포함한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 위한 융합기술이라 할 수 있다. ‘모사’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모사(模寫)’ 는 ‘사물의 형체를 그대로 그리거나 베낀다(Copy, Reproduce)’라는 뜻이 있으며, ‘모사(謀事)’는 ‘어떤 일을 기획, 설계하고 계획하는 일(Design, Plan)’, 그리고 ‘모사(謀士)’는 ‘꾀를잘 내어 일을 잘 이루게 하는 사람(Schemer, Tactician)’을 의미한다. 이 중 자연모사기술에사용되는 한자는 ‘謨寫’이며, ‘Design/Plan, Copy/Reproduce’라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2]
‘Biomimetics’라는 합성어는 1950년대 생체물리학 분야에 혁혁한 과학적 업적을 달성한 미국의 발명가이자 공학자인 오토 슈미트(Otto Schmitt)에 의해 최초로 사용됐으며, 1974년도에 최초로 웹스터 사전에 등재된 단어이다. Biomimicry는 Biomimetics와 동일한 의미로사용되지만, 생체모방보다는 생태모방이라는 의미로 좀 더 가깝게 사용되고 있다. 1982년에 최초로 사용됐으며, 미국의 재닌 베니어스(Janine Benyus)가 1997년에 ‘Biomimicry’ 라는협회를 만들고 책을 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널리 알려진 용어다.
영국의 ‘줄리안 빈센트(Julian Vincent) 교수가 2006년 발표한 「생체모방공학의 이론과 응용」이라는 논문에 의하면, 과학기술 관점에서 어떠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추구할 때는 에너지(Energy)의 활용과 물질(Substance)의 사용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며, 자연 생명체 관점에서 문제 해결 방법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에너지나 물질이 아닌 정보(Information), 공간(Space)과 구조(Structure)’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기술적인 문제 해결에서는 추가 에너지, 새로운 물질 등을 이용해서 해법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자연은 에너지 또는 물질을 추가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새로운 정보나 구조의 변형 등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며 지속가능한 친환경적인 해법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최적화된 자연을 모사해 공학적으로 활용하려는 자연모사기술은 새로운 기능과 새로운 소자,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탄소중립을 위한 청정기술로써도 주목 받고 있다.
[참고 문헌] [1] 김완두, 미래연구 포커스 넥스트 산업혁명 탐색,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자연모사혁신기술, FUTURE HORIZON, 2018, 제3호 Vol. 37
[2] 김완두 - 미래혁신기술 자연에서 답을 찾다, 2020
자연모사혁신기술은 2000년대 이후 급속히 발전한 마이크로·나노 단위의 분석 기술과 설계·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독일·일본 등 기술 선진국에서 활발한 연구 및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2030년 전 세계 GDP 기준 1.6조 달러를 차지하고 미국 내 24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분야로 보고되었다. 최근 과학기술의 급진적인 발전과 첨단화로 인해 기술발전이 정체기에 들어섰다고 평가하는 의견이 있다. 이에 연구자들은 기술발전의 정체에 대한 대응과 자연에 순응하는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과학기술의 구조적, 기능적 한계와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자연모사혁신기술이 강조되고 있다. 38억 년이라고 하는 긴 세월 동안 지구 상에 생존해오고 있는 여러 가지 생명체나 여러 구조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서 자연모사혁신기술을 발전시켜 미래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여러 가지 공학적 난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초연결·초지능 사회 구현을 위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지구의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일방적인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화로 인한 에너지·자원 고갈, 환경 파괴 및 기후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로 발전시키고,지구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혁신성장 산업을 발전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과학기술로서 자연모사기술이 한 축을 담당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