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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 나게 한판 놀아보자!
사물놀이패 동아리
‘유니스트에 흥을 알려라’

길놀이의 상징이었던 풍물놀이가 시대의 변화와 맞물리며 관객이 있는 무대 중심의 공연으로 변모한 것이 바로 ‘사물놀이’다. 이 사물놀이의 악기는 모두 네 가지. 꽹과리는 천둥, 징은 바람, 장구는 비, 북은 구름에 빗대며 이 네 소리가 하나로 합쳐진 사물놀이를 폭풍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무대 위에서만큼은 폭풍처럼 세상에서 가장 신명나는 한판 유희를 즐길 줄 아는 사물패. ‘UNIST의 흥을 알리자’고 외치는 UNIST 사물패 동아리 ‘유니스트에 흥을 알려라(이하 유흥)’를 소개한다.
2명에서 시작한 작은 출발

UNIST의 유일한 사물패 동아리 ‘유흥’은 올해로 창단 11년차를 맞이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물놀이를 경험했던 학생 1명이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취미생활로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23명의 활동부원이 있는 어엿한 동아리도 성장했다. 동아리장인 장정은 학생은 “처음 관심을 갖긴 어려울지 몰라도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며 ‘유흥’의 이유 있는 성장을 설명했다.
“처음 유흥의 창단멤버였던 선배님은 친척분이 사물놀이 인간문화재이셨데요. 보고 듣고 자랐으니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게 된 경우죠. UNIST에 입학하고 혹시 관련 동아리가 있을까 찾아봤는데, 그런 데가 없어서 ‘그럼 내가 만들지 뭐’란 마음으로 동기와 함께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유흥은 여전히 UNIST 유일의 사물패 동아리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담긴 전통악기를 다룬다는 자긍심과 사명감, 한국인이라면 절로 몸을 들썩일 수밖에 없는 장단의 경쾌함을 무기로 매년 꾸준히 부원이 영입되고 있다.
“전통악기를 접한다는 게 흔치 않은 시대잖아요. 그 특이함 때문에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이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 덕분에 동아리는 계속 성장하고 있어요.”
여럿이 모였을 때 빛을 발하는 사물놀이답게 함께 하는 인원이 늘어나면 다양한 조합의 팀을 꾸릴 수도 있고 대규모 합주의 시너지도 가질 수 있다. 하는 사람도 재밌고 보는 사람은 더 신나는 무대가 펼쳐진다는 뜻이다. 바로 ‘유흥’다움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그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그들은 오늘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습실로 향한다.

마음은 가볍게 손은 신명나게

대부분의 동아리원은 ‘나도 악기 하나 다룰 줄 알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유흥의 문을 두드린다. 바로 이 마음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거기에 ‘흥’이 있는 친구라면 더할 나위 없다.
“중고교 시절 음악시간 아니라면 전통악기나 장단을 경험할 일이 거의 없잖아요. 악기야 연습하면서 배우면 되니까 어렵진 않아요. 다만 사물놀이는 ‘합주’를 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다 같이 어우러져서 해내는 일을 즐길 줄 알면 좋겠죠. 즐겁게 하면 다 되는 거거든요.”
모든 악기가 그러하지만 흥미가 생겨 배우다보면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다. 연습은 이 욕심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유흥의 부원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저녁 8시 이후면 삼삼오오 모여들어 연습을 시작한다. 물론 동아리 정기연습 일정도 있지만 그 외의 시간에도 자진해서 연습을 하는 편이다.
“보통 처음 입부하면 선배님들 주축으로 신입부원을 지도하게 되는데, 첫 악기는 장구를 배워요. 장구가 장단을 익히기 가장 좋은 악기거든요. 어느 정도 장구가 익숙해지고 나면 자신이 원하는 악기를 선택하면 되고, 하고 싶은 장단을 찾아서 연습해볼 수도 있게 되죠.”
뿐만 아니라 전문가를 찾아 전수를 받기도 한다. 방학마다 청도차산농악전수관 같이 인근에 전통장단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배운다. 때론 직장인 동호회와 교류를 통해 배우기도 한다.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게 되고 아는 장단이 많아지면 흥이 더 올라가요. 더불어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하다 보면 기술만 배우는 게 아니라 사물놀이를 더 깊게 이해할 수도 있는 계기도 되거든요. 이런 시간과 경험들이 쌓였기 때문인지 졸업 직전까지도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선배님이 계실 정도로 유흥의 동아리 만족도는 아주 높은 편이랍니다.”

10주년 ‘홈커밍 데이’, 커밍 쑨

공연 동아리의 핵심은 결국 ‘무대’가 아닐까? 지난한 연습의 시간도 서로 엇갈리며 다투던 일들도 무대에서 신명 나게 한 판 놀고 나면 그저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리니까 말이다. 오직 즐거움과 성취감으로 벅차오를 뿐.
“지난 2년은 코로나 시국으로 저희 같은 공연 동아리들은 연습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연습도 거리두기 절차에 따라 유동적이어서 혼자 연습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고요. 여럿이 모여 합주를 해야 하는 사물패 특성상 동아리를 운영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 정도면 폐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유흥.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이들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고. 혼자 또는 둘 또는 넷,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상황에 맞춰 연습을 이어갔다. 자주 연락하며 서로를 독려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은 노력 덕분일까? 올해 9월, 돌아온 UNIST 가을축제에서 유흥은 전야제와 본공연 모두 무대에 오르며 그동안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지난해 신입생들은 수업도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학교 올 일이 아예 없었잖아요. 신입생환영회도 하지 못했어요. 올해 4월부터 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본격적으로 만나고 연습도 하게 됐는데, 여러 무대를 함께 하게 되니 이제야 유흥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 축제는 물론이고, 캠퍼스 내에서 버스킹도 다시 시작했다. 전국국악경연대회, 울산쇠부리축제 등에 참가해 입상하기도 하고 다양한 행사에서 축하공연 팀으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그리고 유흥만의 가장 큰 축제, ‘홈커밍’ 역시 11월 재개한다.
“홈커밍은 1기부터 현재 12기까지 전 동아리원들이 만나서 1년간 연습한 공연도 선보이고 서로의 안부도 묻는 가장 큰 자체행사에요. 지난해가 동아리 창단 10주년이었거든요. 코로나 시국 때문에 그냥 넘어갔던 게 너무 아쉬웠는데, 더 늦지 않게 올해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영화 <친구>의 명대사처럼 유흥은 비로소 함께하게 된 순간, 휘몰아치는 자진모리장단처럼 신명 나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앞으로도 UNIST의 흥을 제대로 보여주며 지금처럼 ‘흥’ 돋는 동아리로 자리해 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 Mini Interview
    “가장 유흥다움으로 즐기자!”

    동아리장 장정은 학생
    (경영과학부 3학년)

활동인원이 20명을 넘긴 건 올해가 처음이에요. 코로나 시국을 거쳐 왔던 걸 생각하면 이 모든 게 감사할 뿐이죠.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신입부원들에게는 특히 더 고마워요. 앞으로 유흥에서 즐겁고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어가자고 말해주고 싶네요.
물론 지난 2년을 함께 힘든 시간을 견뎌준 부원들에게는 고마운 마음 그 이상이에요. 동아리방이 폐쇄되고 다목적실을 대관해서 사용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연습시간 빠지지 않고 참석해주고, 서로 다독여준 그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큰 행사는 홈커밍데이가 남았는데, 우리가 노력한 만큼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고, 더불어 가장 ‘유흥’다운 게 최고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