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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와 창업의 메카
‘울산 의료복합타운’ 기대

UNIST가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선도할 ‘의과학자 양성’에 나선다.
내년 3월 설립될 ‘UNIST 의과학원’을 중심으로 의과학자를 키우고, 바이오메디컬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미래산업으로 손꼽히는 의료·바이오 분야에서 울산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형 HST 프로그램’… 국내 최초 학부생 의과학 프로그램 운영

지난 7월 11일(월) UNIST는 울산대와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울산대학교-울산과학기술원 학술교류’ MOU를 맺었다. 2023년 9월부터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인 ‘UNIST-울산의대 HST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는 게 골자다.
HST(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는 미국 MIT와 하버드의대가 1970년 시작한 의공학 통합 프로그램이다. 의대와 공대, 병원이 힘을 모아서 바이오· 의료 분야의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을 때, 백신을 개발하며 희망의 빛을 보여준 '모더나'도 바로 하버드-MIT HST가 기반이 됐다.
‘UNIST-울산의대 HST 프로그램’도 공대와 의대가 협력하고 서울아산병원도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MIT-하버드의대 HST와 닮았다. 독특한 점은 학부 과정부터 강의가 개설된다는 것. 덕분에 의대의 예과와 본과, 대학원을 아우르는 ‘전주기 의과학 교육 프로그램’이 가능하다. 특히 학부 과정인 의예과부터 의과학 프로그램으로 배우는 과정은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모델이라 눈길을 끈다. 의예과 1학년부터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적성에 따라 의과학자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UNIST-울산의대 HST 프로그램은 의학 교육과 과학·공학 교육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공학 기반 의과학원’이다. 과학자나 공학자를 꿈꾸는 UNIST 학생들은 의료분야를 경험하며 첨단 바이오·의료 분야에 실제로 필요한 연구와 기술개발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심재영 정보바이오융합대학장
AI에 빠삭한 의사, 임상 아는 공학자 등 양성

이 프로그램은 크게 두 트랙으로 나뉜다. 울산의대 학부생과 석·박사과정을 대상으로 전공기초교육을 하는 ‘MD(Medical Doctor, 의사과학자) HST 트랙’과 UNIST 학부생을 대상으로 해부학 등 임상 중심 교육을 하는 ‘ME(Medical Engineering, 의공학자) HST 트랙’이다.
이 프로그램을 수강한 울산의대 학생들이 의과학자가 될 수 있는 ‘단기 석사과정’도 신설된다. 학부 과정에서 과학과 공학에 흥미를 느낀 의대생이 의과학자로 진출할 빠른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 밖에도 학사부터 석사, 박사, 의사면허를 가진 의사까지 대상자별 맞춤 교육과정도 준비돼 있다. UNIST 학생들은 병원 인프라를 활용한 현장 실습 등을 통해 기초과학 연구와 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실무형 의과학자’로 거듭나게 된다.
이를 위해 UNIST 의과학원에서는 공학과 자연과학 분야 10개 전공이 참여해 ‘공학 기반 의과학자’ 교육 모델을 확립한다. 교과목은 ‘메디컬AI’나 ‘게놈공학’, ‘재생재활공학’ 등 AI를 비롯한 공학계열 비중이 클 전망이다. 미래에는 의료산업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ICT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헬스케어’의 중요성이 커지므로 이를 염두에 둔 의과학자 양성을 추진하는 것이다.

“미래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이끌 ‘의과학자’를 양성하고, 동남권을 중심으로 한 의료산업을 육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미국의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주도하는 보스턴의 ‘켄달 스퀘어*’처럼 울산에도 ‘의료복합타운’이 만들어져서 UNIST 의과학원을 중심으로 바이오메디컬 분야 교육과 연구·창업이 활발해지길 꿈꿔 본다”
이용훈 총장

하버드 의대와 MIT가 1970년대부터 시작한 ‘의공학 통합 프로그램’이다. 의대와 공대, 병원이 협력해 바이오·의료 분야의 연구개발을 주도할 의과학자를 양성하고 있다. ‘연구실 의자에서 환자의 침상까지’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과학과 기술이 인류의 건강증진(예방·진단·치료 등)에 사용되도록 교육과 연구를 추진 중이다.
HST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MIT와 하버드대의 모든 강의를 수강할 수 있고, 세계 유수 대학 병원과 협력 연구에도 참여할 수 있다. MIT의 기술력과 하버드 의대의 임상 시험 노하우가 만나서 ‘새로운 바이오메디컬 기술’을 만들어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코로나 백신 치료제 개발로 유명한 기업인 ‘모더나’가 탄생한 배경에도 하버드-MIT HST 프로그램이 있다.

* 바이오테크 산업의 실리콘밸리, ‘켄달 스퀘어’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1마일 스퀘어’. 켄달 스퀘어(Kendall Square)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상징물에 쓰인 문구다. 1마일 스퀘어 공간에 1,000개 이상의 바이오테크 기업들과 연구소, 병원, 대학들이 위치해 세계 바이오테크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켄달 스퀘어는 1977년 미국 케임브리지 시의회에서 재조합 DNA 실험을 합법화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법적으로 금지된 유전자 조작 실험이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들의 노력으로 합법화되고, 이듬해 MIT와 하버드대 출신 과학자들이 바이오젠(Biogen)을 설립하자 보스턴에 바이오/제약 산업의 기반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 이후 켄달 스퀘어는 꾸준히 성장했고,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 동안 바이오/제약산업 종사자 고용을 92% 늘렸다. 또 연구개발시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주거공간이나 대학 건물이 늘어나며 많은 사람이 모이는 첨단지구로 변모했다.
이 지역은 연구중심대학의 연구성과를 가져와 바이오 벤처를 만들고 혁신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MIT와 하버드대는 물론이고 화이자와 노바티스, 머크 같이 이름만 들으면 아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도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연구인력과 투자자들이 몰려들며 스타트업 창업도 활발해졌다.
UNIST는 의과학원 설립을 통해 울산에도 켄달 스퀘어 같은 혁신적인 공간이 만들어지길 꿈꾸고 있다. 울산의대와 협력해 의과학자를 기르고, 이들의 연구개발로 스타트업 창업이 이뤄지며,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풍부한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구성되길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