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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디자인 운동가구의 탄생
미니멀한 운동가구 디오(The-O)

‘상진(SANGJIN)’의 박상진 대표

  • 글. 편집실   사진. 김범기
“두 달 가까이 텐트에서 먹고 자며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이어갔다.
여행 중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 역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였고, 결국 UNIST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날개 없는 선풍기로 세상을 놀라게 한 다이슨의 수장 제임스 다이슨.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박상진 대표는 이런 다이슨에게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이름을 붙인 디자인 운동가구 전문기업 ‘상진(SANGJIN)’을 창업했다. 창업 아이템은 기존에 없던 유니크한 디자인의 운동가구 디오(Tho-O)다. 11월, 와디즈 펀딩을 통해 대중에게 ‘상진’과 ‘디오’의 이름을 알렸고, 100% 펀딩을 달성하며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살폈다. 스몰(S)과 기본(M) 2가지 사이즈, 7개의 컬러로 출시한 디오는 의자와 사이클을 결합한 운동가구다.
인체공학적인 알파벳 D 모양의 디자인으로 의자에 앉아 페달링이 가능한 강도로 설계한 디오는 어느 공간에 두어도 어울리는 미니멀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여자가 한손으로 들어도 쉽게 들 수 있는 가벼움, 80kg가 넘는 성인이 올라가도 끄떡없는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99만 회 이상 회전테스트를 진행해 운동가구로서 손색없는 성능까지 갖췄다.
“휠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썼어요. 보통 자전거를 보면 샤프트라는 축이 있고, 거기에 베어링이 들어가 휠이 회전하는 구조인데요. 디오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샤프트와 베어링 부분을 과감히 없앴습니다. 대신 가공 과정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상진만의 기술을 접목해 디자인과 안정성을 모두 살렸습니다.”
경북대에서 기계공학을, UNIST 대학원에서 디자인공학을 전공한 박상진 대표는 선풍기에서 날개를 빼 버린 다이슨처럼 ‘빼기’에 관심이 많았다. 정밀기계 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 덕에 어린 시절부터 기계를 보고 만지는 것이 일상이었던 그는 범용기계, 공작기계 같은 큰 기계들의 사용법과 조작버튼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심플하면서도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제품들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우연히 ‘한국의 다이슨을 양성해야 한다’라는 김관명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는 일면식도 없었던 김 교수를 찾아가 고민과 생각들을 나눴다는 박상진 대표는 학부를 졸업한 후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박 대표는 ‘무엇을 해야겠다’는 삶의 목표를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 방황기를 겪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히치하이킹, 무전여행 등을 다녔다. 두 달 가까이 텐트에서 먹고 자며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이어갔다. 여행 중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 역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였고, 결국 UNIST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상진의 대표 브랜드인 디오의 출발점이자 첫 제품이었던 스툴디(Stool.D)는 통합디자인프로젝트(IDP) 수업의 결실이었다.
“자동차 회사에서 스피커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와 같은 주제의 프로젝트가 주어졌어요. 운동을 좋아해 철인3종 경기와 마라톤 등 강도 높은 운동에 도전했는데 너무 강도에만 집착한 나머지 20대 후반, 하지정맥 수술을 받게 됐어요. 그때 운동량에 집중된 복잡한 운동기구 말고, 최소한의 운동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운동가구를 만들어보자는 답을 얻었죠.”
프리미엄 라인으로의 디벨롭을 구상 중인 스툴디(Stool.D)는 그렇게 탄생했다. 2018년 두바이 디자인 위크, 2019 iF디자인 어워드, 2021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스툴디와 디오 모두 내로라하는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가능성을 높게 인정받았다.
“공학과 디자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두 분야의 강점을 제품에 녹여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는 박상진 대표는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만나기 시작한 디오가 누군가의 공간 안에서 쓸모 있게 역할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했다.
“상진을 다이슨처럼 세계적인 회사로 키워가는 것이 목표예요. 하고 싶은 일을 찾기까지 방황을 많이 했지만, 그런 시간들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어요. UNIST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니 앞으로 상진을 통해 보다 가치 있는 일들을 해나가면서 끝까지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야기 하는 박상진 대표의 눈이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