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그룹은 국내 유일의 융용 알루미늄·아연 도금업체로 시작해 중화학공업 회사들이 중심이던 울산에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최초의 공장을 세워 국내 1위, 세계 2위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울산의 1호 향토기업이다.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소재 ‘솔더볼’을 생산하는 덕산하이메탈, IT 소재 분야의 덕산네오룩스 등 현재 덕산그룹은 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그룹사 전체의 연간 매출액은 3,000억 원에 이른다. 이 놀라운 역사를 써내려 온 이가 바로 이준호 회장이다. 지금은 명실상부한 울산의 자랑이자 탄탄한 강소기업이지만 언제나 ‘최초’의 역사를 써 온 이준호 회장은 벤처기업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계를 넘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제가 벤처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절실히 깨달은 것은 ‘벤처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누군가 도와준다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무난히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유망한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울산의 많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고, 벤처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직접 덕산하이메탈을 창업해 지금에 이른 그는 경험으로 얻은 것을 나누고자 했다.
이준호 회장이 거액의 발전기금을 UNIST에 기부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평소 그가 가진 확고한 경영철학도 큰 몫을 했다. 그는 ‘소재산업 입국, 그 중심기업 덕산’이라는 슬로건으로 회사를 경영해왔다.
특히 소재 분야의 핵심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우수 인력 확보에 힘을 쏟아 지금은 그룹 인력의 30%가 연구개발에 종사할 정도다. 이공계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유하푸른재단’을 설립해 장학지원 사업도 펼쳐왔다. 이번 기부도 평소 과학기술인재를 중심으로 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이 회장의 뜻이 담겨있다.
“사업을 하면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결국 문제는 사람이 해결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게는 거의 전쟁으로 느껴졌던 사업의 경쟁 속에서 기초과학, 연구개발, 특허 등은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인재, 특히 이공계 인재의 중요성을 절감했기에 이공계 인재육성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여러 방면에서 지원을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의 가치관은 UNIST의 학교 운영 철학과 꼭 닮아있었다. UNIST가 추구하는 청년 창업을 위한 실전형 교육과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 첨단 기술로 울산 산업을 혁신하겠다는 비전에 공감한 이준호 회장은 주저 없이 UNIST에 기부를 약속했다.
“울산에 국내 최초로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을 개원하고, 인재양성과 연구개발에 앞장서는 UNIST의 노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울산의 산업지형을 바꿔놓을 뜻깊은 혁신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싶어 기부를 결심했습니다”라고 기부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UNIST가 울산에서 지역인재를 육성하고 청년창업을 활성화해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혁신 모델을 수립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준호 회장은 울산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를 생산하는 강소기업을 이끌어온 혁신가다. 또한 울산에서 나고 자라 울산에서 기업을 일군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부산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중공업 공채 1기로 입사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으로 회사를 옮겼다가 1982년 37세의 나이로 덕산그룹의 모체가 된 덕산산업을 창업했다. 항상 높은 곳을 바라보고 도전한다는 뜻의 ‘향상지심(向上之心)’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그였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국내 유일의 융용 알루미늄·아연 도금업체로 출발한 덕산산업이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에 빠졌을 때, 이준호 회장의 선택은 ‘혁신’이었다. 중화학공업 회사들이 중심이던 울산에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최초의 공장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1999년 설립한 ‘덕산하이메탈’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반도체 패키징 소재는 일본이 독점하고 있는 분야였다. 전 재산을 투자한 연구개발, 수년간의 어려운 시간 끝에 이 회장은 결국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소재 ‘솔더볼’을 독자개발에 성공했고, 회사를 성장 궤도에 올려놓았다. 현재 덕산하이메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 세계 반도체 기업에 소재를 납품하는 연 매출 500억 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답습보다는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발전시키고, 선각자 정신으로 미래 발전 인자를 끊임없이 찾은 것이 오늘의 덕산그룹을 있게 한 원동력입니다.” 이 모든 성공의 배경은 ‘혁신’이라고 그는 말한다.
지난 11월 4일 열린 이준호 회장의 300억 발전기금 약정식에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용훈 총장, 이준호 회장의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많은 언론의 관심이 쏟아졌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산업계의 기부는 지역 사회가 인재를 양성하고 그 인재들로 지역이 혁신하고 발전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시작한다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라며, “덕산그룹의 기부금은 UNIST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지역 혁신을 추진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우수 지역인재 양성과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준호 회장은 발전기금을 통해 더 활발한 연구활동과 창업 지원을 받게 될 UNIST의 학생들에게 오늘의 발전기금이 씨앗이 되어 훗날 큰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며 선배 기업인으로서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길은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거기에 매진해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흔히 우등생은 스티브잡스가 되기 힘들다고 합니다. 특히 과학기술인들은 팔방미인형의 우등생이 되기보다는 한 분야에 매진해 그 분야의 최고가 되기를 목표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모든 사람이 다 우등생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을 하는 것도 성공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챌린지 융합관에서 마음껏 창업의 꿈을 펴고 울산지역의 산업을 미래형 산업으로 성장시킬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위해 노력해줬으면 합니다. 또 누군가는 연구 쪽에 매진해 언젠가 노벨상도 기대해 볼 수도 있겠지요. UNIST의 교육시설과 교직원,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라면 머잖아 UNIST에서 층분히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습니다.”
UNIST는 이번 기부금으로 ‘챌린지 융합관(가칭)’을 건립할 방침이다. 이곳은 ‘과학기술계 BTS’로 성장할 미래 인재들이 과학기술 전 분야에 걸친 혁신적 교육을 받으며, 자유롭게 창업에 나설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UNIST는 이준호 회장의 기부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챌린지 융합관에 대한 기부자 명명, 예우 공간 조성, 명예박사 수여 등 다양한 기부자 예우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