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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환경공학과 강사라 교수

지구온난화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산화탄소가 얼마 배출되면 지구의 온도가 몇도 올라간다’는 이야기.
이러한 예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기후모델이다. 기후모델은 꾸준히 발전해오며 기후변화를 예측해왔지만 풀리지 않는 오차 역시 계속 존재해왔다.
강사라 교수는 ‘왜 오차는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 기존의 관점을 바꾼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다

대기과학자셨던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 1년에 두 달씩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했던 경험. 과학자의 재능을 물려받았는지 수학과 물리로 자연현상을 파악하는 일에 큰 매력을 느꼈다는 일화까지. 모두 강사라 교수의 이야기다. 태생부터 미래가 결정되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다다른 과학자의 길이지만 그 누구도 등 떠민 적 없는 오롯이 그의 선택으로 이어져 온 오늘이다.
“어린 시절 경험이나 보고 배운 환경을 무시하진 못하겠지만 결국 제가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어야 꿈이 되고 이룰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제게 주신 자양분을 가지고 잘 키워내고 있습니다.”
강사라 교수는 대기과학자의 길로 들어서며 한 가지 주제에 집중했다. 박사학위 논문부터 10여 년간 ‘고위도-열대 원격상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적도 가까이 있는 열대지역 날씨에 뭔가가 발생하면 남극·북극 같은 고위도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많이 나왔어요. 반면 고위도에서 열대로의 영향은 밝혀진 게 없었죠. 대기는 움직이고 있으니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이를 증명해 내보기로 한 거죠.”
세계 최초로 극지대와 열대를 잇는 대기 순환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 것이다. 2011년에는 남극 지역의 성층권 오존층에 구멍이 생기면서 대기 순환에 변화가 생기고, 이것이 열대 지역 강수 패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결과가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소개되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온도가 높아지고 수증기가 늘어나는 영향에 집중하던 기존 학설과는 차별화된 연구 결과였다.

자신의 연구에서 최고 권위자가 되고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고위도 지역과 열대(저위도) 지역의 기후변화는 별도로 연구됐다. 하지만 강사라 교수의 연구를 통해 고위도 지역이 열대지역에 미치는 원격상관 효과가 규명되면서 기후 역학 분야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게 된 것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한국계 과학자 최초로 미국지구물리학회(AGU)에서 수여하는 ‘중견대기과학자상(Atmospheric Sciences Ascent Award)’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AGU는 매년 박사학위 취득 후 8년에서 20년 사이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대기과학자 4명 정도를 선정한다.
“과학자분들의 추천으로 수상자가 선정된다는 점에서 더 영광스러운 것 같아요. 사실 여러 분야와의 융합연구를 수행하거나 다년간 여러 연구 주제를 다루며 성과를 내는 과학자분들에 비해 저는 오직 한 주제에만 몰입해왔기 때문에 때때로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문하게 되곤 했는데요, 이번 수상을 통해 한 분야를 깊게 고민해온 것이 오히려 차별점이 되었고, 그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해양순환이 원격상관에 미치는 역할을 파악하기 위해 국제적 협력을 통해 모델 실험 데이터를 구축했다. 이는 기후 역학의 새 분야를 개척한 업적으로 평가된다.
“한때는 고위도가 열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연구결과가 연이어 나오며 제 연구에 제동이 걸렸었어요. 고위도의 요인이 해양을 통해 흡수되며 효과가 줄어든다는 내용이었는데 구름이라는 요인을 통해 다시 열대에 미치는 고위도 영향이 상당할 수 있다는 걸 검증할 수 있었어요. 즉 대기 하나만이 아니라 해양, 구름 등 포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 계기였죠. 이후 다양한 파생 연구가 진행될 수 있었고요.”
현재 강사라 교수는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와중에도 열대 태평양의 수온은 차가워지는 현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지금의 기후모델은 이 쿨링현상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이 역시 고위도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오차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치열한 고민이 결국 연구의 질 그리고 결과를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계속 궁금해하고 기존의 것을 의심하면서 나아가야 하죠. 특히 대기과학은 전 지구적 현상을 바라보는 학문이기 때문에 전지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사라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 소속 학생들에게 꼭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자세가 차이를 만든다.” 시야를 넓게, 포부도 크게 가지라는 뜻이다. 이는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고. 한 분야를 심도 깊게 파헤치고 있는 만큼 후일 ‘고위도-열대 원격상관’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자,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자 포부이다.

“자세가 차이를 만든다.”
시야를 넓게, 포부도 크게 가지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