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 살레 이브라함은 2019년 한국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사업인 GKS(Global Korea Scholarship)에 선정됐다.
GKS에 선정되면 대학을 선택해 학부나 대학원 과정을 밟게 되는데, 그녀가 선택한 곳은 UNIST였다.
GKS 장학생들은 보통 학사를 마치고 모국으로 돌아가지만 라비의 선택은 달랐다.
UNIST에 남아서 신소재공학을 더 배우기로 한 것. 그녀를 만나 한국과 전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문화에 대한 모든 것들을 좋아해요. 지난봄에 정말 오랜만에 나이지리아를 다녀왔는데, 제가 그 시간조차도 한국을 그리워하고 있더라고요. 주변 지인들은 제가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국 사람 다 됐다’고 말해요.”
한국 음식은 물론 한국의 전통 민요도 즐겨 듣는다는 라비의 핸드폰 속 플레이리스트에는 구성진 가락의 남도 민요가 가득하다.
나이지리아 전통 음악과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처음 가야금 연주와 아리랑을 들었을 때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고. 이후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의 전통 민요가 점점 좋아졌고, 교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 가막못 주변을 산책하며 즐겨 드는 곡이 됐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할 수 있는 말은 간단한 숫자와 인사말 정도였어요. 언어교육과에서 1년 동안 한국어를 배우면서 느낀 건 정말 깊이 있으면서도 어려운 언어라는 점이에요. 사실 전공과목을 공부할 때도 언어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아요. 하지만 인간적이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한국어를 더 많이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많은 외국인 학생이 한국에서 공부하길 바라지만 중도에 포기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한국어를 배우기 어려워서다.
다행히 UNIST는 100% 영어 강의를 원칙으로 삼고 있어 강의를 듣기는 수월한 편이다. 그녀가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게 된 데에는 이처럼 글로벌 캠퍼스로 구축된 UNIST의 여건이 한몫했다. 그녀는 특히 지도교수인 차채녕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같은 연구실에 소속된 동료들 덕분에 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공부하면서 어려움이나 한계를 느낄 때마다 차채녕 교수가 용기와 희망을 줬고, 덕분에 대학원 진학 결정도 고민 없이 할 수 있었다.
수많은 전공 중에서 왜 신소재공학과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그녀는 “신소재공학이란 ‘분명함과 열정’이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은 재료로 이루어져 있고, 다양한 재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구조를 이해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느껴졌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가공하는 일은 마법 같이 느껴졌다.
그녀는 스스로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신소재공학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필요로 하는 만큼 자신과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또 새로 개발된 신소재로 인해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그것이 산업의 기반이 되기에 연구로 인해 얻는 보람 또한 크다고.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만나는 다양한 소재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에게 UNIST는 꿈을 실현하고, ‘세계’라는 더 큰 세상을 만나게 해준 소중한 공간이 됐다. 2022년 8월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 진학을 위해 뜨거운 여름방학도 반납한 라비. 그녀가 미래 산업을 이끄는 리더(leader)로 성장하기를 응원한다.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NIIED)에서 주관하는 외국인 장학사업. 외국인 학생에게 대한민국 고등교육기관에서 수학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국제교육교류를 촉진하고 국가 간 우호증진을 도모하는 게 목적이다. 국가별로 우수한 소수 인재만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며, 해당 학생들은 대학교에서 학부나 대학원 과정을 수학하게 된다. UNIST는 2009년 개교부터 지금까지
GKS 수학 대학으로 선정됐다. 특히 2021년에는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교육국제화역량’ 평가에서 ‘우수’ 인증을 받아 2023년 GKS 수학대학 선정 시 가점 등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