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고도화는 이미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레이 커즈와일은 2029년 자연지능에 필적하는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 2045년 초지능이 나타나는 특이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작년에는 일론 머스크가 앞으로 5년 이내 ‘초인 인공지능’이 출현하리라 해서 논란이 재현되었다.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과 기업가들도 대체로 이번 세기 중반 정도인 2060년 내외에는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학계를 비롯한 산업 전반에서 AI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AI가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기 때문이다. 커즈와일이나 머스크의 주장처럼 앞으로 10년 내 AGI가 실현된다면 현재 예상되는 위험과 문제점에 대한 적절한 조치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최첨단 딥러닝 인공지능들도 AGI의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초보 단계에 있다. 예컨대 딥마인드의 알파제로와 알파스타, 오픈 AI의 GPT-3가 사람을 월등히 앞서는 역량을 보였지만, 여전히 이들로 자율주행을 할 수는 없다. 또한 알파제로로 자연어 처리를, GPT-3로 게임을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최신 인공지능 기술들이 ‘지수적인 성장(Exponential Growth)’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여러 부문에서 가장 탁월한 사람들을 월등하게 능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와해성 기술이 가진 기술혁신의 이익과 초래할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한 균형적인 대비가 중요하다. 인공지능의 우리 삶에 대한 파장은 일자리, 생산성과 경제성장, 무역과 투자 등의 경제 부문에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시장 거래와 경쟁, 정부의 정책과 규제에도 상당히 높은 임팩트를 가질 것이다. 이외 인공지능 무기화, 일치와 통제, 편향성과 다양성, 감시사회로의 전환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고 현재 이에 대한 대처 논의도 활발하다. 이 문제들을 여기서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일과 일자리, 생산성과 경제성장, 무역과 투자 그리고 시장과 정부에 대한 인공지능 발전의 파장과 대응방안을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일과 일자리들 가운데 컴퓨터에 크게 의존하거나 모듈화가 된 것들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회계사는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정원사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 입장에서 전환이 용이하고 그에 따른 비용 절감 이익이 회계사가 정원사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가 다방면으로 증폭될 것이므로 일자리 감소는 장기적인 추세가 될 것이다. 이런 인공지능의 등장과 고도화로 사람들의 일자리가 202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4억 개 정도 없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전 세계 일자리의 15% 정도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인구와 소득 증가, 기후변화로 인한 인프라의 대대적인 재구조화 투자 확대, 인공지능 채택 확대에 따른 수많은 ‘예전에 없던’ 일자리들의 등장으로 최소한 일자리의 현 수준 유지 혹은 소폭 증가가 예상된다. 이 일자리들 가운데 인공지능의 설계, 제작, 운용 관련 일자리들의 소득은 향후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다른 일자리들 가운데 많은 수가 과거만큼 좋은 것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생산성과 경제성장은 어떨까? 이 분야에 정통한 경제학자들은 향후 생산성과 경제성장이 ‘지수적으로(Exponential) 이루어져서 가속될 것이며, 이로 인한 생활 수준의 향상이 이루어지고, 기후변화, 노화와 죽음 등 다양한 세상의 문샷(Moon-Shot) 과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솔로우의 역설(Solow’s Paradox)’이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즉, 인공지능이 다방면에 파장을 초래할 것이나 적어도 생산성이나 경제성장은 그리 크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무역과 (해외)투자가 일자리나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인공지능의 채택 확대는 기존 세계화와 공급망 양상에 대한 큰 도전을 야기할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임금이 저렴한 곳에 들어서고자 했던 기업들은 임금이 아니라 소비자 접근에 가장 유리한 지역이나 공급망(Supply Chain)을 가장 잘 확보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자 할 것이다. 이는 다국적 기업들이 임금이 낮은 저개발국에 투자하여, 그 제품을 선진국에 수출하던 기존 무역과 투자 양상에 대전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부분의 일과 일자리들이 인공지능화로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경우, 해외 이전 기업들의 유턴을 촉진하는 방식의 일자리 확대 정책도 그 유효성이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의 기존 산업정책과 기업규제정책 틀(Framework)의 대전환 필요성을 시사한다.
시장에서 인공지능은 정보를 수집하여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알고리즘 소비자화’를 촉진시켜서 합리적 소비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인공지능은 시장에서 기업의 거래와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정하여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한다. 그러나 거래가 플랫폼 중심이 되어 그 양면시장성과 기업과 시장의 하이브리드 성격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의 인공지능 사용은 지금까지 교과서 속에만 있던 맞춤형 가격책정(PSR)을 가능하게 함은 물론, 여러 기업이 담합 없이도 공동의 독점가격을 책정하고 유지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더구나 데이터 이용과 관련된 프라이버시 문제와 데이터에 대한 소유와 사용 그리고 사용 후 책임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이 시장 거래의 핵심 이슈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적한 다양한 파장들은 한편으로 경제의 기하급수적 성장에 따른 생활 수준 향상과 노화와 질병에 대한 억제에 의한 기대 건강 수명의 확대, 우주 개발, 기후변화에 대한 성공적인 대응 등의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인공지능의 채택과 이용에 선발자가 된 기업들과 국가들에 초우량 기업(Superstar Firm)이나 선도국가가 될 기회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득분배의 격차 증폭, 공정거래 정책 기준의 모호성 확대, 대외무역과 투자 관련 규제와 인센티브 체계의 유효성 감소 그리고 데이터의 재산권 획정 문제와 사용 관련 애로의 문제, 무역 및 해외투자 관련 대외 경제정책 전환 등 다양한 공공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도 예상되고 있다. 또한 기존 교육체계와 커리큘럼들의 유효성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므로 정부가 인공지능 채택의 수혜를 촉진하고 발생할 문제들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게 규제, 조세, 산업, 과학기술, 무역과 투자 및 교육 정책 체계를 가장 합리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와 세계적인 논의의 장에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표준 구축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여러 부문에서 가장 탁월한
사람들을 월등하게 능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와해성 기술이 가진
기술혁신의 이익과 초래할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한 균형적인 대비가
중요하다. 인공지능의 우리 삶에
대한 파장은 일자리, 생산성과 경제성장,
무역과 투자 등의 경제 부문에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